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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y 30. 2022

바쁘다 바빠 (토)

서울 삶


토 (5월 28일)


우리 집에서 합정역을 가려면 지하철로 약 50분이 걸린다.

코엑스는 1시간 10분, 종로는 35분 정도?

그래도 집 앞 지하철역과 같은 호선인 합정은 지하철에 실려가기만 하면 되기에 다른 곳들보다 부담이 덜하다.


한창 처음 서울에 올라와 아무것도 모르고 서성일 때 합정에 위치한 종이잡지클럽에 회원 등록을 했었다.

돈 내면 될 수 있는 회원일 뿐인데 홀로 소속감을 잔뜩 느껴 합정에 갈 때마다 최소 30분이라도 잡지를 보러 들리곤 했다.

6월 중순이 되면 3개월 회원제가 끝날 예정이다.

더 연장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잡지클럽에서 하는 오프라인 모음에 참여했다.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는 것에 특히나 겁이 없는 편이다.

이는 21살에 뭣도 모르고 혼자 박차고 들어간 연극반 동아리와 (적응 기간이 5개월 넘게 걸렸던 혹독했던 관문)

23살에 모두가 아는 사이인 인문학 독서 모임에 홀로 박차고 들어가 기어코 참여율이 가장 높은 개근 회원이 되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오프라인 모임? 가보지 뭐. 이런 무대포 깜냥!


토요일 오전 11시, ‘해외 잡지로 읽는 전 세계 트렌드’ 오프라인 모임?

가보지 뭐.


일찍부터 일어나 아침밥을 거하게 차려먹고 10시에 튀어나가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갈아 탈 필요가 없어서 책 읽기에 아주 제격인 목적지이다.

책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합정역이었고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거리를 지나 아침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진행자였던 잡지클럽 대표님을 제외하고 참여한 인원은 나를 합쳐 총 5명이었다.

다른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회원이었는지, 진행자와 아는 사이로 보였다. 나름 말랑한 분위기 속 행사가 진행되었다.


오와… 저런 잡지도 있구나 …

뭐 이런 생각으로 관람하고 감상하는 관객 느낌으로 행사에 임했다.

도중에 참여자들 간에 대화를 하게 하는 질문이 던져졌다.


Q “종종 우리는 우리가 잘할 수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과, 좋아하지만 잘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것들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당신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주로 어떤 선택을 자주 하시나요?”


흐음…


A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 같고, 또 잘하는 걸 하다 보면 신이 나니깐 좋아하게 되는 것 같고.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근데 ‘돈’이 들어가면 머리가 아파져요. 경제적인 안정감도 필요하니 더 어려워져요.”


옆에 앉은 참여자도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돈 되는 일, 일로만 두면 되는 일 등 명확하게 구분이 안 되고 계속 고민이 된다고 했다.

“아마 명확하게 구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안 하지 않을까요? 그분들은 아마 토요일 오전에 자고 있을 거예요.

구분이 안 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나 모여서 이런 이야기로 머리 아파하지.”


순식간에 처음 보는 사람들과 공통점이 생겨 웃음이 났다.

맞아. 맞아.

이걸로 머리 쓰는 사람들이니깐 이 시간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다른 이들의 대답을 들으며 회원들 대부분이 잡지라는 매체와 가깝게 맞닿아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가, 콘텐츠 기획자, 문화 행사 기획자 등등…

그리고 나도 나에 대해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지, 잡지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구나…! 두둥!

묘하게 짜릿한 깨달음이라 이번 행사의 아주 큰 수확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 이야기, 생각, 대화, 글, 취향…)과 같은 나의 관심사는 잡지와 공통점을 가졌지만,

(콘텐츠, 브랜딩, 라이프 스타일, 유행…)과 같은 잡지의 특징은 나의 관심사에 속하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 스몰 톡을 하는 30분간 잡지와 공통점이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잠깐 듣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6월 중순까지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고 이후엔 내가 더 애착이 가는 서점으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바로 옆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금요일에 다녀온 북페어 후기, 읽었던 책 리뷰 등을 쓰고 한국어 인강을 듣고 있는데 아주 오랜만에 대구에 있는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뭐 해?”


잘 지내, 뭐하고 지내도 아닌

뭐해? 는 지금 시간 돼? 와 거의 동급인 물음 아닌가.


“혼자 카페에서 책 읽는 중” (글 쓰는 중은 숨긴다.)


“저녁에 만날래? 나 서울!”


“오케이, 한강 가자.”


계획쟁이도 이런. 번개는 짜릿해.

특히 친구 없는 서울에서의 번개는 더 짜릿해.


한강이라 함은 서울에 딱 특정한 한 공간을 지칭하는 줄 알았던 과거의 나는 안녕~

이제 뚝섬 한강, 반포 한강, 그리고 여의도 한강도 아는 서울 3개월 차다.


그렇게 여의도 한강에서 대구 친구를 만나 ‘한강 치맥’을 맛봤다.

날 좋은 토요일 오후는 한강에서 놀기 딱 좋아 사람들이 와글바글 하였으나 강 바로 앞에 앉은 우리는 석양에 신경이 뺏겨 노을에 취해 정신이 없었다.


비교해 보면 서울 한강은

부산 민락 수변공원과

대구 야외 음악당과 비슷한 공간이지만, 이상하게 답답함이 덜했다.


인구만큼 공간이 무지막지하게 커서 그런가.


오전에 새로운 사람들과 잡지 모임을 하고 오후에 반가운 사람과 맥주를 마시는 조화로운 하루였다.

집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3, 4월 동안 전시회를 미친 듯이 다녀봤는데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종이 잡지도 열심히 읽어보았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위 활동들을 통해 알게 된 독립서점이 있었고 거기서 친구를 사귀어 북페어를 가보았고,

서점에서 하는 북토크도 자주 참여하며 두리뭉실하게 내가 좋아하겠지? 했던 것들 속에서 조금씩 명확하게 흥미를 찾아갔다.


또 유행하는 콘텐츠를 파악하여 기획하는 것, 트렌드를 따라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보다는

영어와 한국어를 공부하여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읽고 전달하는 것을  재밌어한다는  깨달았다.


다른 어떤  보다 책이 주는 즐거움이 크고  좋아하는 책을  저자를 만나는 북토크 행사가 제일 재밌다는 알게 되었다.


역시 뭐든지 부딪혀 보고 경험해 봐야지 알게되는 사람인가 보다.

이런~ 경험주의자~


연장선으로 일요일은 내가 요즘 푹 빠진 작가님 북토크를 다녀온 이야기가 되겠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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