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북선생 Dec 01. 2022

너~무 귀한 자식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

내가 외동딸이 된 것은 국가의 한 자녀 정책에 따른 것이기도 했고, 형제 많은 설움을 느끼며 성장하신 부모님들의 한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셨음에도 엄마는 빨리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기도하고 기도하셨다고 했고, 그 시절에 아빠는 딸 하나면 끝이다를 외치며 나를 받아준 산부인과 의료진에게 음료를 돌리신 분이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그때 간호진에게 딸 낳고 이러는 사람 처음 봤다는 소리까지 들으셨다고 했다. 


하나뿐인 자식이니 당연히 부모님은 애지중지 하셨지만, 혼도 많이 났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까지는 잘못을 하면 회초리를 맞았는데, 한 집에 살던 조부모님도 내가 혼이 날 때는 한걸음 물러나 계셨지 감싸고 도신 적이 없었다. (매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내 기억에 학업과 관련해서 혼이 났던 것은 초등학교 때 독후감이 쓰기 싫어 베껴 쓰다가 아빠에게 걸렸던 일이다. 그때 아빠는 내 독서기록장을 박박 찢어 버리셨다. 그렇다고 마냥 엄격한 분만은 아니셨던 게 고등학교 때 내가 숙제를 집에 두고 왔다고 SOS를 요청하면, 내 학교와 회사가 가까운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 급하게 챙겨다 주시기도 했다. 물론 덜렁거리고 다닌다고 잔소리는 한 바가지로 들었지만 말이다. 아빠 성격에 내가 상습범이었다면 절대 안 들어주셨겠지만, 일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사고여서 들어주신 것이긴 했다. 


장황하게 내 이야기를 풀어댄 이유는 그만큼 나 역시 우리 집에선 너무도 귀한 자식이라는 것과 너~무 귀한 자식을 키우시는 A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매일 모든 아이들이 보는 영어 단어 시험. 중학생 A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독 많이 틀리는 아이 었다. A의 능력이 그만큼이 되지 못한다면 난이도를 조절해 주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A의 학교 영어 성적은 80점대 후반으로 아주 못하는 친구는 절대 아니었다. 많이 틀리는 이유를 확인해 보니 다른 아이들처럼 시간을 들여서 글씨를 써가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학원에 와서 시험 직전에 몇 번 눈으로 훑어보고 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당연히 완벽하게 암기가 될 리가 없었다. 결국 몇 번을 혼을 내다 못해서 담당 선생님이 A에게 틀린 단어를 쓰는 과제를 주셨다. 틀린 문제가 워낙 많으니 당연히 벌로 써야 할 단어도 매우 많았다. 그러니 곧 A의 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힘들어하니 그만 보내달라는데 우리는 도리가 없었다. 상황을 설명드리니 다음부터 열심히 하라고 시키겠다는 말씀만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A는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학생이었다.


A의 같은 반 친구들은 A가 어쩌다 정시, 혹은 정시보다 일찍 학원에 오면 신기해했다. 그만큼 A는 상습적인 지각생에 결석도 가장 많은 학생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이 A가 안 보이면 당연하다는 듯이 "걔 또 자나 봐요."라고 말하곤 했다. A의 학교는 학원과 가까워서 집이 먼 친구들은 하교와 동시에 학원에 들려서 가방만 두고 가고는 한다. 가방을 던져두고, 수업 시간까지 밖에서 놀기도 하고 무언가를 먹으러도 가고, 때로는 빈 몸으로 집에도 다녀온다. 그날도 그랬다. A는 학원에 가방은 던져두고 집에 갔는데, 정작 아이는 학원 문이 닫힐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학원 문을 닫고 퇴근을 하려던 내가 학원 앞에서 A의 아버님과 마주쳤다. A가 두고 간 가방을 찾으러 오셨다기에 다시 학원 문을 열고 가방을 내어드렸다. A의 상습적인 지각과 결석은 A의 부모님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학원에서 A가 늦을 때마다 그리고 빠질 때마다 얼마나 연락을 드렸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돌아온 답변은 학원에서 맥이 빠지기 충분했다. "오늘은 많이 피곤한가 봐요." "내일은 잘 챙겨 보낼게요." 그러나 반짝 이틀 잘 나오면 다시 원점이었다. A 아버님이 하신 말씀 중에 가장 맥이 풀렸던 말씀은 "아직 어리잖아요."였다. 초등학교 2학년이 아니라, 중학교 2학년이 학원 시간도 못 지킬 정도로 어린지는 모르겠다.


시험 기간이 되면 주말 보강이 잡히는데, 시험 전 주말 보강의 A의 출석률은 50%도 되지 않았다. 보강 수업이기 때문에 학원에서 출결 관련으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성적 상위권 친구들은 100% 출석하고, 다른 대부분의 아이들도 90% 출석을 한다. 시험을 목전에 두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집에 있어봐야 놀다가 부모님께 혼이 날 테니 잠깐이라도 학원에 나왔다가 들어가는 것이 났다고 생각들 한다. 그러나 A는 전혀 그런 거 같지 않았다. 이미 정규수업도 많이 빠졌으니 보강이라도 잘 나왔으면 하는 맘에 A를 나무래 봤지만, A는 다음에는 잘하겠다는 말만 하고 또 빠졌다. A의 성적에 당연히 영향이 갔고, 우리는 학부모 상담을 통해서 이 사실을 전달하였다. 그때에 돌아온 A부모님의 반응은 또 비슷했다. 중학교 2학년 내내 우리에겐 문제인 A의 행동들이 A 부모님에겐 문제가 아닌 듯 보였다.


가정마다 각자의 목표와 방향성이 있는 거고, 가치관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복하다면 문제가 될 일도 아니다. 그러나 A는 기어이 문제가 되고 말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도 A의 습관들은 여전했다. 지각과 결석은 더 상습적이 되었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떨어져 가는 A의 성적을 마주하고서야 A 부모님은 비상이 되셨다. 결국은 A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학원에 오셔선, A를 혼을 좀 내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A가 상담실에서 한참을 혼나는 사이, A의 아버님은 학원 복도를 서성이며 아이를 기다리셨다. 그날 결국 A 아버님이 학원에 남기신 말씀은 "제가 아이를 잘 못 키웠나 봐요."라는 회한의 말씀이셨다. 


이후로 A 부모님은 아이를 더 단단하게 훈육을 하시겠다고 다짐하셨다. 우리도 그에 부응하기 위해서 A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바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A는 또 지각을 하고, 또 결석을 했다. A는 여전히 숙제가 엉망이었고, 암기를 못했다. 당연히 학원 수업은 A에게 점점 더 재미없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A 부모님은 이 일을 걱정하며 아이를 혼내신다고 했으나, 결국에 돌아온 연락은 오늘 아이가 가면 좀 상담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중학교 3학년 아이는 쉽게 어른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것도 여태까지 멋대로 커온 아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귀한 자식을 매로 키운다고 했던 옛말.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아이들을 정말로 때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쉽게 대학 가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