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에도 배낭여행을 할 수 있다니..
유튜브 찬양 글
유튜브의 세상이다.
유튜브를 정말 자주 시청하는 사람으로서 유튜브의 좋은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만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내 눈과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는 불편함을 늘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다. 때로는 멍하게 1시간이 넘도록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 내 모습에 놀라 앱 시간 제한 앱을 이용해 이용 시간을 제한해 보기도 했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진실인양 말해지는 동영상이나 돈을 벌고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단 동영상이 무분별하게 재생되고 있다는 점과 빠르고 화려하며 자극적인 동영상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일상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중독 현상을 보인다는 점, 나도 인기 유튜버처럼 히트를 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힘든 일은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유튜브의 역기능이다.
하지만 오늘은 유튜브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다름 아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업데이트 된 동영상 목록을 아무 생각 없이 클릭했다가 감동과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를 말이다. 사실 랜덤으로 업데이트 되는 동영상 목록들은 내가 이전에 검색했던 동영상들과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물론 정말 생뚱맞은 동영상들이 보여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행 유튜브와 미니멀리즘을 검색해 본 적이 있던 내게 '미니멀 유목민'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우연히 보여졌고 올라오는 동영상을 빠짐없이는 아니라고 한 번씩 챙겨 보고 있었다.
처음에 본 영상은 최소한의 짐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영상이었던 것 같다. 이 채널의 주인은 여행 작가이자 크르주 인솔자이며 여행지에서 만난 일본인 미키와 결혼을 해서 집도 없이 가진 모든 짐을 배낭에 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미니멀하게 살고 있다. 일단 나는 그들의 삶을 동경한다. 가진 것이 없어도 늘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나도 내가 짊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단순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여행이 지겨워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직접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태국을 여행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시골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일본인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어제 본 영상은 가히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의 친구인 79세의 일본인 할머니가 치앙마이에서 배낭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년에 2번 2달씩 태국에서 머문다는 할머니는 나이에 대한 요즘의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어 주었다.
사실 나는 요즘 내 나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가고 늙을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젊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젊음과 활기가 부러웠고 거울 속 내 모습과 내 나이는 초라해 보이기만 했었다. 나는 왜 그런 생각들을 했을까?
79세인 마사미상은 허름한 숙소에 머물면서 매일 만보 이상씩을 걸으며 태국을 즐기고 있었다. 새벽 산책에서 우연히 접한 태극권 수련을 매일 하면서 새로운 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매일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그는 한 도시에서 6개월을 살아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북경과 카이로와 파리.
그리고 아랍어를 배우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다.
이 얼마나 멋진가? 나는 겨우 40을 넘긴 나이에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끝을 향해 나아간다는 기분에 빠져 있었는데 89세에도 저런 꿈을 꿀 수 있다니.
내겐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내 삶의 태도를 당장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사미상보다 37년이나 더 꿈꾸고 살아갈 날들이 있지 않은가. 나도 나이가 들어서도 배낭을 매고 야간기차를 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내가 유튜브에서 '미니멀 유목민'의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들.
또 하나는 <다큐, 가족>에서 본 어느 가족의 이야기였다.
50대의 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지적 장애를 가진 3명의 시동생을 돌보는 이야기였다. 요즘 세상에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정말 놀라웠던 건 웃음 가득한 주인공의 얼굴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하면서 늘 밝게 웃을 수 있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순간들이 천국이 되기도, 지옥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반성해 보게 되었다. 무수히 많은 책에서 읽고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던, 내 삶에 대한 태도는 내가 정한다는 말! 영상을 보고 알 것 같았다.
또 인간극장에서 8남매를 키우는 어느 목사 부부의 이야기를 봤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내 시간이 없는 것을 불평하곤 했었는데 그들은 8남매를 키우면서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대했고 아이들 모두 너무 착하고 밝게 자라고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것이고 그들이 가족을 위해 하는 것들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와닿았다.
내가 살면서 마주하는 순간들을 어떤 태도로 대할지.. 생각해 보게 해준 정말 귀한 영상들이었다.
유튜브 속 동영상으로 넓은 세상을 간접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을 돌아보고 재정비 할 수 있다는 것이.. 유튜브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