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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버펄로 아침

뉴욕주 버펄로 이야기 02

by 서울반희

고요한 버펄로 아침


피곤했나 보다. 잠을 푹 자고 나니 몸이 가뿐하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아침, 아들. 며느리도 아직 출근 전, 조용조용 아침을 준비한다.


늘 그렇듯 아침은 음식 솜씨가 필요 없는, 대신 오색찬란한 야채와 과일 등을 고르게 준비하면 끝이다. 남편이 미국에 오면 유독 좋아하는 노랗고 말랑한 스위트 콘(우리나라 초당 옥수수와 비슷)을 삶고, 4개의 둥근 접시에 야채와 과일 등을 잘 씻어서 색깔 맞추어 고르게 배치한다.


빨강 토마토, 주황 파프리카, 노랑 옥수수, 초록 브로콜리, 하양 노랑 삶은 계란, 너트, 치즈, 요구르트, 우유, 그리고 미리 내려놓은 시원한 더치커피. 아침 식사는 꼭 챙겨 먹는 남편이 먼저 깨어나 반색한다. 아들. 며느리 점심으로 냉장고를 뒤져 밥, 불고기, 샐러드, 과일 등 골고루 챙겨 도시락 가방에 넣어 둔다.


아이들이 일어났나보다. 요 며칠 워싱턴 D.C. 여행과 버펄로 이동으로 몹시 고단할 터,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접시에 놓인 아침을 도시락으로 재빠르게 옮겨둔다. 아이들은 도시락 두 개씩 챙겨 들고 차고에 있는 각자의 자동차에 올라 손을 흔들며 부랴부랴 출근한다.


아침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중산층 백인들이 주로 사는 미국의 전형적인 교외 주택가, 무성한 숲 속 나뭇잎에 아침 햇살이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앞 잔디마당에 놀고 있는 다람쥐, 지저귀며 뛰노는 이름 모를 새들, 자전거 타는 꼬맹이, 강아지와 산책하는 이웃들, 영화 속 장면들이다.


남편과 다이닝룸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식사하며,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며... 모처럼 여유를 만끽한다. 멀리 숲 속 휴양지에 나온 느낌이다. 미국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이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흐는 것 같다.




버펄로 첫날 아침, 고요한 동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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