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짓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중3 때 집중해서 영어를 공부합니다. 지난해 아들은 제주에서 8개월간 친구들과 합숙하며 영어로 말하고 듣고 쓰고 읽기를 훈련한 후, 3주간 스페인과 독일을 방문하여 배운 것을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럽에서 있었던 3주 중 2주를 독일에서 머물렀는데 10일 정도 독일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습니다.
갑작스레 결정된 사항은 학교 대 학교의 교류로 우리 아이들 홈스테이를 제공했던 독일 가정의 아이들이 올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지난겨울 신세 졌던 가정의 아이들이 5월에 학교를 방문하여 학교에서 지내다가 3박 4일 동안에는 각 가정으로 흩어져 홈스테이를 한다고 합니다. 신청자만 하겠거니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학교에서는 독일에서 홈스테이 했던 가정 모두 참여를 원한다고 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외국인과 집에서 3박 4일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앞이 깜깜합니다. 만국공통어인 바디랭귀지만 믿기에는 함께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게 여겨집니다. 그래도 이 기회에 원어민과 대화의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설렙니다. 그것도 집에서 함께 지낸다 생각하니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독일인 사춘기 남학생 두 명. 다시 오지 않을 기회로 여겨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섬기고 싶습니다. 지혜를 모으고 언어를 새로이 해야 할 때임을 깨닫습니다. 매 순간 넘어야 할 산이 있어도 그 산을 넘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이 시간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기쁘기 때문입니다. 원어민과 자연스레 대화하기. 소원리스트에 또 하나 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