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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윤 Nov 16. 2024

불륜

관계 ep.8

밝아, 어색한 웃음은

백지 위 떨어진 잉크처럼

먹먹한 불안으로 번져갔다.


우리는 각자의 대화를 꺼내 들어

서로의 수치를 탐닉하고

오래 굳어진 관념에서 흘러나온

비릿한 생각을 핥아갔다.

 

너의 불안과 나의 허상은

풍로 아래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고

전소된 대화 뒤로 툭 떨어진 순간이

덜 삶아진 감자처럼 불쾌하게 퍼석거렸다.


시선을 돌려 적막에 투항한 우리는

소란에 구제받아 타인들 속으로

숨어드는 익숙한 도망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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