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짓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고 집으로 오는 길.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곳에 약간의 경사가 있었습니다. 신호가 바뀌어 제가 움직일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액셀을 밟아도 차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엑셀을 더 세게 밟았습니다. 속도계 바늘이 20 정도로 올라가며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액셀을 밟아도 속도가 20을 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마트에서 집까지는 쉬지 않고 내리막길입니다. 미끄러지듯 천천히 가도 가속이 붙어 액셀을 밟으면 ‘우왕’하는 큰 소리와 함께 20에서 50으로 갑자기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서 보니 엔진체크 등이 붉은색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집에 있던 남편에게 가서 말하니 남편이 나가 봅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다가 차가 멈췄답니다. 후진으로 조심조심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려 하니 차가 힘을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뒤에서 오던 차가 없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공회전을 몇 번 하고 나니 겨우 지상으로 올라와서 집 근처 공터에 가서 공회전을 조금 더 했다 합니다. 그러고 나니 엔진체크 등이 꺼졌다고 합니다. 남편 말로는 며칠 전 자동차 점검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경유차 매연 찌꺼기가 엔진 공기구멍을 막은 것 같다고 합니다.
차에 문제가 생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운전 중 타이어가 터져 가까운 건물 주차장에 서 차에 있던 스패어 타이어로 교체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는 물론 남편이 옆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터널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차도, 운전도 낯설 뿐인 저는 운전대를 다시 잡고 싶지 않습니다. 또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오랜만이지만 예전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며 마음을 약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주저앉아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오늘을 아무 사고 없이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기적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그리고 다시 제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저 한 걸음만 걷자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