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 스타트업 화장품 회사 crm팀 면접
3년 전 아주 작은 회사였던 이 곳에서의 첫 면접이 가물가물 기억이 난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졌지만 그땐 좀 특이하다고 느꼈던 면접 때의 썰을 풀어보려고 한다.
면접을 보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 첫 문턱을 들어섰을 때의 분위기가 딱 그랬다.
그때는 회사가 좀 작아서 회의실이라는 게 따로 없고 라운지 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했었다. 라운지에는 크고 높은 4단 선반이 하나 있었는데 다양한 과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각기 그룹으로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업무 회의를 하고 있던 거였다.
과자와 어우러져 웃고 떠드는 그 모습이 딱 화목하고 작은 마을을 보는 것 같았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 동화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회의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우렁차게 안녕히 계시라고 인사를 했더랬다. (그땐 회의인지 몰랐으니..얼마나 황당했을까.)
취업 준비생이라면 면접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무겁고 숨 막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간다.
빈틈을 노리는 칼질문과 속을 꿰뚫어 보려는 매의 시선에 결코 기죽지 않으리라..!
회사에 도착했을때 매우 젊어 보이는 남녀 두 분이 환한 미소로 맞이해주셨다.
따뜻한 환영에 긴장이 조금은 풀렸지만 면접실 안내를 받고 기다리는 찰나의 시간 동안 어떤 면접관 분들과 마주하게 될지 두려움에 다시금 얼어버렸다.
면접 시간 정각이 되자 처음 안내를 해주셨던 두분이 들어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안내해주는 직원이 아니라 면접관분들이었다. (대표님..)
'면접' 보다는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로 생각하라며 그렇게 면접이 시작되었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내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 큰 리액션과 긴장해서 말이 꼬이거나 말문이 막히면 잠시 진행을 멈추고 긴장을 풀어주려는 분위기.
취업에 뛰어든 후 처음 겪는 면접이었다 보니 사실 면접이란 원래 이런 게 아닌가 싶었다.
정장 x, 편한 복장으로 오라 했던 면접 사전 안내 문자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래 이 회사 조금 남다른 부분이 있었다.
면접 인척 하는 티타임 속에서 면접관 분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바로 경험담이었다.
내가 살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어냈던 경험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기를 원했다.
지원한 파트가 CRM이다 보니 그와 관련된 경험담을 정말 '이야기 들려주듯' 시작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잠시 휴학을 하고 가장 힘들다는 3대 업종인 콜센터, 그중 원탑인 현대 자동차 고객센터에 뛰어들어 목표했던 1년을 버티고 나왔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입사한 지 한 달 내에 퇴사율 90%를 자랑하는 그곳에서 매일 같이 화장실에 앉아 울며 보냈던 시간들, 하지만 결국에는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S등급 사원으로 마침표를 찍고 나온 이야기.
후에 대표님이 알려주시길,
합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포인트라고 했다.
신생 화장품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을 때,
어릴 때부터 피부 고생을 달고 살았던 친언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큰 기업은 이미 짜인 구조로 돌아가니 어려울 것 같고, 같이 만들어 나가는 스타트업에서 그 꿈을 펼칠 수 있을 거 같아서 지원했다고 대답했다.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많은지 질문을 받았을 때,
화장품은 엄마나 언니가 좋다는것만 썼지, 내 의지로 뭔가를 사본적은 없었어서 많이 모르는 편이지만 직업이 된다면 화장품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왜 crm(cs) 팀에 지원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성격이라 그 어떤 분야보다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
공감 능력이 조금 남다른 편이라서 항상 '역지사지의 자세'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이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다음날 합격 통보를 받았고 그렇게 나는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 3년 차,
그땐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회사에서 3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너네 회사 신기하다'라는 말에 공감되지 않는 경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