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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 remember Apr 25. 2023

삶의 굴곡 한가운데.08

중국으로_02

8. 명숙이의 북송     


명남이와 명희가 한국으로 떠나고, 나는 손녀 재희, 손자 성운이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순흥치와 나는 손자손녀들을 돌보면서 오순도순 지냈다. 순흥치와 함께 농사도 짓고 장사도 하며 지내는 세월은 너무도 평화로웠다. 덩달아 살림도 폈다. 배 곪을 걱정을 않는 것뿐만 아니라 돈을 모을 수도 있었다. 살림이 핀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알았다. 이전에 먹을 것도 없어 두만강을 건너고 중국에서 떠돌이 생활을 했던 것이 아득한 옛날로 느껴졌다. 이제껏 내가 지낸 세월 중 이렇게 마음 편히 지냈던 적이 있었던가?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이상할 만큼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이렇게 서로의 거처가 정해져갈 즈음, 다시 비극이 찾아왔다. 첫째 딸 명숙이의 북송 소식이었다. 명숙이는 중국 남편과 살던 중 아이를 뱄다. 명숙이는 해산 즈음 북으로 돌아가서 아이를 낳고 싶어 했다. 그렇게 첫 아이를 낳아 데리고 왔고 두 번째 아이를 또 다시 북으로 가서 낳고 중국으로 돌아오는 도중 공안에게 붙들렸다 한다. 해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몸이라 도망치는 게 여의치 않았을 터였다. 북에서 왔다는 사람을 만나면 언제나 명숙이의 소식을 묻곤 한다.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생사조차 알지 못한다. 팔이 잘린다면 이런 마음일까. 다리를 잃으면 이런 마음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명숙이의 소식을 찾아 헤매는 것뿐이었다. 어딘가 하나가 잘못된 채로 세월은 하염없이 흘렀다. 



*구술사의 신변보호를 위해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가상의 것으로 대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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