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가 죄인인가?

민원은 현재 진행형

by 선정수

어느 지방 도시에 지어진 새 아파트에서 민원이 빗발친다는 방송 뉴스가 보도됐다. 악취 민원이다. 한때 아파트 공사현장에 작업자들이 인분을 넣어놓고 마감해 악취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세상을 들끓게 했다. 그런데 이번 건은 아파트 내부의 사정이 아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냄새란다.


기사 제목은 이렇다. <"악취에 구토할 정도" 신축 아파트 뒤덮은 수천 마리 떼> 지역 도시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여름 철새인 백로가 수천마리나 찾아와 시끄럽고 냄새까지 나서 주민들이 더위 속에 창문도 제대로 열 수 없다고 한다.


이어지는 기사는 <여름 철새인 백로는 영산강에서 먹이를 찾으며 이 지역에 주로 서식해 왔습니다. 그런데 150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올해 초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라고 전한다. 원래 백로들이 해마다 찾아오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백로가 오는 곳 인근에 사람들이 아파트를 짓고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백로가 아직 날아오지 않았을 때는 몰랐다. 그렇지만 여름을 맞아 많은 수가 날아들어 둥지를 고치고, 새로 틀고 짝짓기를 하고 번식을 하면서 사람들이 놀랐다. 꽥꽥 울음소리와 날아드는 깃털, 새똥 냄새가 못마땅하게 느껴진 거다. 최근 한 달 동안 해당 지자체에 접수된 소음과 악취 민원이 20건이 넘는다고 한다. 괴로우니까 어떻게 좀 해달라는 거다.


사실 이런 일은 이곳만의 일은 아니다. 백로 서식지 인근에 아파트를 지었다가 소음과 악취 때문에 못살겠다는 민원이 빗발친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경향신문 2024. 2.18 기사를 보자. <청주 송절동 찾아온 백로… 지자체·시민이 보듬는다>라는 제목이다.


이곳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부터 백로가 날아드는 곳이었는데, 아파트가 세워진 뒤 민원이 쇄도했다고 한다. 청주시는 백로가 앉지 못하도록 나무를 잘라내는 간벌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동네 말고도 여러 곳이 백로가 날아들지 못하도록 숲을 베어버렸다고 한다. 결국 백로는 쫓기고 쫓기다가 다시 송절동으로 찾아들었다. 다행히도 청주시가 보존으로 방향을 틀었고, 주민들도 곁을 내어주는 것으로 정리가 되는 듯싶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청주시는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 업체를 고용해 배설물·사체 수거, 방역 및 탈취제 살포, 가림막 설치 등 백로 서식지를 관리할 계획이다. 청주시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자연환경보전협회’도 참여한다.>고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백로서식지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및 서식지 관리로 주민생활불편을 최소화해 시민과 백로류와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지구 생태계의 최강자인 인간이 조금이라도 불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생물을 대한다면 힘없는 생물은 갈 곳을 잃게 된다. 결국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면 인간도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그만 파헤치고 힘겹게 숨을 붙이고 있는 자연에게 곁을 내주었으면 한다.

keyword
이전 11화한반도에도 원숭이가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