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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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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윤 Aug 27. 2024

06. 또 하나의 전쟁터

프리랜서 마켓

통장 잔고는 계속 줄어가고 전화기는 조용하고

꾸준히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이력서 확인 알람만 뜰뿐 면접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 


퇴사 전 무슨 용기였는지 두 달 정도면 취업이 결정될 거란 굉장히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고작 퇴사 후 한 달이 되어갈 뿐이지만 내 예측이 오만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 오만함으로 백수생활을 위해 대비한 거라곤 생활비로 남겨둔 두 달치의 비상금뿐이었다.


이대로 넋 놓고 있을 순 없다. 머리로 고민하고 끙끙대고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생각만 하는 건 시간 낭비일 뿐. 결국은 행동만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바로 실행으로 옮겼다.


우선 주변에 내가 현재 백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소문내기로 했다. 유쾌하고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덥석 왜 관뒀다는 이야기부터 물어 살살 아물어 가던 상처가 다시 덧나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나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지인들이 한 두건의 단기 아르바이트 제안을 해주었다. 


하지만 백수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두건의 알바로는 턱 없이 부족했다. 역시 최후의 방법은 그것뿐인가 싶어 프리랜서 마켓을 찾았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지인들로부터 이 사이트에 등록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많이 들어왔었으나 회사 일 하나만으로도 허덕이고 심신이 지쳐 있을 때 퇴근하고 돌아와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고 계속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무시만 해왔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고 

마침 나는 자본금을 따로 들이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자(?)이고 밑져야 본전인 일이기에 우물쭈물할 틈도 없이 서비스 신청을 시작했지만 다음날 되돌아 온건 요건 부족의 비승인 메시지.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건가. 인생 쉬운 일이 정말 없구나. 다시 한번 부족한 요건들을 채워 승인을 받는 데까진 해결이 되었지만 막상 승인받고 이 사이트를 둘러보니 이 수많은 서비스 창 중에서 과연 내 서비스가 고객들의 눈에 보이기나 할지


직접 내 서비스 창을 찾아보려고 등록 순서로 뒤져 보았지만 어디에 그렇게 꽁꽁 숨겨 놓은 건지 등록순서대로 찾아봐도  몇 페이지 뒤에도 내 서비스창은 보이질 않았다. 뭐 큰 기대를 가지고 신청한 건 아니라지만 막상 마주한 프리랜서 마켓은 그야말로 총 없는 전쟁터였다. 그 안에 낡은 무기 하나 들고 어리바리하게 뛰어든 건 아닐지 프리랜서 경험 이래 봤지 지인들의 요청으로 했던 몇 번의 작업이 전부였는데 인맥의 끈도 없이 회사의 보호 테두리도 없이 스스로 영업하고 낯선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이 시장에서 풋내기인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러지 않으려 해도 앞에 그려지는 게 잿빛 앞날뿐인 건 내가 너무 부정적인 인간이라 그런 건가 


물론 자본금을 크게 투자하거나 원재료 값이 크게 들어가 손해를 두려워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심적인 부담감은 취업시장도 프리랜서 시장도 그저 막막하게 우뚝 선 히말라야 산처럼 거대하게 느껴지긴 매한가지였다. 원래 첫 거래까지가 시간이 걸린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이거 이거 취업이 여기서 일 들어오는 것보다 더 빠를 수도 있겠는데...


마음을 놓고 기대를 놓고 차분히 기다리자라고 마음을 수십 번 되뇌긴 했지만

매일 들락거리던 취업사이트 어플을 놓은 대신 이젠 이 프리랜서 마켓 어플 앞에 지문 각인이 찍힐 지경으로 들락 대고 있었다. 앞으로는 두 개의 전쟁터에 마음이 두배로 심란해질지 나눠서 다양하게 심란해질지 기대되는 한 편, 시시각각 변해가는 이 밥벌이 전쟁터 한가운데서 노병(우리 분야 취업시장 안에서의 취급)은 그저 마음이 졸여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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