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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프리 Tokyofree Feb 05. 2024

2. 프리랜서

짧은 제목이 주는 처절하고 아름다운 통찰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작은 사이즈의 책. '실용 총서'라는 시리즈명에 맞게 정한 크기인 걸까?



우연히 독립 서점에서 만난 책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건대입구역 근처의 어느 독립 서점이었다. 난생처음으로 독립 서점에 가보았던 것인데 기존에 다니던 대형 서점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퍽 마음에 들었다. 높은 천장에 밝은 톤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던 서점 내에는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들도 종종 보였지만, 역시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사장님의 취향을 드러내는 처음 보는 책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내 눈에 탁 들어온 책이 바로 노정태 작가의 '프리랜서'이다. 일반 책 크기의 절반정도 되는 크기에 전체 87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콤팩트한 책. 어찌 보면 한 권의 책이라기보다는 다른 책의 부록에 가까운 분량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단숨에 집어든 이유는 아마 내가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프리랜서


나는 현재 IT 프리랜서로 7개월째 일하고 있다. 아쉽게도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주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고 있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집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형태의 프리랜서는 아니다. 그래도 나름의 장단점이 있어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 정말 대중의 인식 그대로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의 입장에서 작성된 데다 특히 '문화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프리랜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때문에 내 입장에서 100% 딱 맞게 입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짧은 프리랜서 생활 동안 느꼈던 고충들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정리해 보겠다.


책의 제목도 심플하지만 목차도 그에 못지않게 심플하다. '하청, 마감, 도구, 보상, 소외' 프리랜서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제대로 짚는 목차 선정이다. 이 중에 '하청, 마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프리랜서는 결국 하청업자다


하청. 흔히 큰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이 일을 수주하여 처리할 때 하청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인다. 이는 형태만 작게 줄이면 일감을 주는 클라이언트와 결과물을 내주는 프리랜서의 형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런 프리랜서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결과물이다. 이는 직장인들도 비슷하겠지만 보통 프리랜서는 결과물을 내는 방식, 사용하는 도구, 일하는 시간, 때로는 장소마저도 자유롭다. 오로지 약속된 시간 안에 약속된 퀄리티의 결과물만 건네주면 된다. 일하는 방식, 도구, 시간, 장소 모두 제약, 감시받는 직장인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만큼 결과물의 중요도가 우선시된다. 직장에서는 내가 만약 일을 다 처리하지 못했더라도 인사고과가 조금 깎일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이어받아 일을 같이 완성시켜 준다. 모르는 게 있다면 물어볼 선후배들도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에게 그런 것들은 없다. 자유에 따른 책임이 강하게 따라온다. 그렇기에 결과물, 완성된 결과물이 중요하다.



마감을 지키는 것은 프리랜서의 기본이다


이어지는 마감. 누구에게든 결과물 이야기를 할 때는 마감 이야기를 빼먹을 수 없다. 시간이 무제한 있는 상태에서 결과물을 가져오라 말한다면 어지간히 어렵지 않은 이상 누구나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일에는 항상 마감이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프리랜서와 관련된 '닐 게이먼 벤 다이어그램'이야기를 해준다. 다소의 의역을 보태 적자면 닐 게이먼이라는 사람이 2012년 런던예술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말로 '실력, 사교성, 마감 셋 중 두 개를 가지고 있다면 프리랜서로 먹고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에 결국 실력과 사교성은 마감에서부터 자라나는 것이며 특히 경력이 얼마 없는 초짜 프리랜서일수록 마감, 마감, 또 마감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작가가 강조하는 대로 마감이라는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프리랜서에게 실력과 사교성이 피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프리랜서의 매력과 단점


작가는 책의 초반에 프리랜서가 꿈이라고 말하는 청년에게 처음에는 취직을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다. 프리랜서는 분명 직장인에 비해 자유로운 매력이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내가 생각해도 첫 커리어를 프리랜서로 시작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딘가에 취업을 한다는 것은 그 회사에서 일거리를 주고 직원들이 수행하여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일을 따오는 것부터 수행하고 완성하는 것까지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거기에 더해 특히 처음일수록 미숙하기 마련인데 회사에 들어가면 나름의 커리큘럼과 선후배 관계로부터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나도 차라리 다른 회사에 들어가 몇 년 정도 커리어를 쌓고 난 후에 프리랜서로 다시 돌아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것은 이정표 없는 길을 걷는 것과 같다. 헤멜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은 분명 비용을 치르고 서라도 자유가 주는 달콤함을 얻고 싶다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겠다. 만약 당신이 프리랜서를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현실적인 고민을 해 봄이 어떠한가?




책 추천


-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프리랜서를 꿈꾸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 나와 같은 프리랜서라면 책장 한편에 꽂아두고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한 번씩 들춰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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