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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톡 Dec 02. 2024

오늘 먹을 깻잎은 슬리퍼 신고 나가서 살 수 있도록

미스터아빠 서준렬 대표 인터뷰

* 이 콘텐츠는 채널톡 뉴스레터 '파는 사람들'에서 발행하는 콘텐츠입니다!


[인터뷰 미리보기]

part ② ⋯ 내가 오늘 먹을 깻잎은 지금 당장 슬리퍼 신고 나가서 사올 수 있어야 한다.         

part ③ ⋯ 흙을 털어서 봉지에 담아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part ④ ⋯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서 데이터를 모을 수 없으면 유통은 절대로 못 한다.        

part ⑤ ⋯ 우리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 게임 루저가 될 수도 있었다.        

part ⑥ ⋯ 동화되어야 시장에 받아들여진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기업이 되고 싶다.        


[말한 사람과 묻고 쓴 사람]

말한 사람: 미스터아빠 서준렬 대표. 유통 대기업에서 12년간 일하다 농산물 유통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   

묻고 쓴 사람: 채널톡 조혜리(테나). 스타트업을 취재하다가 스타트업에 왔다.        


1. 매출 300억의 '착한 스타트업'


스타트업 뉴스를 보다 보면 편견이 생긴다. 로컬, 소셜, 상생… 그런 키워드를 단 회사들이 잘 되기는 어렵다는. 그래서 ‘미스터아빠’라는 스타트업을 처음 알았을 때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로컬 푸드 로컬 소비’ 사업 모델에다가 경남 기반 VC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전형적인 ‘착한 스타트업’이 설립 3년만에 매출 300억에 흑자였으니까.(2023년 기준) 2024년에는 예상 매출 500억을 바라보며 글로벌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도권에 입성하고, 해외 진출까지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니.



포털에 ‘미스터아빠’를 검색하면 식자재 플랫폼, 푸드테크 등 다양한 수식어가 쏟아진다. 농산물을 기반으로 B2B와 B2C,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다층적인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어 복잡해 보이지만 미스터아빠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이거다. 지역 내에서 소규모 농가와 개인 슈퍼마켓을 연결해서 농산물 유통의 비효율을 없애는 것.


“슈퍼마켓 하는 분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하나같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편의점을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오늘 저녁상에 올라가는 채소와 과일을 파는 것이다.’” (미스터아빠 서준렬 대표)


GS리테일에서 12년간 유통업에 종사했던 서준렬 대표는 개인 슈퍼마켓이 너무 영세하다는 것을 깨닫고, 소상공인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바라는 것은 신선식품 유통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상공인들은 고령화로 더 이상 손수 도매시장에 가서 신선식품을 떼오지 못했고, 소농인은 농산물의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5만 8000여개 개인 슈퍼마켓과 100만 농가의 73%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 그 둘을 이어줄 역할이 없었다.


미스터아빠는 이 ‘빈 자리’에서 시작됐다. 마산부림시장 슈퍼마켓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대기업 신입사원 시절 슈퍼마켓 근무를 자청했던 어느 ‘슈퍼마켓 러버’에 의해서.


2. 생선도 자르고 닭도 쳐야 하는데


2005년 LG유통(현 GS리테일) 입사 직후 현장을 알기 위해 슈퍼마켓 근무를 자청했다는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외할머니가 마산부림시장에서 슈퍼마켓을, 외할아버지가 마산 어시장에서 수산 중도매를 하셨다. 두 분을 보고 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생산된 물건을 바로 옆에서 파는 현장이 재밌었다.


슈퍼마켓은 내 관심사를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인 동시에 유통을 빨리 배울 수 있는 업태라고 생각했다. 1지망도 슈퍼, 2지망도 슈퍼를 썼더니 인사총무팀에서 불러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생선 머리도 자르고 닭 목도 쳐야 하는데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였다.


