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멱을 감으면서 완전한 해방감을 느꼈다
지난 2018년, 여름휴가철을 맞이하여 제주도로 피서를 떠났다. 아름다운 곽지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했다. 중년의 나이에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물속에 몸을 맡기고 온몸으로 놀이에 열중했다. 개헤엄으로 멀리 수영해 가기, 물속으로 잠수하여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멀리까지 수영해 가기 등 어린아이가 되어 맨 몸뚱이로 물놀이를 즐겼다. 중학교 시절 이후, 수십 년 만의 일이었다. 어린아이들과 뒤섞여 온몸으로 바닷수영을 즐기면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그러다가 배영으로 물 위에 떠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실구름이 군데군데 떠있는 파란 하늘을 느긋하게 바라다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천국이 아닌가?”.
이 순간, 모든 것을 잊고 바닷물에 몸을 던져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이 천국이 아닌가?
중학교 졸업 후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런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는데 그토록 오랜 세월을 희생해야 했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물속에 뛰어들어 바닷물 수영을 즐겼다.
이 시기에 나는 삶의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 1년 전 여름에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가끔씩 찾아왔던 두통이 이번에는 유독 심하다. ‘두통이 있다면 신경과’ - 지나가던 버스광고에 이끌려 신경과를 찾아갔다. 과연 이제까지 일반내과 진단과는 다른 명쾌한 답이 나왔다. 뇌 CT사진을 토대로 의사는, “뇌하수체 선종으로 의심됩니다. 악성 암은 아닌 양성종양입니다.” 그러고는 근처 대학병원에 가서 MRI 등 정밀검사를 받고, 수술받으라고 권했다.
수술을 집도한 신경외과 의사는 8일 정도면 퇴원하여 다시 출근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헌데 수술이 문제가 생겨, 전신마취 후 6시간에 걸친 수술을 또 한 차례 더 받아야 했다. 결국 3주나 병동에 누워있어야 했다. 이일을 계기로 나는 삶의 우선순위를 전면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이 땅에서 내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순간에라도 삶을 마감하고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엄연한 진실을 내 문제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나는 늪에서 수영을 배웠습니다. 차가운 물속을 헤엄쳐 나갈 때면 미끄러운 물고기 알이 등 위를 스쳐 지나가고 키가 큰 물풀들이 팔다리를 휘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나는 늪에 진흙이 있어 좋았고, 촉촉하고 미끈거리는 진흙 속에 몸을 푹 담갔다 솟구쳐 올라 하늘 높이 진흙 냄새를 풍겨내곤 했어요. 내가 살고 싶은 이상적인 삶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답니다. 50대가 된 지금 나는 이제 그런 경험, 온몸이 짜릿해지는 그 느낌을 다시 맛보고 싶어요. 바람직한 삶이란 늪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아요. 모든 것을 마음속 깊이 음미하는 것, 그게 바로 바람직한 삶이랍니다.” 책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에서 따온 글로, 50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미국 하이테크 회사 중역의 소회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최고의 삶이란 사회경제적인 성공이나 세계 일주 등 모험을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행복이란 ‘늪에 몸을 담그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온몸으로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을 즐기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이 해, 바닷물 수영과 함께 스키 세계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직장에 스키 동호회가 있어 실내 스키장에서 강습을 받는 행운을 누렸다. 3년 전부터는 시즌권을 끊어 본격적으로 스키를 즐기기 시작했다.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 눈 덮인 설원이 나의 놀이터가 되었다. 나만의 리듬에 따라 춤을 추고 뛰어노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슬로프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파노라마 전망은 스키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시선은 사방 수십 킬로미터 거칠 것 없이 뻗어나간다. 마치 높은 하늘에 올라 천하를 바라다보는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평생학습관, 국민체육센터, 도서관, 문화원 등에 방문해 보세요. 수영, 댄스 교실 등이 열려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물속에 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삶에 즐거운 활력소를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