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A 와 Z 지점 중 Z라면
죽음 이후는 아무것도 없다.
살아 있는 것, 살아서 하는 것이 전부다.
살아서 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만 한다.
덕이나 공로를 쌓고 자기 자신 피해 보다가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은
실로 멍청스러운 행위를 하고 끝난 것이다
Z지점 이후로는 아무것도 없는데,
티끌도, 의식도 존재조차 하지 않는데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데
굳이 왜 덕과 공로를 남겨야 하는가?
없어져 공허 속으로 아니,
공허 자체도 없는 無로 돌아가는 건데
우주가 시간의 시간을 거듭하여 팽창하다가
유용한 에너지가 남지 않아 어떤 물리적 변화도 없이
극도로 차갑고 어두운 상태로 남을 것처럼.
그렇다면,
지금 삶이 전부라면
죽더라도 이기적으로 살다가 죽은 사람들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남이야 못 살던 말던,
죽던 말던,
내 배 불리고 내 욕구 충족시키고
그거 방해하는 사람 있으면 제끼고.
죽음이 Z라면
그렇게 사는 게 정답 아닌건가?
(물론 그마저도 의미를 잃어버리겠지만)
죽음이 끝이라면
왜 굳이 남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인가?
죽어서 존재하지 못하여
의식도, 인식도, 삶을 들여다보는 매개인 감각도 없는
그냥 아무것도 없는데
뭣하러 가족을 위해 타인을 위해 사회를 위해 살아야만 한다는 것인가
죽으면 그냥 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