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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From Korea Oct 01. 2022

사업 - 황금알 아닌 일반알 낳는 거위 키우기

제갈량의 공성계, 불안한 눈빛으로 그걸 지켜보는 사마의

사업은, 황금알 아닌 일반알 낳는 거위 키우기

- 제갈량의 공성계, 불안한 눈빛으로 그걸 지켜보는 사마의


“사업가는 위험을 감수하며 모험을 즐긴다.”


종종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글쎄요...


파견·주재하며 비즈니스 거래 또는

정보 공유하며 접한 중동·인도·중국·한국 상인들,

특히나 자수성가한 사업가분들은 보통 달랐습니다.

언뜻 대범한 듯 보여도 실제로는 돌다리를 수차례나 두드립니다. 때론 답답할 정도로.


집요하게 위험을 해체하고 분석한 후에

목표 및 통제 범위 안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볼 때서야 다음단계로 나갑니다. 사업하는 내내 그렇습니다.


사업을 앞둔 누군가를 격려하기 위해 모인 자리.

당사자는 열의와 기대, 자심감으로 충만하고 ‘사업가, 위험·모험’ 단어가 연이어 나오면, 개인적으로 국가별 자수성가 사업가들의 사례를 들며 “공성계, 뭣이 중헌디!?” 얘기하곤 했습니다.


공성계(空城計)는 ‘성을 비우는 계책’을 뜻합니다. 열악하거나 급박한 여건에서 발휘하는 기발한 계책으로 활용되곤 하죠. 사업을 앞두고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사업할 때는,

‘어려움 속의 대범한 계책’으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오히려 그런 공성계는 경계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사업가들은 공성계를 항상 염두해 둡니다. 그러나 대범한 공성계를 펼치지는 않습니다.

뭔가 극적인 행위나 결과도 삼갑니다.


그들의 공성계는 대박을 좇지 않고

기본을 충실히 지키는 계책입니다.

대체 어떤 시각으로 공성계를 보길래 그럴까요?


올해 6월 6일,

우크라이나군이 공성계를 활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6월 4~5일에 걸친 세베르도네츠크(Severodonetsk) 시가전. 우크라이나군은 지뢰와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도심지에서 철수한 척합니다.


러시아군을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인 후 퇴로를 끊고 기습, 각개격파하며 러시아 장성 및 1만명 전사라는 승전고를 올립니다.


공성계를 인상적으로 활용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역사소설 삼국연의 속 제갈량이 꼽힙니다.


서기 228년 봄,

제갈량은 겨우 2,500명으로 작은 서성(西城)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여러 전투들에서 승리 중이었고, 위나라를 더욱 압박하기 위해 주력부대를 다른 곳에 보냈기 때문이죠.


그런데 예기치 않게 군령을 어긴 마속의 부대가 대패하면서, 갑자기 들이닥친 사마의 15만 대군을 마주합니다.

절대 약세에서 제갈량은 성문을 활짝 열고 성루에서 태연하게 거문고를 탑니다.


제갈량의 신중한 성향을 감안한 사마의는,

매복을 의심하여 공격을 포기하고 철수합니다.

그리고 제갈량의 촉나라 군대는 무사히 퇴각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성계는 작전상 후퇴의 위장전술로써

적을 유인하기 위해 도심지(성)를 비운 겁니다.

반면 제갈량의 공성계는 사마의 군대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없어도 있는 것처럼 보인 무중생유(無中生有)이자 허장성세(虛張聲勢)였습니다.


유비의 촉나라가 중심인 촉한정통론의 삼국연의에서 제갈량을 응원하며 보는 공성계는 감탄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사마의는 제갈량보다는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시각을 달리 보면 어떨까요?

사마의 입장에서는 위나라 황제의 명령에 따라

쳐들어온 촉나라 군대를 몰아내는 것이 기본 목표입니다. 제갈량이 신뢰하던 마속을 가정 전투에서 이기며

전세를 바뀌고 결국 막아냅니다.

만일 제갈량까지 잡으면 금상첨화, 최고의 결과죠.


