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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인생 May 10. 2024

독일 워홀을 위해 코딩 공부 중인 부부

해외로 떠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며칠 전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30대 초반 부부가 나온 영상이 떠서 보게됐다. 둘 다 택배 일을 하다가 현재 독일 워홀을 위해 코딩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 하도 만류를 하길래 아마 응원을 받으려고 나온 것 같은데, 서장훈이 하도 뼈를 때려대서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나가게 됐다.


보면서 몇 가지 만감이 교차했다. 

영국에 온지 1-2년차의 나라면, 


"부딪혀보세요. 그 나이 땐 고생도 사서 한다고, 막상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요. 무조건 나와서 경험하세요!"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저렇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영국 생활이 길어진 지금은 참... 해외 생활이 한국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그렇게 파라다이스같은 곳만은 또 아니라서. 



결국은 인생 현 시점에 어떤 점을 가장 가치있게 생각하고 추구하고, 어떤 점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이 두 부부가 현재 생각하는 바는 괌이랑 독일 여행을 가본 후 일이 끝난 후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워라밸이 지켜지는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삶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지 않나 싶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워라밸이 잘 지켜지는 편이고, 독일은 한 달 살이로 여행은 해보았지만 일하며 살아보지는 못해서 잘은 모른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권리가 꽤나 높고 잘 준수된다고 알고 있다. 미혼이 아닌 부부에게는 여러 감세 혜택도 있어서 세금도 덜 낼 수 있고. 


이런 측면에서는 부부가 원하는 직장만 구한다면야 만족스러워할만한 조건이지만, 한국과 달리 높은 월세에 낙후된 시설 및 느린 서비스, 초반에 독일어를 배우며 개발자로 자리를 잡기까지의 고생은 꽤나 힘들 것이다. 영어권 국가도 아니고 독일어를 새로 배워야하니. 


하지만 베를린같이 국제적인 도시에서 산다면야 영어로도 무리없이 살 수 있겠다. 임금 수준이 뮌헨 등 바바리안 지역 도시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잘 융합될 수 있는 곳이 마음이 더 편하기도 할 것이다. 


한국에서 택배를 한다고 주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은근한 무시를 받아서 개발자가 되어 독일에 살면서 남 시선 신경 안쓰고 멋지게 살고 싶은 마음도 백분 이해가 된다. 


나도 영국에서 공부 후 워홀 비자로 변경하러 한국에 들어왔을 때, 주변에서 다들 만류를 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도 취업에 고생 고생을 하는데 언어도 제대로 안되는 니가 가서 어쩌려고 하느냐. 운 좋게 취업을 하긴 했지만 고생은 많이 했던 것 같다. 


가끔씩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말하는 


"아무리 오래 살고 현지어를 해도 이 사회에 융합되진 못할 것 같아요. 결국은 이방인이거든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나라에 융합되어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란 생각이 종종 드는데, 시민권을 획득하고 투표를 하고 국가 서비스 및 혜택을 누리고 사는 그 이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국에 사는 많은 서남아시아 및 중동계 이민자들은 본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그곳에 살면서 고향 언어를 사용하고, 고향의 문화를 지키며 영국 문화에 노출될 기회가 없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몇 년을 살아도 고향에서처럼 행동하고 생각해서 영국인들과 불찰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세계인들이 본인에게 더 맞는 삶과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 다른 국가로 이주하여 사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재, 굳이 일일히 따지면서 너는 이방인, 나는 현지인 이렇게 가르거나, 영국인처럼 살려면 영국인같이 사고하고 행동해야 돼!라고 강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정말 성공하고 싶어서 상류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매너 습득 차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면. 


더 길게 생각하면 과연 이 사회에 융합되어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들기도 한다. 일부 이민 1.5 및 2세대들이 결국은 본인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이곳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결국은 "Where you originally come from?" 그래서 너 어디서 왔니.란 질문을 들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부연할 수 없는 사실은, 영국이나 독일에서 외국인들은 경력만 있고 조건만 맞는다면 취업을 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다양한 편이다. 한국에서 만약 외국인이 취업을 한다면 영국보다 다양하진 않을 것이다. 언어 장벽 및 문화 장벽 등으로 인해서. 


말이 길어졌지만,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결국은 부부 둘이 결정을 내릴 것이고, 현재 열심히 코딩 공부를 하며 취업 준비에 만반을 다하고 있는 것 같으니, 화이팅해서 꼭 잘 해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마 서장훈이 격하게 얘기한 것도 좋은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며 한 말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저런 말들을 듣거나, 질투, 분노 등이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때가 많으니 말이다. 나만해도 빡치는 상황이 생기면 그때부터 더 열심히 할 때가 있더라.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 

https://youtu.be/90O0-urSlW8?si=p-B7jhTVqjBXy0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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