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있던 자리가 나왔는데 자격요건이 까다로워 아예 지원할 수 없다. 또는 경쟁이 치열해서 번번이 낙방한다. 취업 활동을 하다 보면 흔히 겪게 되는 일이다. 이런 때에는, 경력에 비해 다소 낮은 직급이라도 도전해 보라. 일단 관련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 다음, 상위 직급에 오를 수 있는 경력요건을 쌓아가세요. 눈을 낮추어 낮은 직급에 도전하여 나는 직장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기업체에서 부장, 이사까지 했는데 공무원 5급은 되어야지!”
임기제공무원 채용면접에 다녀보면 목격하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 5급 사무관이나 4급 부이사관 면접에 오는 지원자 수가 6급 행정주사 때보다 훨씬 많다. 적게는 5-6명에서 최대 10명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6급 자리에는 3-6명 내외가 일반적이다. 공직에서 5급 사무관은 일반 기업체에서 이사, 상무급이다. 일반 기업체에서 차장, 부장, 또는 이사로 일하다 퇴직했기에, 경력직 공무원에 도전한다면 5급이나 4급이 합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기회가 6급 자리보다는 5급 자리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흙 창에 서서 별을 바라본다.
월급쟁이들의 꿈은 단연코 대표이사 사장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과장이지만, 경력사다리를 타고 꾸준히 올라가서 언젠가는 나도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도달할 것이라는 희망. 여기에 고속 승진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은밀한 희망을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미래를 준비해 간다. 토익성적을 더 올리기 위해 저녁과 주말에도 학원 문턱을 드나들며, 경영학석사(mba) 학위 취득을 위해 1-3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심지어 직장을 퇴사하고 와튼스쿨 등 해외 유명 MBA 코스 유학길에 오르기도 한다.
승진의 기회가 없는 곳으로 가라
주변이 온통 고속 승진 신화에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서, 승진의 길을 버리고 수평이동, 심지어 하향이동의 길을 택한다는 것은 차라리 신선하다. 경상남도 거창고등하교 강당에 걸려있다는 직업선택 10 계명을 소환해 본다. “승진의 기회가 없는 곳을 택하라.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버릴수록 행복해진다 – 디드로 효과
대만 작가 장원청은 그의 책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에서 ‘버릴수록 행복해진다 –디드로 효과’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충고한다.
“현대인들은 매일 피곤해한다. 몸에 짊어진 무거운 짐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갈망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 쓸모없다는 것을 깨달으라. 우리는 마음에 드는 직장을 얻은 후에는, 넓고 호화로운 집을 갖길 바라며,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 싶어 한다. 그러나 처음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그저 밥을 먹고 살 정도의 직업을 찾으려고 했던 것 아닌가?”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끊임없이 팽창하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무한대로 부풀려진 욕망을 하나하나 분해하여 제거하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며 내가 가야 할 길을 더듬어 보았다.
위태로운 사라리를 한 계단 오르기보다는 수평이동하라
책 「다 쓰고 죽어라」에서 저자 스테판 M. 폴란은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은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동시에 책임을 져야 하는 지위에 오르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자리로 수평이동하라고 충고한다. 위태로운 사다리를 한 계단 더 오르는 것보다는 수평이동하면서 자신의 업무영역을 넓히고 전문성을 키우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편이 직장에서 오래 살아남는데 더욱 바람직할 수도 있다.
수년의 개인사업을 접고 회사생활로 복귀하기로 결심하다
지난 2013년, 나는 개인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다시 가동하여 바이오산업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다. 대신에 다른 분야로 가기로 했다. 한데 이것이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제약업계와 공공기관에 문을 두드렸지만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개월 동안 30여 개 이력서를 보냈는데, 겨우 세 군데서 면접에 오라 연락을 받았을 뿐이다. 그나마 면접에서 퇴짜를 맞았다.
기회는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당신이 문을 두드리면 기회는 온다
그러던 중,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하이브레인>에 올라온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O경제자유구역청에서 외국인투자유치 분야에서 일할 임기제공무원 채용하는 것이었다. 직급은 5급. 외국인투자유치 분야에 일해본 경험이나 전문지식은 없었지만 일단 지원해 보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여 다섯(5) 쪽 분량의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했다. 운 좋게도 서류전형을 통과하여 면접에 초대받았다. 비록 최종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 일이 이후 재취업 노력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드디어 절호의 기회가 등장했다
그 해, 10월 하순에 4개의 채용공고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연이어 나왔다. 외국인투자유치 분야에서 일할 임기제 공무원직이다. 다만, O경제청 때와는 달리 6급과 7급 자리였다. 고민이 시작된다. 5급 채용기회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한 두 직급 낮추어서라도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외국인투자유치직은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청과 광역 시도에서 주로 뽑는다. 기회는 많지 않다. 또한, 언제 채용 기회가 나올지 예측하기도 불가능하다. 비슷한 시기에 4건의 채용기회가 나온 것이 어쩌면 내게는 대단한 행운이다. 이 기회를 그냥 넘겨 버릴 것인가?
도전에는 항상 유효기간이 있다. 때를 놓치면 아예 기회는 사라진다
선택과 도전에는 항상 시간적인 제약이 따른다. 시간이 무한정 허락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송진구 교수는 그의 책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에서 시간의 신 카이로스의 충고를 전한다.
“인간들아 너희가 나를 잘 알아보지 못하도록 앞머리를 덥수룩하게 변장을 했지만 너의 중에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팔을 뻗으면 나는 언제든지 너희에게 잡혀줄 수 있다. 그런데 너희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놓치면 나는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다. 나는 기회라는 시간의 신이다.”
행복한 삶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공에 만족하는 것이다. 적절한 수준 이상의 승진은 바람직하지 않다. – 피터의 원리
냉정한 시선으로 나 자신을 살펴보았다. 먼저 지원 분야에서 쌓은 근무 경력이 전혀 없다. 또한, 사회생활 공백이 1년도 아닌 여러 해에 이른다. 5급 팀장직에는 다소 무리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에 기필코 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직급은 양보하고 일단 발을 들여놓아야겠다고 판단했다.
4개 기회에 모두 지원하였고, A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최종합격 통지를 받았다. 마침내 회사생활에 다시 발을 들여놓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직급을 조정해서라도 원하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으라
때론 자격요건이라는 벽에 막혀 응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직급을 조정해서 낮은 직급이라도 찾아 도전하라. 일단 관련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경력을 쌓아 나간다. 3-5년 경력과 전문성을 키워나가면서 상위 직급에 오를 기회를 살펴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