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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스 else Oct 06. 2023

깡통 집주인이 집을 사라고 한다

의도치 않은 첫 집 마련기 - 4

* 표지 - Freepik 소스 조합

(원래 계획이었던 매 회 일러스트 제작은 개인 사정으로 중단하여 통일된 표지로 글을 게재합니다.)



Ep. 4 - 깡통 집주인이었던 부모님의 호통.



지난 이야기에서 부동산과 얽힌 집안의 과거 아픈 경험을 털어놓았었다. 필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 대출'이라는 제도를 활용하여 좀 더 안전하게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어설픈(?) 생각이 오히려 부동산 매매 결정에 쐐기를 박은 세 번째이자 최종 계기가 된다. 요점은 내 바람대로 깡통 전세와 같은 부정을 정말 피하고 싶었다면 더더욱 '내 소유의 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4-1. 엄청난 걸 놓치고 있었다.

나름 전세 대출로 방을 계약하면 여러 위험성은 최소화시키면서도 안락한 환경에서 목돈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필자의 멋들어진 계획을 부모님께 발표한 순간..!


부모님은 그날 나에게 제정신이냐면서 어마어마한 호통을 내리치셨다.


*필자 - 보라색  *부모님 - 파란색


전세 절대 안 된다! 우리 집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봐와 놓고도 전세를 들어가려 해??


그래서 전세 대출이 가능한 매물을 찾고 있다니까?? 그걸 이용하면 보증금도 은행이 집주인한테 바로 상환받는 형식이라 내 위험 부담이 덜하다고!


전세 대출이건 뭐건 전세의 전자 들어가는 그 어떤 것도 안돼! 집주인들이 우리 때와 같은 사람들이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도대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비싼 월세돈은 감당하기도 어려운데 이 서울 수도권 바닥에서 나는 한평생 한 바닥짜리 원룸에서 살아야 해!?



그리고 여러 상황적 스트레스로 나는 참아왔던 감정을 터뜨렸다.

나라는 사람은 제대로 갖춰진 주거 환경에서 살 자격도 없는 사람인 건가 싶어 울컥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따라 어린아이처럼 고집불통 말대꾸를 하였다.



그럼 그렇게 전세를 반대할 거면 다 쓰러져가는 썩다리 집이라도 내가 그걸 사서 들어가 살겠다고 하면 그게 더 좋다고 할 거야!??


어! 차라리 그래라! 사면 되겠네!



그러나 황당하게도 깡통 집주인이 되어본 경험으로 부동산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해하셨던 부모님이 내 이런 뗑깡(?)에 오히려 수긍하시며 '부동산 매매'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셨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말도 안 되는 고집을 피우신다고 생각했지만 이후에는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꼬집혀지자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뭐?? 그게 말처럼 쉬워?? 은행 돈 또 왕창 빌려서 집 샀다가 잘못되면 어떡해!! 엄마아빠처럼 내가 돼버리면 어떡하냐고!! 내 인생이 빚으로 망가지잖아!!


이건 다주택자였던 우리랑 상황이 달라! 실거주 집 매매는 영끌만 하지 않으면 돼! 부담없이 원금, 이자 갚을 수 있는 선까지만 빌려 집을 사면 문제없는 거야! 왜냐면 그 집에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집주인인 네가 사는 거니까! 집값이 떨어지든 높아지든 그것도 상관없어. 왜냐면 집주인인 네가 사는 집이니까!



'실거주 매매'는 그동안 부모님이 해왔던 부동산 운용과 다른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이 언쟁에서 나는 깨우쳤다.


과거 힘들었던 일로 '부동산'에 대해 부정적 시각쪽에만 치우쳤던 나는 그 두려움에 생각의 폭이 지나치게 좁아져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4-2. 생각의 전환과 탈피.

생각해 보면 전세도 결국 '남의 집'에 얹혀사는 것이기에 모종의 불안감이 계속 존재한다. 필자도 2번째 이야기에서 그것을 '임차인으로서의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고 서술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태까지 '전세 대출'이다 뭐다 하며 스스로도 내 돈을 지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알아보고 발버둥 쳤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거주를 하기 위해 매매한 집은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집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집'이다.
집주인인 내가 원금과 이자만 잘 낸다면 돈을 빌리더라도 은행 또한 '내 집', '내 재산'을 건들 수 없다.
훗날 내가 산 가격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다면 저축의 개념도 같이 곁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집주인이라고 불리는 다른 이들에게 휘둘리며 불안과 걱정, 고민 등을 갖지 않아도 된다.



내 소유의 집에서는 스스로 온전히 나의 주거 환경을 주도할 수 있다.



그렇게 캄캄했던 암흑의 길에서 새로운 빛의 길이 트이고, 어느덧 나아갈 길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우선 '실거주를 위한 부동산 매매'를 해야겠다는 결심 말이다.


부동산을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번 이야기가 당연한 얘길 참 거창하게도 길게 써놨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막막함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실거주 매매에 대한 길을 스스로 깨닫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드리고 싶어 부모님과의 대화 부분까지 세세하게 과정을 풀어보았다.


반대로 오히려 부동산에 대해 너무 밝은 미래만 생각하는 콩깍지(?)가 씌신 분이라면 심사숙고해볼 지점을 짚어주는 글 또한 되었길 바란다.



다음 이야기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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