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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얀 Sep 01. 2020

브랜드 네이밍- 회사 이름 정하기

퍼시몬 창업기 [001]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는 가장 먼저 정한 것은

회사 이름 정하기였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생각해 낸 회사명은 MONEY TREE.

듣기만 해도 아주 돈이 주렁주렁 열릴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역시.

이런 직관적인 네이밍답게 이미 이 이름을 쓰고 있는 회사 사이트가 있었다.

그리고 역시.

돈에 관련된 사이트다.


어쩌지. 그 외엔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는데.

한글로 돈나무라고 하자니 그것도 좀 웃기고 특히나 더욱 막막했던 것은

사업을 준비하며 관련 책을 읽다 보니 단순히 돈을 더 벌겠다고 사업에 접근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로 월 1000을 벌고 싶어서 별다른 아이템도 없는 주제에 사업을 결심했는데

세상에 멋진 기업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사업을 단순히 돈으로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 왜 사업을 하려고 하는가" "이 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뭔가 (돈 말고)" 하는

내 사업의 철학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같이 흘러 어느덧 내가 정해둔 사업자 등록 신고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와 버렸다.


2020년 7월 30일은 손 없는 날에 나의 휴무가 겹친 날이었다.


아직 회사명이 준비가 안 됐지만, 7월 To do list에 [사업자 등록하기]라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기에

일단 나는 부천 세무서로 향했다.  

몰라, 일단 가서 다시 생각해 보자. 나의 감을 믿어보자.


그렇게 달려간 세무서는 의외로 너무 한산했고 나는 빨리 회사명을 생각해야 했다.


가만 보자 가만 보자 뭐가 좋을까 뭐가 좋을까

그때 갑자기 나의 태몽이 떠 올랐다.

누구에게도 말해 본 적 없는 나의 태몽.


나의 태몽은 감이었다.

그것도 제대로 익지 않은 푸르스름한 감.


과거 위인전기를 보면 위대한 사람들은 이미 태몽부터 남다르던데

땡감이라니.

커다란 용이나, 집채만 한 금돼지가 아니라 감이라면 그래도 아주 크고 잘 익은 감 정도는 되어야지,

땡감이라니.   


그래서 나는 태몽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다른 주제로 넘어가게 바람을 잡는다거나 과장을 곁들여 아주 크고 잘 익은 감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푸르스른 감이었고, 엄마는 또 그걸 먹겠다고 따서 반으로 쪼개 친구에게 주었다고 했다. 정말 아무리 강렬한 스토리를 뽑아내려고 봐도 극적인 게 1도 없는 시시한 꿈이다.


일단 그래도 뭐 감이 떠 올랐으니 감은 영어로 뭔지나 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근데 진짜 감은 영어로 뭐지?


사과는 애플

포도는 그레이프

수박은 워터멜론

바나나는 바나나

이렇게 바로 나오는데

영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가 특히 무식해서가 아니라 감을 영어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그것도 그럴 것이 감은 중국, 일본, 한국 이 나라에서만 과일로 먹는다고 한다.



perssimon

미국식 발음으로는 펄-씨믄에 가깝고 영국식 발음으론 퍼-씨멈에 가깝지만 한국어 표기에 따르면

퍼시몬


나 같은 경우는 살면서 처음 들어 본 단어라 뭔가 색다르기도 하고

시몬스 침대 같기도 하고 디지몬처럼 캐릭터 이름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리 나쁘지는 않은데?


그날따라 세무서는 너무나도 한적해서 혼자 그렇게 계속 서 있기도 뻘쭘하고 그래, 이걸로 결정했다 하고

얼른 사업자 등록증 제일 첫 줄에 퍼시몬이라는 세 글자를 또박또박 써넣어 버렸다.


그런데 막상 집으로 돌아와서 "브랜드 네이밍"에 관해 성공하는 네이밍 전략 같은 글을 보니 나의 퍼시몬은 너무나도 전략 실패적인 이름이 아니던가.  

그런 글에 따르면 일반적인 브랜드 네이밍의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이름에서 연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애플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애플 컴퓨터였다) 퍼시몬은 뭔가 생각나는 사업이 없다. 음 굳이 붙여 보자면 곶감 사업 정도?


사실 내가 이렇다 할 네이밍 후보가 없었던 것 역시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사업 아이템을 정하지 못했으니 네이밍 정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사업자 등록증에는 퍼시몬이라는 이름이 결정되었다. 의미 부여는 또 내 전공이 아니던가.

  


그게 아니라 사실 감은 아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첫째. 단감. 그냥 깎아서 먹는다. 비타민 C가 풍부하고 항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둘째. 말리면 곶감. 요즘은 감말랭이도 인기다.

셋째. 홍시. 잘 익은 홍시 그걸 또 얼리면 홍시 셔벗으로도 먹는다


그것뿐이 아니다. 열매뿐만 아니라 감나무의 잎은 말려서 차로도 마신다. 감잎차.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태몽 땡감.

심지어 땡감도 맛있게 먹는 수가 있다.

침 감이라고, 소금이나 소주에 침 담가 먹는 법인데    

나도 감이라면 이 침 담근 감을 가장 좋아한다.   

그 뭔가 시큼하면서도 짭짤 물컹 달달한 맛과 식감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하나의 과육으로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과일도 참 드물다.


그 말인 즉,


앞으로 퍼시몬은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러고 보니 한국의 시골집에는 유독 감나무가 많은데 벌레가 없고 튼튼하다는 이유 외에도 감나무에는 5가지 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종이가 귀하던 시절에는 잎사귀에 글씨를 쓸 수 있었고 (文)

둘째.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을 만들었고 (武)

셋째. 열매의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忠)

넷째. 홍시는 노인도 먹을 수 있으니 (孝)

다섯째.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오래 매달려 있어 절개가 있다 (節)


문. 무. 충. 효. 절

글쎄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사업을 만들지는 많이 고민해 봐야겠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애플이라면

아시아에는 퍼시몬이 있다.



가자, 퍼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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