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
‘다시 시작한다’가 그동안 글을 쓰기 않았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매일 뭔가를 썼다. 혼잣말. 반성과 다짐의 일기, 상처 준 사람들에 대한 설움과 원망 그리고 용서에 관한 비밀스런 자기 고백들.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작은 탐사들. 이 나이까지 먹고 나니 대체로 감정의 쓰레기들은 스스로 조용히 처리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다행이다.
하지만 자기 성장과 성찰에 대한 글쓰기로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있다. ‘타인의 관심과 인정’.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어 주고 좋아해 줬음 하는 바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귀여운 꼬마가 나를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면 그냥 행복해지는 것처럼. 누군가는 내 글을 발견하고 조용히 환대해 주길 바라는 소심한 욕심이랄까?
이 충족되지 않은 욕구는 늘 나를 망설이게 한다.
출판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글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시절.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수많은 자기표현의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 한 귀퉁이에서 발견되기만을 기다리는 내 이야기에 관심 가져줄 이 있을까. 넘치는 끼와 재능을 발휘하는 수많은 능력자들 사이에서 나의 삶이 그러하듯 심심하고 밍밍한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그들의 시간을 잠시 내어 줄 가치와 의미는 있으려나.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 혹은 부정적인 평가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성숙함과 책임감이 있을까?
대단치 않은 한 쪽짜리 글을 쓰는데도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이 많은 나. 남들의 평가에 민감하고 대단히 감정적이고 표 안 나게 뒤 끝이 긴 나. 소심하고 쩨쩨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원래 나는 이런 사람.
해서 읽어 줄 대상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항상 제법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은근히 남들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은 나는 ‘은밀한 관심종자’,
오랜만에 세상에 드러내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재미와 위안으로 가 닺았음 하는 작지만 착한 바람을 담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