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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Jan 25. 2024

운동 기구

일상을 짓다

갖가지 운동 기구가 종류별로 우리 집으로 이사 오게 된 계기는 코로나 덕분입니다. 저것만 있으면 다리도 튼튼해지고 살도 빠지고 코어 힘도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구를 들여놓으면 생각만큼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경험상 운동 기구가 집에 들어오는 그날이 그 기구를 사용해 가장 많은 운동을 하는 날이 되곤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옷걸이나 빨랫대로 변하기도 합니다. 


원래 당근에서 물건을 탐색해서 가져오는 일들은 주로 남편이 하던 일이었습니다. 운동 기구가 공간을 차지할수록 집 모양새가 안 나온다고 투덜대곤 했습니다. 그래도 꿈쩍 않는 남편으로 인해 마음을 비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입니다. 


남편이 물건을 들여올 때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제가 아들이 운동기구가 필요하다 하자마자 얼른 가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아빠와 함께 서둘러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그 후 하루 동안 운동을 열심히 합니다. 집에 온 후 자리에 고이 모셔 둔 지 며칠이 지나갑니다. 이제 보니 아들도 운동보다 물건이었습니다.


다시 마음을 비워야 할 때가 왔나 봅니다. 원래 우리 집에 있던 아들이나 남편 대하듯 그렇게 물건을 대하기로 합니다. 물건이 집을 채우고 마음은 비우는 연습을 하게 해 주는 아들과 남편 덕분에~~~~~~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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