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읽고
이 책의 서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산업도시 울산.’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울산이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 기준으로 계속해서 1위를 지키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전적으로 타당한 수식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울산은 다양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연구개발과 설계 기능이 수도권으로 옮겨 가 말단 생산기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정규직의 임금은 오르고 있으나 주요 대기업이 신규 정규직 채용을 하지 않고 사내 하청에 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노동자의 숙련도가 정체되고 있다. 또한 청년과 여성을 위한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아 이들이 울산을 떠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양승훈 교수는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면서 거제도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논픽션인데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형식상으로 보면 이 책은 그 책과 비슷한 주제를 다른 도시로 확장한 책이다. 그렇지만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전시킨 책이라 그런지 학술서적으로서의 느낌이 더욱 강해 전작에 비해 읽기 수월한 책은 아니었다.
비록 어렵게 읽어나가긴 했지만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면 표지에 나와 있는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라는 표현과 부제인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고임금을 지급하는 ‘보통 사람의 일자리’를 바탕으로 ‘노동자 중산층’ 모델을 약속했던 울산의 현실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 다른 산업도시의 현실은 더욱 암울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동자는 높은 임금과 복리후생을 보장받고 기업은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보장받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전략을 제시한다. 책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대기업과 노동자들이 갈라서서 자신들만의 길을 간 이유가 어느 정도 보이기 때문에 이 전략이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과 울산이 가지는 위상과 역할을 생각할 때 지금이라도 울산의 미래 전략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이고,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는 충분히 크다고 생각한다.
* 제목 사진 출처: https://news.unist.ac.kr/kor/unist-magazine-2016-autumn_curious-sto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