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에서 흘러나오던 라디오 속 DJ가 이런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인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참 매력적인 나라지요. 인도, 그런데 인도를 다녀온 여행자들은 거의 두 부류로 나뉩니다. 인도를 사랑하게 되거나, 인도를 혐오하게 되거나 전 인도를 무척 사랑하게 되었는데 말이죠."
왜 그 말을 듣고 인도에 가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궁금했던 것 같다. 나는 두 부류 중 어느 쪽에 속하게 될까?라는 꽤 막연한 호기심 말이다. 물론 당시엔 해외여행은커녕 여권도 없던 시절이라 인도라는 먼 나라의 이름이 그리 가깝게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꽤 오랜 시간 인도라는 여행지는 내 인생과 전혀 무관할 것만 같은 이름이었다.
그 막연한 두 글자가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된 건 2017년의 7월 어느 날이었다.
슬슬 휴가철이 다가오던 여름이었다. 회사에서는 휴가일을 빨리 정해달라며 재촉해 왔지만 더위에 약한 편이라 여름휴가 계획이라곤 그저 선풍기와 한 몸이 되어 먹고 자고 가 전부였기에 대충 아무 날이나 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뜬금없이 인도가 떠올랐다. 잊고 있던 꿈은 아니지만 그 날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떠오른 건지는 그때도, 지금도 모를 일이다. 그저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가볼지도 모른단 막연한 느낌이 느껴졌을 뿐이다. '그래, 인도를 가자'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다. 휴가일로 쓸 수 있는 8월은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고 8월에 인도행은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무리가 따랐다. 결국 회사 측에 겨울 휴가를 제안해보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그 제안이 수락되며 굉장히 즉흥적으로 결심했던 인도행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겨울 휴가 + 크리스마스 + 일요일을 꾸역꾸역 이어 붙여 6일의 여행일을 만들어냈다. 휴가일을 정하기 몇 달 전 타지마할에 가보고 싶다고 무심히 말하던 친구 S를 꼬드겨 동행인도 구했으며 원하는 날짜에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비행기 티켓팅까지 모두 일사천리로 마무리되었다.
즉흥적인 결심으로 이루어진 겨울 휴가 계획은 무엇하나 막히는 것 없이 술술 풀리고 있었다. 이쯤 되자 괜히 우쭐해져서는 '인도가 우릴 부른다~'라며 지금 생각하면 가소로운 김칫국을 한 대접 들이키고 있던 게 생각난다. 물론 그 가소로운 착각은 바로 다음날부터 처절하리만큼 박살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