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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레나 Sep 18. 2022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

주관적인 리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광고는 언제나 나의 관심을 끈다.

'리플리'나 '캐치미이프유캔' 같은 사기 관련 영화는 늘 흥미로웠다. 'Inventing Anna'는 뉴욕 상류층을 상대로 사기 범죄를 저지른 한 애나 소로킨에 대한 실화 영화였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슬쩍 들은 적은 있는 실화라 더욱 관심이 갔다.

총 9화의 시리즈를 3일 만에 끝냈다.

불필요한 분량이 많아 지루했다는 평도 많았지만 나는 그렇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독일에서 온 부유한 상속녀라는 이미지로 포장하고 뉴욕 상류층의 세계에 발을 디딘 애나는 그리 예쁘지도 친절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똑똑하고 깐깐하다는 뉴욕 상류층의 마음을 홀릴 수 있었던 건 뭔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던 건 분명한 것 같다. 누가 봐도 허언증에 명백한 사기꾼인 애나를 두둔하고 애틋해 하는 변호사 토드와 기자 비비안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의 사회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쟤는 착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데 왜 사람들이 주위에서 챙길까? 싶은...

애나는 미술과 사업에 대한 지식도 많고 안목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재능으로 스스로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애나는 그러지 못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밑바닥부터 시작하지 않고 바로 상속녀로 거짓 포장하여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자 했다.

애나는 ADF라는 재단을 설립해 예술가들을 위한 클럽을 만들겠다는 간 큰 계획을 추진했다. 무려 4000만 달러가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를.

처음엔 애나를 도와줄 수 없다고 한 거물들은 애나가 노라를 통해 얻은 인맥으로 소개, 소개를 받고는 애나를 돕기로 결심한다. 몇 년 전 우리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수산업자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무것도 없는 그를 믿고 거액의 돈을 투자하게 된 이유는 바로 거물급 인사들의 소개 때문이었다. '이 사람이 아는 사람이니 믿어도 되겠지?' 그리고, 막대한 돈을 벌게 될 것이니.

애나가 4000만 달러를 대출받고자 했을 때 앨런 리드도 처음엔 단칼에 거절했지만 애나가 만나는 사람들이 뉴욕 상류층 인사들이라는 것을 보고는 적극 애나를 도와주게 된다.

돈과 인맥으로 형성되는 사회가 상류층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애나 만들기'는 그런 상류층 사회를 비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애나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애나의 돈 씀씀이를 보고 당연히 독일에서 온 막대한 돈을 상속 받을 상속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네프나 레이첼 같은 친구들도 여러가지 사건에도 불구하고 애나는 부자가 틀림없다고 굳게 믿어 주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 애나가 부자가 아닐리가 없다고 말이다.

결국 애나는 체포되고 구속되어 감옥살이를 하게 되지만 끝없이 지지해주는 친구 네프와 가족 여행까지 포기하고 애나를 돕는 변호사 토드, 애나에게 미안해하고 애틋해하는 기자 비비안을 남겼으며 본인이 원하던대로 유명해지게 된다. 여러 리뷰에서 본 것처럼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살인이나 강간과 같은 범죄가 아닌 사기 범죄는 가볍게 취급해도 되는 걸까? 애나는 명백히 거짓말을 하고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지 않았으며 거짓으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기를 모의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마치 애나의 죄가 가볍다는 듯이 묘사된 부분이 있어 의아하고 아쉬웠다. 또, 주로 범죄자의 변호를 하는 것 같은 토드가 아름다운 와이프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괜찮은 사람처럼 나오는 점도 의아했다. 미국은 소송과 변호사들의 천국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물론 범죄자들에게도 인권이 있겠지만, 명백한 범죄를 미화시키는 속물 변호사를 이리 괜찮게 묘사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또, 더한 기자들도 많겠지만 비비안 켄트의 취재 방식은 적절한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길길이 날뛰면서 온갖 악을 쓰며 취재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비안 켄트는 동료들의 지지를 받고 남편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공한 기자로 비춰지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왜 비비안 켄트가 애나의 편에 서서 애나를 응원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애나의 형량이 선고될 때, 유죄가 선고될 때마다 애나는 실망했으며 무죄가 선고되면 환호를 했다. 기베리아의 동료들은 왜 애나를 응원하는가? 나중에 비비안이 애나를 찾아가 내가 쓴 기사 때문에 네가 유명해져서 다른 사람보다 형량을 더 받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미안함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범죄자는 범죄자일 뿐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을 저지른 다른 남성에 비해 형량을 더 많이 받았다고도 언급이 되는데 흠.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미국의 재판은 배심원 제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상에 집착하고 재판을 마음대로 연기한 부분도 형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애나의 집을 찾아가 애나의 부모님을 만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애나가 그렇게 된 것을 어릴 적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물론 애나를 취재하거나 변호하면서 정이 들고 저지른 범죄 여부를 떠나 인간으로서 연민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영화나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물론 칼로 자르듯이 선과 악을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옳고 그름과 교훈을 주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나 만들기 시청을 끝내고 실제 인물들을 찾아 보았는데 애나는 정말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석방되어 독일로 추방된 것 같았다. 넷플릭스가 이번에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4억원 정도를 애나에게 지급했고 애나가 이 돈으로 변호사 수임비며 벌금, 배상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네프와 케이시는 너무 실제 인물과 드라마 속 인물들이 닮아 있어 깜짝 놀랐다. 이들도 잘 살고 있었고 레이첼은 애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크게 피해를 본 사람이 없으니 애나의 죄가 가벼운 게 맞는 걸까? 헷갈리기도 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시리즈였다. 가끔 애나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애나의 인스타를 방문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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