아무튼 하겠다고 버텨서 경기도 고양시 오래된 상가 지하의 슈퍼마켓에 발령됐다. 처음에는 정말로 일주일 내내 축산 코너에서 닭만 쳤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7시에 슈퍼마켓에 도착하고, 상품 진열하고 정신없이 일하다가 퇴근하면 12시가 넘었다. 농산물 담당으로 3년 정도 현장을 뛰었다.



당시 GS태영점을 ‘꼭지점 댄스’의 첫 유행지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기사까지 났다.


'경매박사 서박사'라는 부캐로 매주 토요일 5시마다 '500원 경매'를 18개월간 했다. 경쟁점에 뺏긴 주말 고객을 찾아오는 일등공신이자 일산 유명인으로 소문이 나서 '리테일 매거진'에 핫한 유통인으로 실렸다.


덕분에 대표이사 직속으로 만들어진 ‘핵심역량 차별화팀’에 최연소 파트리더로 발령났다. 본사에서 각종 기획 업무와 영업 지원을 하다가 슈퍼마켓 산업을 들여다보게 됐다. 1년 정도 개인 슈퍼마켓을 양도, 양수받아서 대기업 간판을 다는 작업을 했다. 어릴 적 봤던 외할머니 구멍가게 같은 곳들인데, 사실 조금 영세했다.


이 분들이 왜 영업력을 잃었는지 고민해 봤는데 신선식품 취급율이 줄어든 게 원인이었다. 동네 소비자들에게 슈퍼마켓을 매일 찾아야 할 이유가 소구되지 못했다. 이것을 페인 포인트라고 인지하고 사업을 준비했다. 그게 2019년 말이다.


그 페인 포인트를 어떻게 알아냈나?


슈퍼마켓이 레거시 취급을 받지만 사실 아파트 단지, 약국 옆, 버스 정류장, 사거리, 이런 곳에 있어서 위치가 좋다. 이 좋은 위치에서 술이나 담배 같은 일반적인 상품을 팔고 있었다.


슈퍼마켓 하는 분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했다. ‘우리가 편의점을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오늘 저녁상에 올라가는 채소와 과일을 파는 것이다.’라고.


사람들이 근린 상권에서 쇼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당장 필요한 소비재를 집 앞에서 구매하고 싶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사려면 차를 타고 나가서 대용량 상품을 트렁크에 싣고 와야 한다. 하지만 내가 오늘 먹을 깻잎은 지금 당장 슬리퍼 신고 나가서 사올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이 아무리 새벽배송, 빠른 배송을 해도 신선식품 영역에서는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 여기서만큼은 슈퍼마켓이 본래 기능을 해야 한다.


편의점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을까?


편의점은 가맹 비즈니스다. 본사 상품의 의존도가 높다. 신선식품을 취급하기에는 공간도 좁고 제한적이다. 고객층도 맞지 않다. 편의점에 오는 사람들은 트래픽이 많은 공간에 와서 빠르게 원하는 물건을 사서 나간다. 단골 비즈니스라기보다는 편의 위주의 소비가 이루어진다.


슈퍼마켓은 담소도 나누고 안부도 묻는 단골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공간이 넓으니까 다양한 물품을 취급할 수 있고, 고객 락인도 될 수 있다. 오늘 슈퍼에 왔는데 내일 어떤 상품이 신선하게 들어온다고 하면 또 와서 구매하지 않겠나. 판매 거점으로서는 슈퍼마켓의 이점이 많다.


올해(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SSM(기업형 슈퍼마켓) 성장률이 6.7%로 업계 평균보다 높다. 백화점의 침체, 마트의 정체, 편의점의 높은 이탈률. 슈퍼마켓 혼자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내가 3년 전부터 주장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이야기다. 다들 슈퍼마켓은 레거시 시장이고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잠재성이 있었다.


3. 흙을 털어서 봉지에 담아주는 것부터


사업을 시작한 뒤에는 어땠나.


