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이비인후과, 치과들도 각각 자신에게 맞는 병원이 있잖아요? 선생님 스타일에 따라 다른 거라 맞는 선생님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정신과 자체가 많지 않고 이 병원 저 병원에서 계속 초기 검사가 귀찮고 자신의 이야기를 더 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맞는 곳을 찾아 헤맬 수도 없어요. 이 같은 문제는 심리상담센터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맞는 상담 선생님이 있지만 안 맞는 분도 계시거든요.
절박한 심정에 가는 환자들은 맞지 않는 병원임을 깨닫는 순간 발걸음하기 힘듭니다. 제게는 방문했던 정신과 의원이 그랬나 봐요. 검사 결과를 말씀해주실 때는 정말 도움 되고 토닥임을 받았는데, 이후에는 그저 약만 받아 가면 그만인 환자 중 하나의 취급인 느낌이었어요.
경험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근본적으로 깨달은 건 이겁니다. 헬스장을 가도 PT는 무적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 식단관리는 필수잖아요? 병원도 마찬가지로 선생님께 진료받고 약을 받으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전적으로 기대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바. 분명한 한계가 있고, 그걸 깨기 위해서는 주변의 선례나 경험담들의 여러 정보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죠. 물론 그걸 내 거로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긴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해결 안 되겠죠.
문제가 될만한 건, 이미 답을 정해놓고 가기 때문에 낫지 않는다고 느끼는 확증편향일 수 있다는 거예요. 분석은 하지 않고 이건 맞고 저건 틀렸다는 잘못된 판단 때문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거죠.
제가 우울증 카페도 가봤지만, 큰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이거나 ADHD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가입한 카페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도 심리치료사나 치료센터를 몇 년이나 다니신 분들 수두룩하지만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다거나 거의 변한 게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어요. 물론 그분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셨겠지만 실망하는 건 개인의 몫이 되니까요.
위의 문제가 우울증과 다른 걸 다룬다고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딱히 다른 것 같진 않아요. 병원에서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콕 짚어서 해결해줄 거라는 기대를 누구나 하니까요. 그게 깨질 때 확하고 실망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일단 우울증에 제일 좋은 건 초기에 약을 꾸준히 먹어주는 것과 산책을 꼽습니다. 그만큼 효과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수치가 아닌 환자의 체감상 효과가 없다고 느낍니다. 산책하러 나가고 싶어야 가는 거고 약도 먹고 싶어야 먹는 건데, 전부 하기 싫거든요. 대부분은 무기력증으로 인해서죠.
자의로 산책 가고 약 제때 먹는 분들이 소수더라고요. 대부분은 까먹기도 하고 전부 하기 싫어서 침대에서 종일 있는 경우가 대다수. 그러다 조금 괜찮아지면 일상생활해야 하는 것에 에너지를 다 쓰기 때문에 다시 원상 복귀되고요.
우울증은 병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강력한 타의에 의한 목적이 맞물려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이들이 있어서 이겨내야 한다고 목표를 잡아서 이만큼 해낸거지 혼자였다면 이미 세상 떠나고 없었을 것 같아요.
혼자있고 그런 목표가 없는데 어떡하냐?
어느 혼자 살고 계시는 분이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산책을 같이하는 챌린지를 보셨나 봐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좋아하는 유튜버와 같이하는 챌린지라 힘을 내신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몇 달을 넘기면서 자아 성찰 시간이 많아지고 자신의 상처를 보듬는 치유력을 갖게 되셨죠. 산책이 좋아진 만큼 우울증도 치료되셨대요. 뭐 자의가 반이고 타의가 반이라도 뚜렷한 목표가 생기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에 전적으로 의지하거나 기대하지 않기. 둘째, 타의에 의한 목표라도 세워 움직여야 할 것. 셋째, 초기에라도 약을 꾸준히 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