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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 remember Jul 06. 2023

삶의 굴곡 한가운데.04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2. 살아보니 」


    이제까지의 세월을 돌아보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재미나게 사는 것만이 제일이었다. 그동안 날 괴롭게 한 이들도 여럿이었지만 애틋했던 이도 몇 있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얼굴도 보지 못한 아버지. 유치원 가는 것도 보지 못하고 떠난 어머니. 젖만 몇 물렸을 뿐인 명선이. 그리고 북송된 명숙이. 한국에서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명남이와 명희, 손녀 재희와 손자 성운이. 술만 마시다 떠난 북한 남편, 구타하기 일쑤였던 첫 번째 중국남편 파위성. 그리고 그리운 두 번째 중국남편 순흥치. 남자와 여자가 만나든, 부모와 자식이 만나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지만 그 동안의 연을 생각하자면 기쁜 일도 더러 있지만 안타까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명숙이와 6개월간만을 보낼 걸 미리 알았다면 살아있을 적 더 아껴줄 일이었다.

     

   

    죽음은 이미 내게서 아끼는 이들을 여럿 앗아갔다. 어쩌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날 적 이런 마음이셨을지. 명숙이와 이렇게 허망하게 헤어질 줄 알았다면 함께 했을 적 더 잘해줄 것을. 하지만 나랏일이라는 게 개인의 사정을 봐주질 않는 법이다. 명숙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가. 누군가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기에 빈 가슴을 칠뿐이다. 순흥치와 같이 서로 사랑하고 아끼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지기도 했다. 순흥치는 내가 한국으로 가겠다고 하자 아무 말도 없이 돈만 건네주었다. 그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지금은 한국에 있지만 나는 언젠가 순흥치 곁으로 갈 것이다. 그와 함께할 것이다. 이제 밀입국을 해도 감옥에 가 강제노동을 하지는 않는, 굶어 죽지 않는 자유로운 대한민국에 있다.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하고픈 대로 하고 살고픈 대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원치 않는 이와 숨죽여 살기보다, 내가 함께하고 싶은 이, 함께 살고 싶은 이 곁에 머물 것이다. 




*구술사의 신변보호를 위해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가상의 것으로 대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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