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이직 성공전략 7. 살다가 예기치못한 복병을 만나더라도 웃어넘겨라
재취업을 위해서 최대한 많은 기회를 찾아내어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특이한 일을 겪기도 한다. 거절과 냉대는 각오한다. 그런데 공기관이 펼쳐놓은 보이스피싱 덫에 걸려들기도 했다. 살다가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더라도 그저 웃어넘겨야 한다.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넘어가야 한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가시권으로 놓고 여기저기를 노크하다 보면, 이 작은 땅덩어리 내에서도 암암리에 작동하는 심리가 보인다. 바로 지역주의다. 대놓고 공공연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지역인재에게 자리를 줘야지. 외지인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 없다’ 고 생각하는 것이 느껴진다. 가뜩이나 산업과 일자리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지방은 소외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적은 일자리는 이 지역 출신에게 줘야지 하는 심리다. 지역 인재만을 채용하겠다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지역에서는 한술 더 떠서 순진한 외부 지원자를 이용해 먹으려 한다. 공기관에서 서슴없이 보이스피싱 전화를 하는 것이다.
2016년 1월, 눈에 불을 켜고 채용 기회를 찾고 있던 와중에 새로운 공고를 발견했다. J도청 투자유치직이다. 기이하고 독특하다. 채용공고문 - “접수방법 : 방문접수. 1차 시험(서류전형) 합격자 :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통지 / 2차 시험(면접시험) : 1차 시험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통지 / 최종합격자발표 : 최종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통지” 일정과 합격자 발표 등 채용과정의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이곳은 무언가 순수하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최 측이 마음대로 농간을 부릴 수도 있도록 해 놓았다. 이미 방문접수와 함께 우편 접수가 일반화되었는데도 여전히 방문 접수만을 고집한다. 더구나 서류전형 결과조차도 ‘합격자에 한해 개별통지’라니, 면접에 참석할 지원자가 몇 명인지 알 수도 없게 만든 것이다.
합격하더라도 가서 편히 근무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히 버려야 할 기회로 판단했을 것이다. 하나, 당시에는 일단 의심을 유보하고 지원해 보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라도 이 경험에서 배우는 게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당시 살고 있던 대구에서 이 도시로 가는 길에 기차는 없다. 운전해서 가던지 시외버스로 가야 한다. 시외버스만 왕복 6시간 걸리는 긴 여정이다. 시외버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전원풍경을 감상하며 원서접수하고 왔다. 면접장에 가서야 지원자가 두 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 면접을 마치고 며칠 후 J도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 통지’ 해 주겠다고 했는데, “합격자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담당 공무원은 이어, “며칠 후에 재공고가 나올 것이다. 다시 지원해도 된다”라고 이해하기 힘든 계획을 덧붙였다.
더욱 해괴한 일은 이런 어설픈 보이스피싱에 내가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원서접수와 면접을 위해 두 차례나 더 먼 길을 다녀오는 수고를 들였다. 두 번째 면접에 가서야 사기임을 깨달았다. 첫 번째 면접 때 왔던 분도 거기 와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는 두 명이 전부가 아니었다. 제3의 인물이 등장했다. ‘최종 합격자에 한해 개별통지’ 한다고 했기에 누구를 채용했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공공기관이 위계를 사용해 지원자를 농락했다는 것만은 명백해졌다.
우선, 감사원에 신고했다. 신고를 계속 밀고 나가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담당 6급 공무원을 처벌받게 한다. 1차 관문은 감사원 설득이다. 사실 입증을 위해 진술서 추가 작성, 기관 방문 면담을 해야 할 것이다. 수주에서 수개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잠시 고민했으나, 이는 무가치하고도 희망 없는 일이라 결론 내렸다. 불쾌한 일이었지만, 그냥 웃어 넘기기로 했다.
갈 길이 바쁜 상황이었다. 바로 2주 후에는 다른 기관 행정법 필기시험이 있다. 또한, 그 사이에 새로운 채용공고도 나왔다. 찌질한 것들에 대한 원한(?)은 버리고 다른 기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세상은 다양한다. 한쪽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을 도입하는 곳이 있다. 불공정 시비와 특혜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면에 위계로 농간을 벌이는 공기관도 버젓이 존재한다.
내게 손해를 끼친 사람이 있더라도 피하거나 잊어버려야 한다. 기회를 주어 고맙다고 감사할 필요까지는 없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불쾌한 경험에 발이 묶여서 모든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잊어버리고 다른 기회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