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에 배경을 따지는 이유
최근에 도서전에서 열린 장기하 북토크에 참여했다.
장기하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본인의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는지 알 수 있는 진솔한 행사였다.
특히 본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재미”이고 이는 삶의 “의미”나 “낭만”과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지키기 위해서 일반적인 통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대게 말하는 ‘이 나이대는 ~~ 해야 해, 안정적이려면~~~ 는 필수야.’ 이런 통념 말이다.
인상 깊었고 공감이 많이 갔다.
나도 이왕이면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걸 하고 싶고 이런 마음가짐으로 무언가를 한다면, 힘들어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들을 만난 수요일에 한번, 독서모임이 있었던 목요일에 한번, 이 이야기를 공유했는데 똑같은 대답을 들었다.
“걔는 돈이 많잖아!
재밌는 것만 하고 어떻게 살아, 돈 많으니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나를 당황시킨 대답이었다.
물론 강연에서 장기하가 자기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연거푸 반복하며 자신의 위치와 선택에 있어서 겸손한 태도를 가졌으나, 난 이 사람의 가치관에 주목한다고 배경이나 타고남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장기하가 본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외로움과 소외감을 견디고 살았을 수도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대로 여유로운 환경 속에서 재밌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행운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그가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가치관을 찾아서 이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포인트가 멋있어서 공유한 것이었다.
자신의 성향을 모른 채 안 맞는 옷을 입으며 불만만 가지고 살 수도 있고,
성향을 알아도 일반적인 통념에 휩쓸러 나의 삶이 아닌 다른 이들의 삶을 따라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예상치 못한 주변의 반응이었다.
누군가의 가치관에 “넌 여유가 되잖아”라는 말로 입막음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
모두가 다른 환경 속에 살아간다는 걸 인지 못하고
노력으로 안 되는 거 없습니다!라고 가르치는 세상 최강 자수성가형,
왜 네 삶을 못 즐겨? 재밌게 살아봐! 하며 남의 상황을 고려 안 하고 함부로 조언하는 충고형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담담히 자신의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넌 돈이 있으니깐 그런 말 하지’라고 반응한다면,
대화가 진행될 수 없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본인의 성향에 맞는 가치관이 있어야 주위를 돌아보고 다른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본인에게 따른 운을 인지할 수 있는 겸손을 느낄 수 있다 생각한다.
이는 돈이 있고, 없고 와 가진 게 많고, 적고 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 않을까?
사람의 성향 차이로 접근해서 이해하고 다양성을 관용하는 태도를 가져야만이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도 받아들일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비교하는 대상에 따라 정말로 운이 많이 따르고 감사한 삶을 살고 있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넓게 바라보기 위해서, 더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누군가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함께 연대하여 나보다 운이 따르지 못하거나 나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서는 말이다.
타인의 배경을 하나하나 파고들어 따지기 시작하면, 결국 불행 배틀만 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부터 내 이야기에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생각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