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레나샘
내가 좋아하는 만화 '위베어베어스'의 주인공은 그리즐리, 아이스베어, 판다이다.
올해 우리반에는 유난히 곰상(?)인 아이들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3명이 만화 속 캐릭터와 외모 뿐 아니라 성격까지 비슷해서 우리반 그리즐리, 아이스베어, 판다 '위베어베어스'가 결성되었다.
그리즐리는 말 많고 흥 많고 의리있고 오바하는 것이 똑같고
아이스베어는 말이 없고 뭐든지 잘하고 가끔, 아~주 가끔 한 마디 던지는 것이 진짜 아이스베어 같다.
판다는 가끔 투덜거리고 정이 많이 것이 딱이다.
아이들이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 봤는데 모두 격하게 공감하고 좋아하고 인정해 주어서 우리반 공식 그리즐리, 아이스베어, 판다가 되었다.
"선생님, 저는 뭐에요?"라고 물어보는 아이들. ^^;
찰리라도 되고 싶다고 자기는 찰리를 시켜달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 중 아이스베어는 캐릭터와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아이인데
1. 정말 내성적이고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2. 발표를 시키면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머니께서 발표를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셨다.
3. 항상 열심히 하고 글씨를 너무 예쁘게 쓰며 느낀 점을 쓰는 걸 보면 마음이 너무 예쁘고 따뜻하다.
4. 키가 크고 덩치가 크다.
5. 조용하면서도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6. 피구나 체육활동을 할 때는 날렵하게 날아다닌다.
7. 청소나 맡은 일을 너무 열심히 잘한다.
8. 내가 말을 걸면 미소를 지으며 부끄러워한다.
9. 집에 가기 전에는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꼭 일부러 앞으로 와서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간다.
하는 행동이 너무 예쁘고 글 쓰는 것을 보면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아이다.
듬직하고 신뢰가 가고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달까?
최근에 행동을 관찰해보니
청소 시간이 끝나고 쓰레기통 뚜껑이 열려있어 "얘들아, 쓰레기통 뚜껑 누가 좀 닫아줄래?"
라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
아직 수업 종이 치기 전이어서 시끌벅적 하기도 했거니와 들었더라도 대부분 모른척 하고 있을 때였다.
아이스베어가 뒤를 돌아보더니 벌떡 일어나 쓰레기통 뚜껑을 닫고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그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나를 보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는 아이스베어였다.
오늘은 청소 시간이 끝나고 책상을 뒤로 옮겨야 하는데 맨 앞 자리 책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그때!
아이스베어가 유심히 보더니 또 벌떡 일어나 책상을 원래 자리로 옮겨주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조용히 앉아서 주위를 관찰하다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벌떡 일어나 행동으로 옮기는 아름다운 모습!
누구를 의식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란 걸 알기에 그 모습이 너무 예쁘다.
어떤 아이들은 내가 거기 쓰레기 좀 주워줄래? 라고 하면
"쓰레기 주우면 뭐 해줄거에요?"라고 되묻곤 하는데
우리반 아이스베어는 그런 기대는 커녕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귀찮은 일을 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내고 계속 그 모습이 생각이 나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우리반 만화를 하나 그렸다.
주인공은 아이스베어! 제목은 우리 반에는 아이스베어가 산다!
내일 칠판에 붙여 놓으면 "선생님, 저는 왜 안 그려줘요?" "저도 주인공으로 해서 그려주세요."
난리가 나겠지.
올해 아이들은 유난히 한 친구를 칭찬하면 "저는요?" "저는 뭘 잘해요?"라고 물어보곤 한다. 한 명이 유독 그러는데 그러면 여러 명이 따라하는 것 같다.
모든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하나씩 올해가 가기 전에 만화를 그려줘야겠다.
아이스베어는 이 만화를 보고 부끄러워하면서 웃겠지? 우리반 아이스베어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
아이스베어 준서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