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이렇게 움츠러든 것은 갑자기 추워진 12월 부터였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즐겁기만 했었는데 갑자기, 아니 예전보다 늦게 찾아온 추위에 세게 따귀를 얻어 맞은 듯 나는 온통 경직되고 얼어붙은 것 같다.
원래 추위를 많이 타긴 했지만 이렇게 추위와 함께 찾아온 슬럼프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매일, 더 나은 내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늘 언제나 제자리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나는 어떻게 해야 내 삶에 만족을 느끼며 행복할 수 있을까?
잠깐 마음을 놓기가 무섭게 추운 들판에 홀로 거센 바람을 맞고 서 있는 것처럼 처량하고 쓸쓸한 마음이 나를 지배한다. 40년을 살면서 온전히 따뜻했던 순간이 있었을까? 매순간이 두려웠고 내게는 작은 일 하나하나가 도전이었다. 나처럼 평범하게 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내게는 작은 일들도 어려운 일들이었고 혼자서 오들오들 떨면서 지내온 세월이었다. 아마 남들보다 마음의 옷이 더 얇기 때문인가 보다. 가장 부드럽고 가장 여린 나의 마음을 보호하고 감싸주는 옷이 너무 얇아 작은 바람에도 쉽게 시리고 아픈가보다.
강철처럼 두꺼운 보호막이 내 마음을 감싸고 있어 어지간해서는 아프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무에 그어지는 나이테처럼 내 마음도 세월과 함께 두꺼운 보호막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춥고 시리다.
따뜻한 손이 내 손을 잡아주는 상상을 한다. 따뜻한 스웨터를 입은 따뜻한 손 주위에는 따뜻한 난로와 따뜻한 차도 있다. 그는 그저 나를 지긋이 바라봐주고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다. 아무런 말이 없어도 무슨 말을 억지로 쥐어 짜낼 필요도 없다. 나는 자는 것도 아닌데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가를 반복한다. 따뜻하고 몽롱한 기운에 온 몸이 나른하고 편안해진다. 막연하게 따뜻한 손이 그립다. 그립다가 눈물이 나기도 한다.
찬 바람이 내 마음을 후벼파지 않게 따뜻하게 누군가 나를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 차갑고 시리던 가슴에 온기가 전해지고 서서히 따뜻함이 퍼져나가 내가 온전히 따뜻해지는...
또 한 번의 겨울을 지내면서 봄을 기다린다. 어쩌면 나는 늘 봄을 기다리는 겨울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