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원진 Jun 09. 2024

취업이직 8. 굳게 버텨라.그리고 뜻밖의 횡재를 노려라

취업 이직 성공비결 8. 굳게 버텨라. 그리고 뜻밖의 횡재를 노려라

때론 삶이 나를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으로 불러내어 축하해 주기도 한다. 

강한 무대 조명이 집중되고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잔뜩 기대를 품고 모여있다. 우리가 할 일은 최대한 많은 기회를 발굴하여 도전하는 것이다.      



23년 전 밴쿠버 공항에서 일어난 일 

지난 2001년 4월 20일 금요일 밤이었다. 1주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때 나는 퍼킨엘머라는 미국계 생명공학기업에서 세운 한국지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디트로이트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밴쿠버로 향했다. 밴쿠버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에어캐나다 여객기로 환승할 예정이다. 이날 출발지에서 이륙이 늦었다. 이어 목적지에 1시간 연착할 거라는 기내방송이 나왔다. 문제는 이 때문에 환승 시간이 매우 촉박해졌다는 것이다. 23분 내에 국내선 터미널에서 국제선 터미널로 이동해야 한다. 갑자기 몸속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치솟기 시작한다. 혹시라도 비행기를 놓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거대한 터미널을 가로질러 헐레벌떡 뛰어갔다. 


마침내 탑승구에 도착하니 문 닫기 직전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겨우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예약한 것은 이코노미 클래스이었는데 내가 받은 것은 비즈니스 클래스이었다. 잠시 후, 사태를 파악했다. 그렇다고 승무원에게 좌석을 바꾸어 달라고 항의하지는 않았다. 금요일이라 한국으로 돌아가는 승객이 폭증했다. 그 결과, 오버부킹으로 좌석이 부족해졌고, 항공사에서 늦게 헐레벌떡 뛰어온 여행자에게 인심을 쓴 것이다. 덕분에 나는 등받이가 180도로 펼쳐지는 넓고 편안한 좌석에서 귀빈 대접을 받았다. 

방금 전까지 비행기를 놓칠세라 불안에 떨며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거기에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횡재가 있나! 

자, 이제 세상살이 모든 근심과 걱정은 잊고 이 순간을 즐기는 거다. 인천공항까지 11시간 30분을 느긋하게 즐기는 거다. 늦은 기내식에 와인까지 곁들이니 세상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기회란 무엇일까? 99%의 고된 노력이 단 1%의 행운과 만나는 순간이다

‘밴쿠버 공항에서 나를 맞아준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은 이후에도 모습을 달리하여 이따금 내 삶에 나타났다.

2016년 3월, C경제자유구역청 면접장으로 가는 길. 특별한 면접이다. 합격은 이미 정해졌다. 나는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예정된 장소로 향했다. 2차 관문인 필기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나 하나였기 때문이다. 다른 지원자 두 명은 필기시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말끔히 포장된 고속도로 지름길은 아니었다. 구불구불 꺾이고 울퉁불퉁한 길을 돌고 돌던 중에 홀연 듯 여기에 도달했다. 지난 3개월 여 기간에 수많은 냉대와 수모를 겪었다. 10개 기관에 문을 두드렸다. 분야를 달리하여 지원했던 두 곳에서는 서류전형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경력을 쌓아온 외국인투자유치 분야에서는 5곳에서 면접까지 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3곳은 내정자가 있었다. ‘기존 직원이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조직에 잘 융화해서’ 등등의 이유로 신임을 받은 경우다. 어느 곳에 선가는 공기관이 자행한 취업 사기 덫에 걸려들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애초에 가망이 없는 곳에 가서 들러리만 서 준 꼴이었다. 토익시험을 치르기도 했으나, 10점이 모자라 지원을 접은 일도 있다. 이 모든 고난을 겪고 드디어 마지막 종착지다. 이날은 면접에 참석만 하면 합격은 보장된 자리였다. 3일 후쯤, 공식 ‘최종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이때에도 면접 일정이 두건 추가로 잡혀 있었다.            


뜻밖의 횡재

O경제자유구역청 면접을 위해 인천 송도로 향했던 때가 생생하다. 몇 년 전, 1월 찬 바람이 거센 겨울 아침이었다. 지난밤 수도권에 폭설이 쏟아져 일부 교통이 마비되고, 일대 혼란의 도가니였다. 당일 아침 눈은 그쳤으나 강한 바람이 여전했고, 날씨는 거칠었다. 혹시라도 파티의 주인공이 참석하지 않을까 우려했는지 이른 아침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폭설이 쏟아져서 날씨는 거칠지만 반드시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2013년에도 이곳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었다.  오늘 면접 참석자는 단 한 명이다. 재공고까지 했음에도 자격요건 문턱을 넘은 사람이 더 없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8명이나 되는 분들이 밝은 미소와 함께 나를 맞이해 주었다. 합격은 이미 면접 이전에 결정된 일이었고, 이날 면접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이때는 이직을 결정하고 단박에 다음 자리를 결정한 유일한 사례였다. 세상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일어난다.          



때때로 삶은 레드카펫을 깔아놓고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렇듯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선물을 안겨준다. 밴쿠버 공항에서 에어캐나다 항공사가 내게 베풀어준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처럼, 때론 삶이 나를 화려한 무대로 불러들이곤 한다.. 우리는 그저 실패와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기회를 찾아내서 도전하면 된다. 

굳게 버텨라. 그리고 뜻밖의 행운을 노려라

이전 07화 취업이직 성공전략 7. 보이스피싱하는 공기관도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