2020년 1월에 코로나가 터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농가 생산자들은 기존 도매시장에 팔면 되니까 우리에게 농산물을 제공하는 걸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온라인 채널의 비중이 커지고, 판매 채널을 고민하기 시작하자 역으로 연락해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제가 본 새로운 시장은 이거였다. 개인 슈퍼마켓에 신선식품을 바로 공급하되 기업형 플레이어들과는 차별화하는 것. 로컬 생산자의 농산물을 그냥 자동화 기기 없이, 흙을 털어서 봉지에 담아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소분’이다. 이렇게 소분된 농산물을 판 슈퍼마켓 소상공인들은 옆집 대기업 편의점에 가던 고객이 돌아오는 경험을 했다.



농산물을 조달해서 별도의 저장용 창고를 거치지 않고 ‘소분센터’에서 가공해 바로 동네 슈퍼에 공급하는 구조가 핵심이라고 알고 있다.


신선식품 재고 보유 일수가 0에 가깝다. 소농인들이 최적 수량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지난 3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 예측을 해 준다. 예를 들어 작년 한겨울에 무가 1000통 나갔으니까 올해는 2000통까지는 준비할 필요가 없다, 작년 여름 휴가철에 수박이 2000통 나갔으니까 올해는 조금 더 재배해라, 이런 식이다.


어떻게 그런 예측이 가능한가.


농산물의 데이터 비즈니스가 정말 어렵다. 감자가 20kg 들어와서 한 봉지에 900g씩 나눈다고 생각해 보자. 바코드 작업도 필요하고, 판매 DB도 관리돼야 하는데 농산물 시장은 이런 고도화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우리는 모든 농산물을 DB화했다. 모든 농산물에 각자의 규격, 포장 형태, 코드, 생산자, 이력 같은 고유 정보와 기준이 있다. 소싱부터 최종 소비까지 정보를 관리해서 기존 7~15%였던 폐기율을 제로(0)에 가깝게 낮추고 판매/공급 데이터의 정확도도 높였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온라인에 모인 데이터와 정확도 면에서 차이가 크다. 온라인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해 농산물을 싼 가격에 판매한다. 그래서 농산물 판매 데이터가 왜곡되어 있다. 온라인에서 회원 유치용으로 100원에 팔린 시금치는 제값을 받은 게 아니지만, 오프라인에서 고객이 몇 번의 고민을 거쳐 구매한 시금치 가격은 소비자 심리를 제대로 반영한 가격이다.


그러면 농산물 가격도 저렴해지나.


도매 시장이나 벤더사를 통해서 농산물을 받으면 경매 수수료가 7%까지 나오고, 운반이나 보관 비용이 또 7~8% 된다. 최대 15%에서 20%까지 더 비싼 가격이 되는 거다. 슈퍼마켓에서 우리를 통해 농산물을 구입하면 그 15%~20%의 이익을 소농이나 슈퍼마켓에서 가져갈 수 있게 된다.



보통 오프라인 공간에 드는 비용이 큰데, 미스터아빠 소분센터는 공유경제 개념으로 비용을 줄였다고 알고 있다. 어떤 의미인지?


생산지 인근에 유휴 공간이 많다. 이 유휴지에 파트너십 개념으로 접근했다. 우리는 그 공간을 활용해 판로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소분센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장비나 시스템도 갖고 있으니까. 모바일 수발주 시스템, 포스, AI 수요 예측 시스템까지 자체 개발했다.


소분센터가 생산지 근처에 있다는 것도 장점이겠다.


그리고 대부분 도매 시장 인근에 배치되어 있다. 덕분에 농작물 이동 시간이 50%나 짧아졌다. 비용과 시간을 최적화하려면 우리가 기존 물류 동선에 맞추는 게 좋다. 수도권이라면 전국 농산물이 송파 가락시장으로 올라오는 동선에 맞춰서 소분센터를 구축하는 식이다.


