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버펄로 이야기 12
예전 대학에서 강의할 때, 퇴근길이나 점심시간 마음이 동할 때면, 길 건너 미술관을 지나 이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곤 했다.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델라웨어 공원, 그 공원의 빛과 그림자는 새롭게 조성된 미술관 유리벽에 그대로 스며든다. 미술관에서 흘러나온 예술의 감각은 다시 공원 산책길 위에 잔잔하게 흩어진다. 자연과 예술이 서로의 여백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 세계적 조경가 옴스테드 설계, 델라웨어 공원
델라웨어 공원은 미국 조경 건축가인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 (Frederick Law Olmsted, 1822~1903)가 설계했다. 그는 1857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시 센트럴 파크를 설계했고 10년 후에 이 공원을 디자인했다.
델라웨어 공원은 141만 6천 제곱미터의 널따란 부지에 호수와 동물원, 극장이 자리하고 아름다운 산책로가 길게 펼쳐있다. 골프 코스, 야구장, 농구장, 풋볼 경기장, 축구장 및 럭비장도 자리한다. 공원 둘레에는 박물관과 대학이 접해 있다. 북쪽에는 <버펄로 역사박물관>, 공원의 서쪽 경계에는 <버펄로 AKG 아트 뮤지엄>와 <버펄로 스테이트 뉴욕주립대 (BSC)>가 함께 하고 있다.
미술관 옆에 자리한 호이트 호수는 이 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아침이면 물안개가 호숫가를 감싸고, 오후엔 나무들의 긴 그림자가 잔디 위로 드리운다. 생명이 탄생하는 봄의 연둣빛, 아름다운 여름의 깊은 초록, 가을의 형형색색의 단풍, 겨울의 은빛 정적까지, 계절의 흐름은 이곳에서 유난히 또렷하게 구분된다.
델라웨어 공원은 버펄로가 가진 고요한 품격과 오래된 아름다움이 가장 잘 응축된 공간이다. 조경가 옴스테드가 그린 곡선의 리듬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시와 자연이 서로를 이해하듯 조용히 만난다. 이 공원은 단순한 녹지나 휴식처를 넘어, 버펄로가 변화의 세월을 견디며 지켜온 아름다움과 예술이 조용히 만나는 휴양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 기억 속 따뜻한 풍경
수업 준비로 머리가 복잡한 날이면, 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바라보고, 바로 옆 공원으로 나와 찬찬히 걷다가, 벤치에 앉아 고요한 호수를 응시하다 보면, 마음속 켜켜이 쌓인 먼지가 천천히 가라앉곤 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강의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학생들 교육과 아이들 양육 부담도 덜어주며, 삶의 리듬을 제 페이스대로 다시 회복해 주던 곳이 바로 이 공원이다.
델라웨어 공원은 나에게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버펄로를 사랑하는 나에게 추억의 압축 파일 같은 장소다. 버펄로에서 보낸 세월 속 잔잔한 추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원이다. 조용히 걷거나 벤치에 멍하니 앉아 바람만 맞아도 마음이 묘하게 정돈이 되곤 했다. 도시의 소리와 자연의 호흡이 절묘하게 섞여, 평온함과 여유로움을 선사하는 나의 소중한 공간이었다.
델라웨어 공원 + AKG 아트 뮤지엄 + 대학 캠퍼스가 함께 이어진 따뜻한 풍경이 마음속에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