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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머리유교걸 Oct 24. 2021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세상의 수많은 정들과 정(情)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확실히 맞는 말 같다.

어릴 때는 모난 돌이 맞는 정이 「돌에 구멍을 뚫거나 돌을 쪼아서 다듬는, 쇠로 만든 연장」으로만 생각했다.

'조금 더 둥글어져야 해, 뾰족뾰족한 것은 좋지 않아.'


시대가 변해서인지,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지,

지금은 모난 돌이 맞는 정이 정(情)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의 예민함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확실히 '모난 돌은 정(情)을 맞는군!'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10년 전 청소년 사회복지사로 일을 할 때, 당시 팀장님이

"너 같이 낯가리는 사람은 사회복지 사하면 안돼."라는 확언을 주셨다. 이 말 한마디가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무척 충격적이었나 보다.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는 말은 동의한다. 막 만난 사람에게 물색없이 친한 척 들이대지 못하고, 눈치 없이 남의 사생활을 캐내지 못한다. 그리고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기 전에는 말을 가리고, 상대를 살핀다.

하지만, 낯을 가리는 사람이 사회복지사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은 동의하지 못하겠다. 스스로가 많은 것을 갖고 있거나, 내보여줄게 많은 사람은 훅 치고 들어오는 누구에게든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난 많은 청소년들은 그들 스스로가 내게 곁을 내주기로 마음먹기 전까지는 첫 만남에서 상대가 갑자기 깊이 들어오려고 하면 더욱 물러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정이 아닌  정(情)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당시 팀장님의 말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더 이상 청소년 관련 사회복지를 하지 않았고, 낯을 가려도 문제 삼지 않는 일들을 했다. 그리고 '낯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기 위한 노력도 했고 충분히 성공했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니긴 하다)


겉보기엔 충분히 둥글어졌어도(물론, 내 생각이다) 내 안의 뾰족함이 나를 공격할 때, 주위에서 휘둘러주는 정(情) 덕분에 모난 나는 둥글어진다.

많은 사람이 모난 스스로를 발견했을 때 정(情)을 맞아 조금 더 스스로에게 둥글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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