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왜 제비를 관측하나?
서울에선 제비는 보기 드문 새가 됐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제비는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여긴다. 수많은 언론들도 서울에서 제비가 멸종된 것처럼 보도한다. 조선일보 2022년 3월 보도를 살펴보면 2007년 이후 기상청 서울관측소에서 제비가 공식 관측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언론보도, 특히 조선일보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나는 기상청의 자료를 직접 찾아봤다. 기상청은 계절이 바뀌는 걸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관측하고 자료를 공개한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의 계절관측 섹션에 자료가 쌓여있다. 기상청은 계절관측에 대해 "계절의 빠르고 늦음의 지역적인 차이 등을 합리적으로 관측 및 통계 분석하여 기후변화의 추이를 총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각 관측소에서 관측자가 식물, 동물, 기후계절 등을 관측한 자료"라고 설명한다. 계절을 알리는 대표적 동식물이 언제 소식을 전하는지 기록한다는 뜻이다. 계절을 알리는 동물로 관측대상이 돼 자료가 남아있는 종은 <제비, 뻐꾸기, 기러기, 종달새, 개구리, 나비, 잠자리, 매미, 뱀>이다.
그렇지만 현행 기상청 계절관측 지침에 따르면 <기러기, 종달새, 뱀>은 관측대상에서 제외됐고, <제비, 뻐꾸기, 개구리, 나비, 잠자리, 매미>가 계절관측 동물 종으로 유지되고 있다. 제비가 돌아오면 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고, 제비가 떠나는 걸 보면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개구리도 월동을 끝내고 봄이 되면 활동을 시작하고, 나비도 봄에 우화해 날갯짓을 한다. 잠자리는 6~8월 우화해 활동을 시작하므로 여름을 알리는 종으로 적합하고, 매미는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관측소에서 마지막으로 제비가 관측된 건 2007년이다. 그 해 제비는 5월 1일에 첫 모습을 드러냈고, 10월 11일에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이후 서울관측소에서 제비가 발견된 기록은 없다.
그렇다면 제비는 정말 서울에서 사라진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서울에 많은 제비가 살고 있다. 물론 산업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갈수록 제비의 서식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에서 끈질기게 생존 투쟁을 벌이는 제비들이 있다. 자연관찰 기록 프로젝트인 <네이처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도를 통해 올해 관찰된 제비 기록을 살펴봤다. 서울에서 40여 건의 관찰기록이 확인된다. 아직도 제비가 서울에서 살고 있는 거다.
서울에서 제비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개체 수가 줄어든 이유는 뭘까? 일부 언론은 제비의 먹이가 되는 곤충이 줄었다는 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과거에 비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위생적으로 관리되면서 파리 등 벌레가 줄어들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벌레는 많다.
먹이 자원보다는 서식 환경이 제비의 개체 수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제비는 진흙을 물어다가 지푸라기와 섞어 둥지를 트는데 도심지역에선 흙을 물어 나를 곳이 부족하다. 인간이 죄다 단단하게 포장해 버렸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제비를 볼 수 있는 곳은 제비가 진흙을 구할 수 있고 둥지를 틀 처마 밑이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비는 복개되지 않은 도심하천 인근의 주택가 또는 상점가 등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서울시는 한 때 제비 생태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2016~2018년 22개 구 72개 동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지금도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비는 사람의 출입이 잦은 곳의 처마 밑에 둥지를 튼다. 그래야 맹금류 등 천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구 위에 둥지를 틀면 자연스럽게 배설물이 둥지 아래로 떨어진다. 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제비집을 부순다. 흥부놀부 이야기에서 박 씨를 물어다 준 덕분에 제비를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다행히 이 사람들의 집에 둥지를 틀면 집주인은 배설물을 묵인해 주거나 제비 둥지 밑에 받침대를 달아 배설물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걸 막는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과천에서도 제비가 목격된다. 양재천을 따라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쌍을 목격했는데, 하천 주변에 노출된 진흙을 물어다가 한 주택에 집을 짓는 걸 확인했다. 집주인이 제비집을 털지 않고 용인하고 있는 걸로 봐선 무사히 새끼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 같다. 양재천을 따라 비행하는 제비를 보면서 필자는 "제비를 볼 수 있는 동네에 살아서 좋다"는 행복감을 느낀다.
아직 제비를 많이 볼 수 있는 지자체에선 제비와 함께 사는 방안을 고민해 보면 좋을 듯싶다. 2000만 인구가 몰려사는 서울 수도권도 가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비가 살고 있는 지역에선 제비가 둥지를 튼 가구, 상점에 제비 배설물을 막는 받침대를 설치해 주고, 제비 축제를 만들고, 제비 관찰 대회를 만들고 제비 생태지도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새끼 제비들이 둥지 위로 고개를 내밀어 어미가 가져오는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와 모성애를 느끼고, 부모님의 희생에 고마워하는 인성교육도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인간의 영역을 넓히고 자연을 침공하면서 많은 야생동물들이 터전을 잃었다. 제비도 인간의 생활양식이 변하고 도심 환경을 바꾸면서 점점 터전을 잃게 됐다. 기를 쓰고 돌아오려는 제비에게 둥지를 틀 공간을 주자. 도시에서도 진흙을 물어 나를 수 있도록 소공원의 흙을 남겨주자. 기를 쓰고 만든 제비집을 허물지 말자. 배설물이 더럽게 느껴진다면 받침대를 달아주자. 제비가 당신 집 주변, 상점 주변의 벌레를 잡아먹는다.
p.s> 제비는 관측자의 목격을 바탕으로 기록되고, 뻐꾸기는 소리로 관측 여부를 기록한다. 뻐꾸기는 2009년 관측된 이후 한동안 소리가 들리지 않다가 2019년 이후 다시 관측되고 있다. 올해도 5월 18일에 소리를 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까지 서울(관측소)에서 매년 기록되는 계절관측 대상 동물 종은 뻐꾸기를 비롯해 나비, 잠자리, 매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