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버펄로 이야기 01
미국에서 한 달, 첫 2주간 큰 아이가 사는 <찐 주민 추천, 워싱턴 D.C. 근교 여행>에 이어, 이제 둘째 아이가 살고 있는 <나의 버펄로 이야기>로 넘어온다.
| 그리운 버펄로
뉴욕주 버펄로! 나에겐 특별한 이름이다. 금방 헤어져도 또 보고 싶은 애인처럼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아련한 옛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난다. 과거와 미래,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버펄로와 첫 인연은 20년 전, 방문교수로 시작됐다. 뉴욕에서 전공실무 경험을 위해, 뉴저지에 2~3년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가, 다시 버펄로 돌아와 강의교수로 5년 정도 살았다. 난 대학에서 강의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남편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아이들과 함께 신앙을 다진 도시다.
이후 둘째 아이가 살고 있어서, 뉴욕 맨해튼에 이사 가서도,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해마다 버펄로를 찾는다. 이제 버펄로는 20년 지기 절친이 되었고, 안 보면 보고 싶은 그리운 이름이 되었다. 우리 가족에게 버펄로는 이야기와 추억이 끝없이 이어지는 미국에선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 되었다.
| 버펄로 만나러
워싱턴 D.C. 에서 버펄로까지 약 700km (450 마일), 자동차로 7, 8시간, 자동차에 몸을 싣고 하루 종일 달려 버펄로를 만날 수 있다.
큰아이가 사는 D.C. 에 2주간 머무는 동안 마지막 3~4일간, 버펄로에서 D.C. 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둘째 부부와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버펄로를 향한다. 큰 아이의 배웅을 받고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벌써 둘째네가 앉아있다. 남편은 아이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우린 뒷좌석에 자리를 잡는다. 이제부턴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오랜만에 가족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시간이다.
늘 그렇듯, 달리는 자동차 안은 우리 가족의 작은 거실이 된다. 가족이 서로의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 차창 밖 풍경만큼이나 다채로운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미주알고주알 그간 밀린 이야기부터 세상만사가 다 주제다. 아버지 힘들다고 아들이 계속 운전하는 자동차는 휴게실에 잠깐 들르고, 산 넘고 강 건너 끊임없이 달린다. 창밖의 풍경이 바뀌는 동안 대화도 함께 흘러가고 그 속에서 따뜻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버펄로에 도착,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평안함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가족이 자주 찾던 식당에 들러 저녁 식사로 다시 버펄로의 첫날을 맞이한다. 식탁 위에는 음식보다 더 진한 추억의 향기가 피어난다. 아이들과 함께 할 2주간, 다시 새록새록 쌓아갈 새로운 시간들이 기다려진다.
| 추억 찾아, 버펄로 구석구석
계획을 세워본다. 집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그리운 나이아가라 폭포를 시작으로, 자주 들렀던 미술관과 미술관 옆 호수 공원, 미술관 건너 근무했던 대학 캠퍼스, 예전에 살던 동네와 아이들이 다녔던 학교, 아이들과 신앙을 다졌던 교회, 동네 공원, 단골 맛집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마음이 닿는 대로, 가족의 추억이 어린 곳들을 구석구석 찾아보련다.
아이들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며 성도들과 따뜻한 인사도 나누고, 아이가 새로 근무하게 된 직장도 찬찬히 걸어보며, 아이들과 또 새로운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보련다. 언젠가 돌아보면, 이 순간이 가족을 한층 더 가깝고 끈끈하게 만들어준 추억으로 다시 기억될 것이다.
| 뉴욕주 제2의 도시, 버펄로 (City of Buffalo)
버펄로는 뉴욕주에서 뉴욕시 다음으로 큰 도시다. 뉴욕주 서부에 자리한 버펄로는 이리호와 온타리오호가 만나는 나이아라강과 캐나다 국경에 접하고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으며 한때 이리운하를 중심으로 번성한 미국 북동부의 산업도시였으나, 현재는 교육·의료·예술 중심 도시로 변모했다.
도시의 중심에는 뉴욕주립대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SUNY) 플래그십 중 하나인, 연구중심대학 University at Buffalo(UB)가 자리하고 있으며, 또 다른 주요 대학 Buffalo State University (BSC)가 있다. 버펄로 AKG 미술관, 셰이즈 공연예술센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마틴 하우스 등으로 대표되는 예술과 건축의 도시다.
겨울에는 호수효과 눈(Lake Effect Snow)으로 유명하고, 버펄로 빌스(NFL)와 버펄로 세이버스(NHL)의 연고지로 스포츠 열기도 뜨겁다.
워싱턴 D.C. → 메릴랜드주→ 펜실베이니아주→ 뉴욕주 버펄로까지 700km, 자동차로 7시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