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지인들과의 술자리 중에 이런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ㅇㅇ씨는 왜 연애를 안 하세요?"
나는 요즘 시대에 놀랍진 않지만 그래도 흔치는 않은 30대를 앞둔 모쏠이다. 그런 내게 이따금씩 듣는 저 질문은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에 대한 답변은 질문을 들을 때마다 달라지는데, 그날의 답변은 이러했다.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 저라는 사람은 너무 복잡하고 특이한 것 같아서요. 그런 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수많은 이유들 중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생각을 두서없이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상대의 답변이 꽤 무서웠다.
"에이, 제가 보기에 ㅇㅇ씨는 무난한 편인데요?"
타인이 나를 바라볼 때는 여러 벽이 있어서 결국 내가 내비치고 싶은 모습이 투영되어 보인다. 아마도 그래서 일 것이다. 스스로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는 이유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나의 그런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한 후에도 동일한 답변을 받는다면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에도 여러 번 감정 기복이 느껴지고 가끔은 스스로조차 이해하기 힘든 말과 행동을 하는 탓에 나를 이해하는 것도 버겁다고 느낀다. 그런데 그마저도 무난한 편이었다면 그보다도 복잡한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사람이 수행하기는 너무 힘든 숙제이지 않을까?
인간관계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배웠는데, 그렇지 않아도 난해했던 인간관계가 더욱 어렵게 다가왔다.
"하하, 글쎄요. 그럴지도 모르죠.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네요. 연애."
순간 들었던 여러 생각을 일축하고 멋쩍은 듯 반응했던 그 대화 속에서 스스로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역시 나란 녀석은 꽤나 복잡하고 특이한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