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이틀째 장수풍뎅이 산으로 돌아가다
초5 경진은 4월 어느 날 학교에서 유리병 두 개를 받아왔습니다. 흙이 가득 들어있는 유리병이었는데요. 장수풍뎅이에 관한 수업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엔 애벌레였던 장수풍뎅이가 성충이 될 때까지 관찰하면서 기록하는 게 과제였고요. 성충이 됐을 때 키울 수 있도록 투명 플라스틱 사육장 세트와 먹이도 함께 받아왔습니다. 장수풍뎅이에 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던 저는 막막하기도 했지만, "어두운 곳에 놓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리기만 하면 돼~"라는 해맑은 초5 경진의 설명을 듣고는 좀 안심을 했죠.
혹시 학교에서 데려오는 길에 많이 흔들려서 풍뎅이 애벌레들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풍산이(와 풍순이라고 이름을 붙인 애벌레들은 자리를 잡아 준 어두운 책장에서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가면서 흙을 파먹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애벌레들은 죽지 않고 하루하루 잘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풍산이가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달그락거리더니 번데기방을 만들었습니다. 번데기방 안에서 뽀얗던 애벌레 색이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하더니 뿔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엔 어엿한 성체 장수풍뎅이가 되어 뚜껑 밑에 웅크리고 있었죠.
초5경진은 성체를 발견하고는 미리 준비해 둔 사육장으로 풍산이를 옮겼습니다.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꽂아두기도 하고, 낙엽을 가져다 두기도 했죠. 수업시간에 받아온 곤충 젤리를 하나 까서 놔뒀는데, 풍산이는 제법 잘 먹었습니다. 야행성이라 그런지 낮에는 낙엽 밑으로 파고들어 있거나, 톱밥 속에 들어가서 뿔만 내놓고 있었는데요. 애벌레 시절 습성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초5경진은 학교에 가면서 신신당부를 합니다. 이상한 소리가 나면 잘 있는지 살펴주라고요.
학교에 다녀온 초5경진은 가방을 풀어놓고는 풍산이한테 직진합니다. 책상 밑 어두운 곳에 사육장을 놓았거든요. 좁은 사육장 크기가 아쉬웠는지 초5경진은 자꾸만 유튜브에서 본 곤충 유튜버의 사육장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은 리빙박스(큰 이동식 수납함)에서 장수풍뎅이를 키우던데... 이건 너무 작은 것 같아"라고 하네요. 그래서 비어있는 리빙박스를 보여주면서 쓰려냐고 물어봤는데요. 톱밥도 구해서 깔아줘야 하고, 나무도 구해와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죠.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사실 초5경진은 풍뎅이들을 데려올 때부터 성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장수풍뎅이는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고 높은 나무를 기어오르면서 수액을 먹고사는 습성을 갖고 있거든요. 사람이 사는 집에서, 거기에다가 좁디좁은 사육장에서 사는 건 풍뎅이의 습성을 제대로 발현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도 너무나 분명하죠. 그래서 초5경진은 풍뎅이가 우화(번데기에서 빠져나와 성충이 되는 것)하면 딱 일주일만 관찰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디에다 풀어줄지도 미리 정해놨죠. 네이처링을 통해 검색을 해보니, 관악산에도 장수풍뎅이가 산다는 걸 확인했고, 관악산에는 장수풍뎅이가 좋아하는 밤나무와 참나무가 많이 있다는 것도 확인을 했죠.
"풍산이가 밤에 날고 싶어 할 텐데 어쩌지? 사육장이 좁아서 풍산이가 답답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점점 "풍산이를 산에 놔주면 잘 살 수 있겠지? 새한테 잡아먹히지는 않겠지?"등으로 바뀌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 7시, 초5경진은 드디어 결심이 선 모양입니다. "아빠 놔주러 가자!"
차를 몰아 관악산 자락의 모처로 이동했습니다. 애초엔 계곡 인근 사람의 발길이 덜 닿는 곳에 놔주려고 했는데 실제로 가서 보니 참나무와 밤나무는 없고, 소나무뿐이더라고요. 그래서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큰 밤나무에 풍산이를 붙여줬죠. 풍산이는 꾸물꾸물 나무에 달라붙더니 몸을 꿈쩍꿈쩍합니다. 땅속에만 있다가 우화해 하루를 갇혀 지내고, 드디어 대자연의 품에 안기게 된 거죠. 초5경진은 "풍산이도 산속의 공기가 다르다는 걸 느끼겠지?"라고 말합니다.
물론 풍산이도 알 겁니다. 비좁은 사육통보다 대자연의 품이 천배 만배 살기 좋다는 걸요. 풍산이가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살다가 짝을 만나 번식에도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아직 애벌레 상태인 풍순이도 건강하게 우화해서 풍산이를 따라 자연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장수풍뎅이 키우기 체험 학습을 위해 길러지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는 도대체 몇 마리나 될까요? 그 수많은 애벌레 가운데 우화해 성체가 되는 비율은 얼마쯤 될까요? 성체가 된 뒤의 장수풍뎅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데려온 아이들의 가슴속에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오늘날 이뤄지고 있는 생물 교육의 방향을 한번 총체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뻗칩니다.
장수풍뎅이: 딱정벌레목 장수풍뎅이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몸은 길이 35-53mm이다. 수컷은 몸통이 적갈색 내지 흑갈색이며 광택이 있다. 머리방패는 테두리가 가느다란 반달 모양이나 중간의 뒤쪽에서 2개의 돌기가 머리방패의 앞으로 넓고 굵게 연장된다. 이마는 전체가 긴 자루처럼 뻗었다가 2분지하였고, 다시 2분지하여 사슴뿔 모양인 뿔로 되어 있다. 더듬이는 10마디이며 암수 모두 곤봉부가 짧다. 앞가슴등판은 모든 가장자리가 분명하게 테두리가 지며, 중앙 앞쪽이 높이 솟았다가 긴 활촉처럼 2분지한 뿔이 있고, 점각은 매우 가늘고 조밀하다. 딱지날개의 점각도 작고 조밀하나 매우 낮아서 불분명해 보인다. 암컷은 몸통의 등 쪽이 탈락하기 쉬운 암갈색 또는 황회색 짧은 털로 덮여 있어서 광택이 나지 않는다. 머리방패는 폭이 좁은데 앞쪽은 좁고 뒤쪽은 넓은 육각형에 가까운 모양이며, 이마는 양옆이 각각 위로 솟은 돌기 모양인데 마치 짧고 굵은 뿔 같다. 앞가슴등판과 딱지날개의 점각은 수컷보다 분명하며 더 조밀하다. 성충은 야행성으로서 한여름에 참나무나 밤나무 등의 진에 모이며, 불빛에 날아오기도 한다. 애벌레는 낙엽이나 나무 또는 초가의 지붕 속 등과 같은 썩은 식물성 먹이를 먹고 자라다가 겨울을 난 후 다음 해 봄부터 다시 자라서 6, 7월에 번데기와 성충이 된다. 우리나라의 풍뎅이류 중 유별나게 크다.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며, 세계적으로는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출처: 국립생물자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