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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원진 May 30. 2024

타임아웃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누리며 살라

직장인도 안식년을 떠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2018년 10월. 임기가 5개월 남은 상태에서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1년 정도 안식년, 또는 타임아웃을 갖기로 했다.  일단 집어던지고 떠나기로 했다.      


뇌종양 수술을 받다. 병상에 누워있으면서 죽음이 먼 데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1년 전에 뇌하수체 선종 수술을 받았다. 양성종양이라 항암치료까지는 필요가 없었다. 문제가 발생하여, 전신마취 상태에서 6시간에 걸친 긴 뇌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아야 했다. “1주일이면 퇴원해서 정상출근 할 수 있어요.”라고 호기롭게 말한 주치의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게 실수였다. 재수술까지 받고 퇴원하는 데 결과적으로 꼬박 3주가 걸렸다. 


중환자실과 신경외과 병동에 누워있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나의 삶도 언제 어디서 끝날지 모른다는 엄연한 진실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어스름 해질 무렵 죽음이 찾아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때문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시작할 기회는 늘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라고 한 니체의 말이 계속 뇌리에 머물렀다. 언제까지고 사무실에 자신을 갇혀두고 삶을 낭비할 것인가?    

 

  

제주 올레길 걷기 여행을 떠나다. 올레 10코스 사계리 해변에서 시지프스를 소환하다

사표를 던지고, 일단 제주도로 갔다. 한 달 일정으로 올레길을 걸으며 사색도 하고,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찬란한 햇살이 내리쬐는 사계리 해변을 따라 걷는 것으로 시작했다. 올레 10코스 중간지점이다. 거기에 뜨거운 태양과 푸르른 바다, 그리고 올레길을 품은 백사장이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시지프스가 떠오른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그러나 이 세상의 모습을 다시 보고 물과 태양, 따뜻한 돌들과 바다의 맛을 보자 그는 지옥의 어둠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수차례에 걸친 소환, 분노,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시 여러 해 동안 그는 둥글게 굽은 만과 눈부신 바다 그리고 미소 짓는 대지를 보며 살았다.” - <시지프 신화> 알베르 까뮈     



올레걷기축제 뒤풀이 무대에서 마주한 틴틴파이브 이동우 씨의 인생역경

때마침 ‘올레걷기축제’가 있어 합류했다. 축제 2일 차에, 종점인 서귀포칠십리공원에 뒤풀이 무대가 열였다. 이날 특별히 틴틴파이브 출신 이동우 씨가 무대에 올랐다. 틴틴파이브는 1993년 ~ 2010년까지 활동했던 5인조 가수그룹이다. 노래와 함께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놀랍게도 희귀 질환 때문에 시력을 잃게 되었다 한다. 자신에게 덮친 삶의 시련, 이 거대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덤덤하게 털어놓았다. 이제는 아내와 소중한 아이들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우 씨는 인생에서 시력이라는 매우 큰 것을 잃어버렸지만, 삶에서 훤씬 더 큰 보물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과 감사하는 마음. 이날 이 자리에 함께 한 것에 감사한다.    


 

유럽여행길에 올랐다. 꼬르도바 유대인지구에서 동화 속 낯선 나라 산책을 하고,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중세 시대 이슬람 무어인들의 숨결을 느껴보았다

2019년 6월에는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3개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 체코 프라하를 7 – 9일씩 머물며 여행했다.  

마드리드에서는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하몬, 즉 소금에 절여 건조한 돼지의 다리 고기를 맛볼 기회를 잡았다. 하몬을 천장에 거꾸로 주렁주렁 매달아 둔 선술집 ‘하몬박물관’을 찾아 들어갔다. 생맥주와 함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우리도 한껏 빠져들었다. EBS 세계테마기행 스페인 여행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꼬르도바에서는 수많은 식당, 카페, 선술집, 은 세공품 판매점 등이 늘어서 있는 ‘유대인지구(judaria)’ 골목길을 산책하는 일 자체가 즐거움이다. 건물은 흰색으로 깔끔하게 색칠해 놓았고 창틀 밖은 화사한 꽃으로 장식해 놓아 단연 눈길을 끈다. 불현듯 동화 속 낯선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남부 안달루시아 여행의 백미는 단연코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이다. 어린 시절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듣곤 했다. 이 기타 연주곡으로 해서 지구 반대편 낯선 나라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중년의 나이에 지구 반대편에서 8,500킬로미터 이상을 날아와 궁전 뜰을 걷고 있는 것이 기적 같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도시 체코 프라하. 스트라호프 수도원, 브레브노프 수도원 맥주집에서 본 고장 맥주에 거나하게 취하고 나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45일 긴 여행에서 생기와 활력을 되찾아 돌아왔다. 몇 달 동안은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여행은 나 자신에게 베풀어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대학교수, 성직자들이 즐기는 안식년 제도, 일반 직장인도 누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책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Repacking your bags)」에서 저자는 은퇴기간을 인생의 말년에 몰아놓지 말고 토막토막 나눠보라고 제안한다. 안식년 제도를 우리도 삶에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안식년이란 대학교수들이 7년마다 1년씩 갖는 공식적인 휴가제도다. 재충전을 위해 주어지는 휴가다. 안식년 제도를 대학교수나 성직자들만 즐기라는 법은 없다. 5-10년 직장생활을 한 다음, 6개월에서 1년 정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안식년 후에 돌아갈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학교수나 성직자와 다른 점이긴 하다. 안식년 기간 동안 삶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해보거나 여행, 독서 등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누리며 사는 ‘진짜 삶’을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추어 사는 가짜 삶을 계속 살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행복을 위해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하라. 

직장을 퇴사한 상태라면 과감하게 안식년을 떠나라. 다음 직장 구하기 전에 이참에 아예 떠난다. 태국 치앙마이, 독일 베를린, 포르투갈 리스본 등 디지털노마드족들이 손에 꼽는 도시에 가서 살아보라. 지구별 각 도시가 가진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반드시 국외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도 많은 지자체가 다양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포항의 죽도시장이나 통영 중앙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회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긴 안식년 내기가 힘들다면, 한 달 살기, 1주일 살기라도 해보라. 휴직계를 내거나 쌓아놓고 쓰지 않고 있는 연가를 사용하면 된다. 돌아와서 한동안 야근이나 주말 초과근무를 해야 할 지라도 말이다. 재충전하고 나서 삶에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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