4. 농산물 유통은 레거시 관점에서 봐야 한다


거래처는 어떻게 확보했나.


미스터아빠 소싱의 경쟁력은 지자체나 기관과 협업해서 공급처와 판매처를 찾는다는 점이다. 거버넌스를 통한 소싱이랄까. 예를 들면 슈퍼마켓 쪽에는 ‘코사마트’, 한국슈퍼마켓연합회라고 중기중앙회 산하 조직이 있다. 이 조직에서 저희가 슈퍼마켓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셨다.


기사만 찾아봐도 지자체, 농협 등 기관과 협업을 긴밀하게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원래 기관 네트워크가 있었나?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농산물 유통에 경험이 있는 종사자 중심으로 맨파워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업계에서 인정을 많이 받았다. 그간 농산물 스타트업이 많았지만 대부분 플랫폼, IT 중심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농산물의 유통은 레거시 관점에서 봐야 한다. O2O로 접근해야 진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농산물은 레거시 관점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저는 온오프라인을 다 경험해 봤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들은 의견이 많다.


메이저가 없는 농산물 시장에서 메이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고객들이 락인되어 있는 확실한 판로를 갖는 것이다. 미스터아빠는 고객이 50조 이상 규모의 중소 슈퍼마켓 시장이라는 정확한 타깃을 겨냥하고, 판로가 보장된 상태에서 역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공산품으로 따지면 판매 채널을 확보하고 공장을 지은 것과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은 보통 공장을 먼저 짓고 사람들을 초대한다. 그런데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캐쉬 프로모션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결국 경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일까.


인력 구성에 있어서도 본사 인원을 많이 두지 않았다. 본사 인원을 많이 두면 과도한 '본사 공통 비용'이 들어간다. 마진을 남겨서 본사 월급도 주고 프로모션 비용도 써야 하는데, 그러면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시장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거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 2~3년은 필요하다.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없으면 유통은 절대로 못 한다.


내가 다음 달, 다음 주에 무엇을 팔아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1년 전, 2년 전, 3년 전 12월 2주차에 어떤 오이가 잘 나갔고, 어떤 농산지에서 재배된 고추가 잘 나갔는지 DB를 보유하고 있다. 그 DB를 기반으로 주문과 판매 전략을 수립한다.


5. 게임 체인저와 게임 루저 사이


매출이 이렇게 빨리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생산자 외에 수익을 가져가는 중간자들이 있었다면, 미스터아빠는 생산자들이 수익을 더 가져가고 최종 소비자가 더 좋은 구매 채널을 얻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비판도 받았다. 기존 방식에 다 이유가 있는데 일개 스타트업이 감히 그 방식을 바꾸느냐고.


그러니까 사실 우리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 게임 루저가 될 수도 있었다. 혼자만의 성장이었다면 로컬 모델을 구현하는 데에 과도한 캐시 버닝이 일어났을 거다. 하지만 미스터아빠의 모델을 정확히 이해한 사람들이 우리와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들의 정보망에 이야기를 퍼뜨려 입소문을 내 줬다.


미스터아빠가 가져가게 되는 수수료율을 알 수 있는지?


우리는 철저히 유통 전문 기업이지 수수료 플레이를 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좋은 가격에 매입해서 판매하는 거다. 상품을 공급하면서 1차 이익을 얻고, 락인된 고객이 재주문하도록 한다. 우리는 고객 이탈률이 0%이다. 슈퍼마켓에 기업형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플레이어는 전국에 미스터아빠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쪽 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아주 잘 아는 중간 유통상이라는 의미인가.


맞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은 벤더사를 통해서 공급받기만 한다. 플랫폼은 상품을 흘려보내면서 수수료만 얻으면 되는데, 그러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많이 발생한다.


