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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라에서 좋은 계절만 골라 사는 방법
눈매가 서글서글한 이 미남자가 씨익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일단 주의가 환기된다. 알아듣기 쉬운 영어 발음으로 핵심적인 내용을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 전달하는데 어찌나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지 듣다 보면 저절로 몰입이 되어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듣게 된다. 듣다 보니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이 "어디, 어디가 맛집이라는 것이 구먼"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피식 웃다가 엘리사한테 왜 웃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이 사람들 정말 열정이 대단하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르헨티나 피가 흐른다고 한다.
이 친구 죽돌이가 분명한데, 낄낄빠빠를 제대로 한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한데, 여럿이 있을 때는 존재감이 뚜렷하다. 아침을 안 먹는다고는 하지만 family 식 아침 회식하는 자리에는 참석해서, 베이컨이 어떻다는 둥, 지난번에는 그래놀라가 없어서인지 스태프들이 엉뚱한 걸 넣었다는 둥 열변을 토한다. 일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방에서 나올 때는 늦은 오후고 오후에 일찍 들어가는가 하면 밤에 부스럭거린다. 뭐하는 녀석인가?
어느 이른 오후에 또 슬며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는 녀석을 목격하고는, 궁금증으로 눈의 크게 뜨고 "으잉??" 하는 느낌으로 묻는다. "맥스! 너는 리모트 워커니? 아니면 여기 휴가와 있는 거니?"
"응, 둘다야, 내 회사는 프랑스에 있는데, 나는 일 년에 5개월은 발리에 와 있어, 내가 워낙 서핑을 좋아해서 말이야", "이거 봐 봐" 하면서 본인의 서핑보드를 가리킨다. 긴 것, 짧은 거, 중간 것, 음, 많이 갖고 있구나. "응, 그렇구나" 하고 납득했다.
Co-working space라고 하는데, 일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Viktor라는 스웨덴 친구가 나름 제법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그나마 근무 시간이 나보다 짧다. 다른 사람들은 잠깐 있나 보다 하면 없어진다. 한국인의 근면성이 최강이라고 해야 할까? 진짜 사람들 일 안 한다. 모여서 일하는 시간은 잠깐이고, 한국 사람인 나만 혼자 일하고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또 어느 이른 오후에 맥스가 서핑보드를 들고 와서 바람이 안 좋아서 서핑이 별로 였다고 Shit을 연발한다. 보드를 풀에 텀벙 던져서 앞뒤로 씻더니 사람 쓰는 타월로 잘 닦아 내서 케이스에 넣는다. 저래도 되는 건가 싶지만, 아무렴 어떠랴,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교육받고 자란 것도 아닌데. 그러다 보니 불현듯 또 궁금해진다. 아니 어떤 회사가 저렇게 5개월을 놀멍 쉬멍 내버려 두는 걸까? 아니 혹시나 자기 회사라도 그렇지, 어떻게 5개월 동안 관리를 안 해도 회사가 돌아가는 것일까?
맥스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공용 부엌에 작업장을 차렸다. Financial Times를 들여다보고 있다. 궁금하기도 하고 어떻게 저렇게 남들과 다르게 사는지 궁금해서 안 물어볼 수가 없다.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맥스, 뭐 좀 물어봐도 돼? 어떻게 하면 동시에 두나라에서 살 수 있어? 너는 생업이 뭐야? 비결이 뭐야?"
아차! 맥스의 열정의 스위치를 켜 버렸다.
너어무~ 너무 길다.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맥스는 아르헨티나 시민권, 영국 시민권, 프랑스 시민권도 갖고 있단다.
2. 영국 금융회사, 은행들에서 15년간 근무했다. 교통체증과 수많은 사람들, 공해 등이 넌덜머리가 난다. 본인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 묻혀서 살고 싶은 사람이란다.
3. 결혼하지 않았고 애도 없다. 아직, Yet
4. Information overload의 시대에 FT 같은 전통 매체들은 너무 많은 기사, 평론, 코멘트를 내보낸다. 그걸 다 읽을 시간이 누가 있느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사실 Fact에 너무 많은 의견, 해석이 달린 기사가 많다. 스포츠 기사까지 묻혀서 독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든다. Information overload, distraction.
5. 맥스는 3년 전에 succinct라는 회사를 시작했고, 국제금융시장의 참여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미디어와는 달리 Fact 중심의 간결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논평은 제공하지 않는다. 콘텐츠가 킹이다. 앱으로만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Fact, Content is King, Mobile only.
6. 직원은 몇 명이야? WhatsApp 은 7명이야, 몇 명이 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고객에게 그런 걸 알려줄 필요도 없어. 아르헨티나에 앱을 만드는 개발팀이 있지만, 콘텐츠는 거의 맥스가 혼자 만든단다. 관리 대상이 적을수록 관리 업무가 작아진다.
7. 회사는 프랑스에 있다고는 하지만 제네바하고 인접한 곳에 있다. 자랑스레 보여주는 사진에는 눈 속에 파묻힌 간결한 건물이 하나 보인다. 맥스는 사무실에 갈 때 스키를 타고 간다고 한다.
최종 요약은 이렇다. 국제금융시장의 참여자를 위한 간결한 시장 소식을 전달하는 유료 앱 서비스를 하는 맥스는 겨울에는 스노우보드를 즐기며 스위스에 근접한 프랑스 산속에서 근무하고 여름의 5개월 동안에는 발리의 해변가에서 서핑을 즐기며 근무한다.
멋지다. 벤치마킹 대상이다.
Succinct 는 현재 유럽 몇개국 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다음 단계의 목표는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아시아에서 서비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Succinct의 한국 서비스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연락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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