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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y 29. 2022

바쁘다 바빠 (금)

서울 삶

금 토 일

혼자 부지런히 돌아다닌 바람에 글이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거렸다.

입이 근질거려야 하는데 말보단 글이 편하고 상대를 찾는 것보단 언제나 열려있는 매체가 훨씬 쉽기 때문에 손만 근~질~했다.


쏟아내 버리고 싶은 생각을 모아 모아 언제나 환하게 열려있는 블로그와 브런치에 투척해 버리는 게 나의 정신 건강에도 더 좋다.


3일 연속 반복적으로 했던 행동이 있다.

1. 1일 1권을 했고 (사실 도합 4권)

2. 서울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3. 맥주를 한 캔씩 마셨고

4.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었다.


비행과 딴짓을 마음껏 한 알찬 주말을 보냈다는 말이 되겠다.


금 (5월 27일)


독립출판물 북페어에 참여했다.

#리틀프레스페어

저번 달 심야책방 프로그램에서 만나 번호를 교환했던 분에게 같이 가자고 연락을 했다.

번호는 상대방이 먼저 땄으니 약속은 내가 먼저 잡았다.

책으로 만난 자들이 책 행사를 같이 간다.

얼마나 이상적인가!


북페어는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진행되었고 코엑스 동네도, 스타필드 건물도 나에겐 처음이었다.


행사 참여 후 카페에서 공부하고 글도 쓰고 와야지, 라는 당찬 포부를 가진 바리바리 보부상은 가방에 잔뜩 무언가를 넣고 출발했는데 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2호선을 타고 강 아래까지 내려가는 거리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꽉 막힌 지하를 수많은 쇼핑몰로 꽉 채운 스타필드는 심호흡을 하게 만들었다.

도착과 동시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낯선 북페어에 약속은 잡았지만 아직 친구는 아닌 낯선 동행인과 행사에 참여했다.

책을 만든 창작자의 설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살 수 있는 좋은 행사였으나 살가운 창작자들의 환대에 책을 구경만 하고 지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환대와 거절이라는 이 상반되는 행위는 언제나 어렵다.


물론 책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로 에세이인 독립 출판물에서 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을 찾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도 읽어봐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책 한 권을 기념품이라는 생각으로 구매했다.

동행인이 구경하는 동안 벤치에 앉아 후루룩 다 읽었고 나름 괜찮아 후회 없는 구매라는 생각 반, 독립출판 책은 알라딘에 되팔지 못해 아쉬운 생각 반.


어딘가 어색하고 어딘가 낯간지러운 경험을 뒤로한 채 동행인과 밥을 먹으러 갔다.

대학생인 동행인은 조용하고 차분해서 상대적으로 활발해진 내가 질문을 던지고 대답도 하는 원맨쇼를 진행했다.


약간의 침묵을 곁들은 소소한 대화가 나쁘지 않았다. 부담스럽지 않았고 조급하게 만들지도 않아서 혼자 참여하기 망설여지는 책 행사가 있으면 또 손을 내밀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가기 전에  인스타에 자주 등장하던 책 건물을 구경했다.

심심할 때 알바천국을 뒤져보다 ‘별마당 도서관’

행사 기획 파견직을 구하는 공고를 봤었다. 바로 여기였구나…

책과 기획이라는 단어에 구미가 당겨 호기심이 생겼었는데 ‘스타필드’ 건물 안이라는 위치가 흥미를 끊게 만들었다.


좋은 현장조사였다.


오고 가는 지하철에서 보부상 가방 한 컨에 챙긴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 - 최갑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책을 쓴 여행작가의 프리 워커에 관한 이야기였다.

물론 위 책도 제목 글귀만 알고 있지 읽어 보지는 않았다.

요즘 빠져있는 여행 유튜버의 추천 게시물을 보고 누구보다 빨리 구매해서 읽고는 누구보다 빨리 알라딘에 되팔아 6500원을 벌었다.

프리 워커인 사람들에게 좋은 실용서로 가닿을 것 같다.

난 그냥 프리인이라 와닿지 못했지만.


집에 돌아와 당 충전을 하고 조금 누워있다 기분이 처져 저번 주에 다녀온 부산 여행 글을 업데이트했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것보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더 기분이 좋아지다니. 요상했다.


밤엔 우리 집 옆 대학교 축제에 잔나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간에 맞춰 산책하듯 슬슬 걸어가 봤고 역시나 얼굴은 코빼기도 보지 못하였으나 신곡 라이브는 알차게 듣고 왔다.

그래도 긴 팔을 가진 옆 행인의 좋은 휴대폰 덕에 최정훈 얼굴을 보긴 했다.


돌아오는 길에 목이 말랐다.

50이라는 요지부동 숫자에 요즘 들어 1이 더해지려 해서 당분간 군것질 절식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맥주를 light로 마셨다.

근데 달달한 게 당겨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어버렸다.

역시나 안 하던 다짐을 하면 더 안 지키고 싶은 심보가 터진다 말이지.

그냥 다짐을 안 해야겠다.


자기 전에 엄마랑 잠깐 통화를 했는데

“어 오늘 좀 센치해 보인다?”라는 말을 들었다.


헉…! 들켰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날 조금 센치하고 조금 가라앉았다.


아무렴 뭐 그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잘 잤다.


한 글에 금-토-일을 다 묶으려고 했는데

금요일만 썼는데도 충분히 말을 많이 한 기분이다.

아 집도 거의 도착했고.


내일 토요일 리뷰 쓰기에 도전한다.

토요일은 합정 잡지 모임을 하고 저녁에 여의도 한강공원을 가는 재미난 날을 보냈기에 활기차게 써봐야지.


p.s) 다음 주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입장권을 다 샀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지만 도서전 개최 장소도 코엑스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정말 가서 들어야지 싶은 강연 날만 남겨두고 예약을 취소했다,

그래도 수, 토, 일  3일은 가게 되겠지만…

그래. 언제 또 코엑스를 그렇게 가겠어…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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