대파 가격이 올라서 '금파'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 사실은 공급이 많아서 한 쪽에서는 파를 버리고 있고, 한 쪽에서는 그 파를 비싼 돈을 주고 먹는 사람이 있었다. 농산물 유통은 중간자에게 맡기는 게 아닌 다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스타트업이 기존 업계의 반발을 사는 경우도 많은데 대단하다.


그러니까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없던 자리를 채우면 저항이 없는데 이미 누군가 있는 자리에 들어가려고 할 때 생태계에서 저항이 온다. 그 없는 자리를 찾기 위해 개척 정신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파트너들의 반응이 좋을 것 같다.


하루에도 열두 번 '문을 닫을까? 내가 일할 나이가 지난 건가? 내가 마지못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건가?' 하던 분들이다. 이제는 젊을 때 동네에서 농산물 팔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고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하신다. '내가 우리 동네 사람들 반찬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생기는 거다.


꼭 언급하고 싶은 사례가 있다. 2022년에 거제수퍼마켓협동조합과 손잡고 우리 유통 모델을 도입했다. 2년 뒤에는 전국에서 배우러 올 정도의 성공사례가 됐다. 최근 행사에서 그 성과들을 공유해 주셨는데, 조합 이사장님이 발표하고 나서 눈물이 났다고 하실 정도로 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사례다.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신규 고객이 30% 늘었고, 특히 객단가가 15% 올랐다. 쌈 채소를 살 때 쌈장이나 마늘도 같이 사고, 샐러드 야채를 살 때 소스도 같이 사지 않나. 채소라는 게 '바스켓 세터'라서 객단가 상승 효과가 있다.



6. 동화되어야 받아들여진다는 메시지


왜 창업을 했는지 궁금하다. 시장이 보여서인지, 사명감 때문인지.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잘 맞았다. 어릴 때부터 남에게 물건을 소개하고 파는 걸 좋아했고, 취업도 영업 분야로 했고.


세상에 정말 다양한 길이 있는데, 그 중에 우리가 평생 생각했던, 크고 자동화되어 있고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마트 말고 전국 골목마다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슈퍼마켓의 길도 있는 거다. 이 길을 먼저 갈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 역할은 자신 있다. 저만의 색으로 이 길을 닦아 놓으면 또 하나의 업태가 돼서 후배 창업가에게도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매출이 탄탄하게 나오고 있는데 투자를 받은 이유도 궁금하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자신이 있었고, 지방에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면서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에 좀더 빠르게 진출하려면 전략적 투자가 필요했다.


1차 목표는 수도권 진입이었다. 원래 2025년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1년 앞당겨서 올해 하반기에 했다. 2차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지금 몽골 이마트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북미에도 영업소를 내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는 주로 미스터아빠의 B2B 농산물 유통을 다루었다. 실제로 농산물을 소싱해 슈퍼마켓이나 식자재마트, 식당에 판매하는 사업은 미스터아빠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미스터아빠는 오프라인 매장이나 일반 고객용 쇼핑몰 등 B2C 채널도 일부 운영하고 있다. 또한 농산물 가공식품 제조 및 판매, 소상공인 전용 IT 서비스 제공, 해외 수출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키워 나가고 싶으신지?


미국에 시스코(Sysco)라는 기업이 있다. 우리와 같은 ‘볼룬터리 체인’ 모델 기업으로서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 기업도 로컬 농산물 기반으로 성장해서 디지털 전환으로 규모를 키웠다. 이제는 미국 내수뿐 아니라 북미 시장까지 진출한 기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농산물 전문 유통 기업이 되는 게 꿈이고, 그 다음에는 저탄소와 지역 상생, 두 마리 토끼를 다 챙기고 싶다. IPO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 누군가 우리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M&A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방식을 택하게 되는.


규모의 경제나 자금력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함께 동화되어야 시장에 받아들여진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는 것처럼, 이 사업도 사회에 하나의 족적을 남기면 좋겠다.


미스터아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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