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버펄로 이야기 03
그 겨울의 하얀 추억
버펄로 첫 여행지는 언제나 나이아가라 폭포다. 살 때나, 떠나 있을 때나, 다시 찾을 때나, 새로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곳, 이곳은 같은 봄도, 같은 여름, 같은 가을, 같은 겨울도 없다. 하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나를 반겨주는, 나의 폭포 나이아가라다.
20여 년 전,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 도착한 첫날. 지도교수와 첫 미팅을 마치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장 먼저 찾았던 곳이 바로 나이아가라였다. 그 겨울, 하얗게 얼어붙은 얼음을 깨고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의 거대한 숨결을 기억한다.
이후 수없이 많은 계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버펄로에 살던 시절엔 집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 사시사철 찾아왔고, 이 도시를 떠난 뒤에도 매년 한 번은 꼭 들렀던 곳, 나의 나이아가라 폭포다.
| 나의 폭포, 나이아가라
나이아가라는 자연이 가진 압도적인 힘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체험하게 하는 감동의 무대다. 폭포의 물결은 하나의 거대한 곡선을 이루며 장관을 만들어낸다. 그 굉음은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린다. 흰 물보라가 햇살을 받아 무지개를 만들 때면 우리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잔잔히 흐르던 강물이 예기치 못했던 낭떠러지를 만나 거친 포효를 질러대며 거대한 폭포를 만들어 낸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평온하게 흐르던 시간이 갑자기 거센 풍랑을 만나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을 맞이하고, 상상조차 못 한 일이 벌어지고... 그 속에서 우리는 부딪히고, 흔들리고, 때로는 무너진다.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며 강물이 되어 다시 유유히 흐르곤 한다.
종종 나의 폭포를 찾아가, 마음속의 소용돌이를 거대한 폭포 줄기에 함께 흘려보내곤 했다. 그는 지긋이 눈을 마주하며 손을 꼬옥 잡아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속 마음을 알아주며 달래주었고 잔잔한 위로를 건네주며 다시 평온한 일상에 합류하도록 찬찬히 이끌어 주었다.
나이아가라는 내게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그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벗이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소리로, 같은 모습으로, 한결같이 나를 마주했다. 나이아가라를 본다는 것은 거대한 폭포를 보는 일이 아니라, 물소리 속에서 자신을 다시 듣는 일이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 그것이 결국 삶이라는 걸 이곳이 가르쳐준다.
|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북미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 있는 북미 최대의 폭포로,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 남미 이구아수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수량이 많고, 이구아수 폭포는 너비가 넓으며, 빅토리아 폭포는 높이가 높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북아메리카 오대호 이리호 (Lake Erie)에서 하루에도 수십만 톤의 물이 나이아가라 강(Niagara River)을 따라 온타리오호(Lake Ontario)로 흘러들며 형성된 거대한 폭포다.
캐나다 쪽의 호스슈 폭포(Horseshoe Falls), 미국 쪽의 아메리칸 폭포(American Falls), 그리고 그 사이의 브라이덜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 세 갈래의 물줄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듯 굉음을 내며 쉼 없이 쏟아져내린다.
캐나다 쪽에서는 폭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미국 쪽에서는 폭포 가까이 다가가 물보라를 직접 맞을 수 있다.
| 20년 전, 그 겨울의 하얀 추억
| 2007년 그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