성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제갈량의 공성계에 대해 연막전술임을 느끼면서도,

불안한 눈빛으로 그걸 지켜보는 사마의.

결국 성안으로 진입하지 않습니다. 침략군을 막고 나라를 지키는 기본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 거죠.

혹시나 들어갔다가 러시아군처럼 매복에 반격당하고 본인이 죽거나 사로잡히면 최악의 결과니까요.


중국 매체 선정 10대 명강사로 꼽히는 자오위핑 교수는,

그의 저서 ‘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에서

성을 공격하지 않은 선택에 대해

“최고보다는 만족을 택한다.”고 표현합니다.

‘대박 결과보다는 기본 목표 달성을 지향한다’고도 할 수 있겠죠.


제갈량의 공성계는 분명 대단할지라도

궁여지책이자 임시방편입니다.


반면 사마의는 상대를 철군시키고 영토를 보존하며 황명을 지키는 최우선 목표에 충실했습니다.

이후로도 사마의는 대박 욕심을 갖지 않습니다.

여섯 번의 북벌 시도, 육출기산(六出祁山)하는 제갈량을 계속해서 막아냅니다.

그리고 최후의 삼국통일은 위·진나라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실제 사업에서도 대박을 좇기보다는

기본 목표를 최우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음미할 만한 도박 격언이 있습니다.

“한 판의 큰 승부는 운이며 실력을 배신할 때가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은 판의 승부는 실력을 배반하지 않는다!”


영화와는 달리

고수는 기본적으로 한번에 대박을 노리지 않습니다.

각각의 작은 판을 버텨나가며 지속적으로 칩·돈·수익을 획득합니다.


사업 또한 운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대박 결과를 내려고 하면 안됩니다.

장기적으로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고 운용할 조직·자금·노하우·네트워크 등, 일종의 종합적인 기초 자산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사업의 근본틀이어야 합니다.


사업에서 매일같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없습니다.

혹여나 있다면, 그만큼 위험하거나 어떤 문제가 클 겁니다. 경쟁자가, 시장상황이, 경영환경이,

속된말로 언제까지나 꿀을 빨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통상 우리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그냥 일반알(기본 수익)을 잘 낳을 수 있도록

거위(기초 자산)에 집중해서 꾸준히 돌보고 키우는 것입니다.


만약 초반에 왠지 너무 잘된다 싶으면,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초심자의 행운은 영향을 주고받던 기존의 주변 환경·인물·태도를 가벼이 여기도록 하니까요.

본인을 크게 과신하도록 만드니까요.


파울로 코엘류는 그의 저서 ‘연금술사’를 통해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고 얘기합니다.


어느 순간 황금알을 낳으면,

그냥 운좋게 선물 받은 겁니다.

다시 일상적인 거위 돌보기·키우기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매번 황금알을 기대해도 문제고

더욱이 한방을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른다면 말하나 마나죠. 어쩌다 사업상 큰 수익 나는 순간이 온다면,

역시나 한번의 선물로 감사히 여기고 바로 기초 자산 유지·발전에 집중해야 합니다.


공성계로 다시 돌아가보죠.

“공성계, 뭣이 중헌디!?”


제갈량에게서는

급박한 순간의 차분하고 담대한 대책에서 감탄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사마의에게서는

냉철한 절제와 목표 지향성을 통해 사업의 근본을 잊지 않는 교훈을 얻습니다.


충만한 기대감으로 사업준비하는 분들은 한번 짚어 볼 부분입니다. 자신감은 갖되 냉철한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업을 앞두고 명심할 공성계는

극적인 결과를 위한 특출난 계책이 아닙니다.

대박·대성(大成)의 욕심을 비우는(空) 겸허한 공성(空成)을 통해, 근본에 공(功)을 들여 이루어(成) 나가는 꾸준한 공성(功成)입니다.


냉철한 열정으로

자산·거위를 키워나가며

수익·일반알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겸허한 목적 지향적 설계, 그것이 사업상의 최우선 공성계입니다.



*** 이데일리 칼럼 기재 후,

     보다 자유롭게 정리해 둔 브런치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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