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흡연예방교육을 했다. 이벤트 MC의 진행으로 실시간 유튜브 수업으로 진행된 독특한 수업이었다. 마술쇼도 하고 퀴즈쇼도 보고 마지막으로 '금연퀴즈쇼'를 진행했다.
금연 지식에 대한 10문제를 각자 풀어보는 방식이었는데 시험지 앞면에는 <초등학생용>, 뒷면에는 <중고등학생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진행자가 시험지에 양면이 있는데 우리는 초등학생이니깐 <초등학생용> 문제를 풀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5분의 제한 시간이 시작되고 내가 한번 더 "초등학생용 문제를 풀어라."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진지하게 푸는 아이들. 강의를 듣고 푸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상식을 바탕으로 푸는 문제라 많이 어려웠을 것 같았다. 제한 시간이 끝이 나고 진행자가 옆 친구와 시험지를 바꾸어 매기라고 안내를 해주었다.
짝을 정해 시험지를 바꾸었는데 00이가
"선생님, **이는 <중고등학생용> 문제를 풀었는데요?"
하는 것이었다.
"아..."
평소에 수업 시간에 자꾸 그림을 그리고 집중을 잘 하지 않던 아이라 나도 모르게 "아..." 한숨이 나왔다.
**이는 오늘 1교시에도 다른 친구들이 교과서 물음에 답을 적을 동안(예시 자료를 화면에 띄워 놓은 상태였다.) 다른 것을 하고 있다가 뒤늦게 쓰기 시작해서 기다려 주다가 "선생님이 보여 주는 건 예시니깐 꼭 그대로 보고 안 적어도 돼. 생각해서 적으렴."(처음에도 한 번 이야기함)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려는데 넘어가면 안된다고 짜증을 내고 버릇없이 말을 해서 이미 한 번 혼을 냈었다.
그냥 문장 마무리만 하면 되는데 굳이 그대로 보고 적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미 23명의 아이들은 벌써 끝내고 웅성웅성 대고 있는데 말이다.
"**이가 적고 싶은 기억에 남는 문장 생각해서 적으면 돼." 하는데
"아C, 안적어!"
이러길래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한 눈 팔지 말라고 경고를 주었었다. 그리고 예의 바르게 말하라고.
실시간으로 진행자가 정답을 확인하니 그대로 일단 진행을 시켰는데 채점이 끝나고 나서 눈물바람으로 앞에 나와서 하소연이 늘어졌다.
"양면에 이렇게 있으면 어떡하냐구요. 말을 해줬어야죠!!! 이런게 어디있어요. 한 문제도 못 풀었잖아요. 말을 해줘야죠!!"
솔직히 약간 짜증이 났다.
"**아, 방송에서도 안내했고, 선생님도 한 번 안내했었어. 말을 해주지 않았으면 나머지 친구들은 어떻게 제대로 풀었겠니?"
그래도 막무가내로 울고 짜증을 내고 난리가 났다.
"그래, 속상한 건 이해해. 속상하겠지만 다음부터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하는 것을 좀 집중해서 들어. **이가 제대로 안들어서 그런 거잖아. 괜찮아. 다음부터 안 그러면 돼."
아무리 이야기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아 했던 말을 또 하고
"지금이라도 시험지를 다시 풀어와. 선생님이 매겨줄게."
한참을 울다가 들어가서 시험지를 풀어 들고 온다.
옆에서 누가 "정답 이미 풀이해 줬는데 그럼 100점이잖아요?" 라고 따지듯이 말한다.
"한 문제도 못 풀었으니 기억해서 그냥 풀어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속상한 중에도 풀이 설명은 잘 들었던지 100점이었다.
100점이라고 매긴 시험지를 들고 아직도 눈물을 글썽인채로 자리로 돌아갔다.
점심시간에 급식실 가는 길에 **이가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선생님, 아까 너무 속상했는데 선생님은 내 이야기 잘 들어주니깐 와서 울었던 거에요. 선생님이 속상한 건 이해한다고 해서 마음이 나아졌어요." 이러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아까 화도 나고 짜증도 났었는데 이렇게 내게 다가와서 말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이 **이 다음에는 이런 실수하지 말고 집중 잘하라고 좀 강하게 이야기했어."
이런건 상관도 없는지 재차 "속상한 건 이해한다고 말해준 게 너무 좋았어요." 이런다.
밥 먹다가 갑자기 또 내게 오더니
"밥 먹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이 내 이야기 들어주고 이해해줘서 너무 좋아요."
ㅠㅠ
개성이 강하고 성격이 독특해 이런 대화를 자주 하게 되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내가 짜증도 났고 흥분해서 말한 경향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받아들여주니 얼마나 고맙고 미안한지!
상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 '공감'이라고 했었다. 내가 자라면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도 "니가 뭐가 힘든데? 뭐 잘했다고 우는데?"가 아니라 "아, 힘들었겠다."였다.
다시 한 번 인간 사이에서 마음에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대할 때 내 감정을 싣지 말고 "~했겠다." 일단 공감해 주고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고 꼭 명심해야겠다. 별표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