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얀 Sep 14. 2020

비대면 시대지만,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퍼시몬 창업기 [002]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 

있던 사무실도 쓸모가 없어지는 마당에 나는 왜 1년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을 죄다 사무실을 마련하는데 쏟아 부었나?

아직 특별한 사업 아이템도 없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 역시 가만히 앉아서 글만 쓰면 되는 일인데 

대체



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비대면 시대일수록 실재하는 공간이 가진 힘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부천 김얀집, 3개의 방을 모두 하우스 메이트들에게 주고, 나는 거실에서 생활하면서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 했던 것은 날이 밝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페로, 도서관으로, 식당으로, 극장으로 -


 

일단 집 밖을 나서기만하면 글을 쓰거나,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들이 널려 있었다.

북적하게 또는 조용하게. 실내 또는 야외. 집 외에도 선택지는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실재하던 공간들이 사라지면서 나처럼 주거 환경이 취약한 사람들은 바로 직격타를 맞게 된 것이다. 



사실 공간이 주는 힘과 가치는 내가 공간을 가져보니 실로 어마어마하다. 

특히나 한국처럼 땅덩어리는 좁고 인구가 많은 곳에서 공간이란 곧 돈이고, 

한 길 건너면 한 집 있는 카페 역시 커피를 파는 곳이라기 보다는 공간을 파는 곳이다.  

이러하니 한국의 부동산 값은 잡을래야 잡히지가 않는 것이다. 



공유 주택 [부천 김얀집]을 봐도 비록 거실 한 켠에 칸막이를 치고 있다보니 조금 불편한 점은 있지만 그 외 모든 것은 이득이다. 집에는 늘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가 모이니 외롭고 심심할 틈이 없고, 결국 내 집을 본인 집처럼 써 주는 이들이 주택 대출금과 관리비, 생활비를 나 대신 내주고 있으니 덕분에 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고대로 세이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의 습격을 당하며 다시 한 번 나만의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것은 김얀 오피스 만들기. 이제 돈 걱정은 어느 정도 털어냈으니,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작업물들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였다. 



그래서 김얀집이 있는 1호선 부천역에서 조금 떨어진 7호선 부천 시청역 근처의 오피스텔을 샅샅이 뒤져 보았다. 일단 나의 목표 중 하나가 지하철 각 노선마다 김얀집을 만들자라는 것도 있었고 오피스텔은 결국 입지다 보니 1호선보단 7호선 부천쪽이 여러모로 나았다. 그렇게 틈틈이 네이버 부동산에서 부천 시청역 오피스텔을 검색하며 급매가 올라오면 직접 찾아가보기를 몇 차례. 드디어 부천시청역 도보 3분 중앙공원, 순천향대학병원 근처의  <7500만원 급매> 복층 오피스텔과 만났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뉴코아 아울렛이 도보 5분 거리에 있고, 부천 버스 터미널과 각종 공원 등으로 매매 당시에도 세입자가 500/38 에 살고 있었고 실제로도 이 오피스텔의 월세는 500/40로 시세가 정해져 있다. 백화점과 마트가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좋은 입지이다보니 공실률도 낮았다. 보통 오피스텔은 세법 관련 (오피스로 쓰지 않으면 주택수로 잡히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될 수 있으므로 세금 문제에 주의해야 한다) 이나 감가삼각 등으로 매매 시 주의가 필요한데 나는 사업자등록을 위한 사무실로 쓰는 상황이라 세법 관련 이슈도 없고,  이미 15년이 지난 오피스텔이라 7500 (취득세 외 이것저것 세금을 더하더라도 7900미만) 급매에 정 안되면 사업자를 빼고 월세를 놓아도 연 5%의 수익률이 보장되니 나쁠 게 없었다. 



그리하여 내 돈 3500만원 + 직장인 주택 담보 대출로 4000만원을 땡겨 (삼성화재 3%이자: 월 10) 퍼시몬 사무실을 마련했다. 



나의 첫 주택 김얀집을 샀을 때는 주로 당근 마켓에서 싼 것 위주로 이것 저것 구해와서 컨셉을 맞추고 실패해 되팔고 하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작년 보다 여러모로 여유가 있으니 내 맘에 드는 것 위주로 고르게 되니 너무나도 편리했다. 무엇보다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절약 되었고 이사 할 때마다 친구들을 고생시키지 않아도 되었다. 역시 돈이란 이렇게 편리한 것이다. 



무튼, 이상한 코로나 시국에 생긴 나만의 공간. 이곳에서 좋은 생각이, 좋은 이야기, 신비로운 만남들이 일어날 수 있기를. 




김얀 오피스 = 얀피스 입니다 



지하철 각 노선마다 김얀집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과연 이루어질까요? 일단 1호선, 7호선에 깃발을 꽂았습니다.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브랜드 네이밍- 회사 이름 정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