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후기: 너의 엄마가 되어 자랑스러워
No 21. 엄마가 아기에게 쓰는 편지
반짝이가 태어난 날.
아기가 태어나기 열흘 전, 갈색냉이 나왔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소변을 볼 때마다 갈색냉이나 옅은 분홍색 피가 살짝 보였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앞으로는 아프면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플 때까지 기다렸다. 갈색냉이 나온 후, 일주일 후 새빨간 피가 나왔다. 생리혈처럼 새빨간 피! 이걸 본 순간, ‘아… 정말 아기가 나온다고?’ 떨렸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막연하게 생각해 오던 예정일이 이렇게 다가오는구나 싶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3일 내내 소변을 볼 때마다 새빨간 피가 나왔다.
새빨간 이슬을 본 지, 3일 차 밤 12시.
자다가 배가 아파서 깼다. 엄청 아팠던 것은 아니고, 참을 만했는데 이전과 다른 아픔이었다. 골반이 아팠다. 도대체 가진통이 어떤 것이고, 진진통이 어떤 것인지 검색을 통해서 글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통증을 보니 이거 이거… 우리 반짝이 오늘 볼 수도 있겠다 싶은 엄마의 직감(!ㅋㅋ)이 들었다. 으아 무서워!! 일단 어플을 켜서 진통 주기를 체크했다. 아픔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었고 일어나서 병원에 전화를 했다.
- 선생님 제가 3일 전에 새빨간 이슬을 봤어요. 그리고 지금 골반이 계속해서 아픈데 병원에 가야 할까요? 머리 감고 가도 될까요? 짐 챙겨 가야 할까요?
- 네, 지금 바로 오세요.
선생님이 바로 오라는 것이었다…ㅜㅜ 반짝이를 보고 싶으면서도 막상 진짜 오라고 하니까 정신이 없었다. 뒤척임을 듣자마자 남편도 벌떡 일어났고, 어리바리 긴장한 우리 부부는 미리 챙겨둔 캐리어를 갖고 바로 병원에 갔다! 집에서 병원이 가까워서 참말로 다행이었다.
- 오빠… 나 엄청 아프진 않은데 이전에 아팠던 거랑 확실히 달라. 골반 전체가 막 아프네.
[반짝이의 자연분만 일지] 2023. 09. 13 am 02:18 - pm 13:24
- am 2:18 입원실 도착 (* 3cm 자궁문 열려있었음)
- am 2:36 관장
- am 3:36 통증이 심해짐 & 무통주사
- am 4:00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기다림
- am 7:08 촉진제 투입 (점점 진통과 멀어지고 있다며 촉진제 투여)
- am 8:43 첫 내진(* 7cm 자궁문 열림, 무통 중이라 아프지 않았음) & 양수 터뜨림 (양수 터지는 소리인 줄 모르겠는데, 뽁!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뜨거운 물이 촤하 하고 쏟아지는 느낌을 느꼈다. 신기해…)
- am 10:45 엄마는 외계인, 초코나무숲 주문 ㅋㅋㅋㅋㅋㅋ 아기 낳으면 나 꼭 사달라고…
- am 11:00 면도 (이때부터 무통 못 맞고 진짜 아프기 시작)
- pm 13:24 반짝이 탄생
- 이때부터 기록은 없지만 정말 아팠다… 와… 진짜 남편한테 살려달라고 ㅎㅎ 나 이거 못하겠다고 했더니,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남편은 수술로 바꿔주고 싶은데 지금 아기가 많이 내려와서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인 거 알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이 가득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런 남편 위해 “아니야 나 할 수 있어”라고 외쳐줌 ㅋㅋ
- 이렇게 아픈 고통은 처음이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함.
- 무통주사는 정말 천국이 따로 없지만, 아기를 낳으려면 막판에는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다고 한다. 다리에 감각이 사라져서 산모가 제대로 힘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무통 없이 고통을 버텨야 하는 순간들이 정말 아팠다.
- 간호사 선생님도 내가 힘이 안 들어가니까 힘들어하셨다. ㅜㅜ 하 진짜 마지막에 간호사 선생님이 손으로 휘휘 뭔갈 저으시는데 너무 아팠음…ㅜㅜ
- 마지막에 숨을 참으면서 아래에 힘을 빡 주어야 하는 그 순간이 제일 힘들었다.
- 의사 선생님이 보시더니, “산모님 3번만 힘주면 아기 나와요.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하는데 3번이 끝이 안남… 간호사 선생님이 내 배를 엄청 세게 눌렀다.
-간호사 선생님이 누를 때 아래에 힘을 빡 주고, 숨 참으라 그래서 죽는 줄… 숨이 안 참아져…
- “저도 잘하고 싶은데, 힘을 주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흐어어어어엉” 하고 울었으나, 울기엔 너무 아픔…
옆에서 남편 목소리가 들렸고,
- “아버님 애기 사진 찍으세요.”
- “(나에게 다가와서) 지영아 너무 수고했어 진짜로 너무너무 힘들었지”
“(아기에게 가서) 어머 아기가 눈을 떠서 저를 쳐다봐요”
아기 낳고 먼저 와서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남편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고마워라… 남편이 아기 사진을 찍는 동안, 의사 선생님은 회음부를 꿰매고 계셨고 나도 계속 고개를 돌려 아기 쪽을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 내 가슴 위에 아기를 올려주셨다. 세상에… 지금도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동그란 생명체, 아기를 내 심장 위에 올려주셨다. 네가 내 뱃속에 있었다니! 그런데 머리카락이 언제 이렇게 자랐니? 임신 중기쯤부터 아기가 또래보다 작아서 늘 걱정이었다. ‘작은 아기’, ‘작은 태아 키우는 방법’ 등을 검색하면서 걱정을 하곤 했다. 그래서 우리 아기가 하루라도 더 뱃속에서 커서 나오길 바랐는데 8일 빨리 나와서 너무 작을까 봐 걱정도 됐다. 다행히, 우리 아기는 2.9kg였다. 한 달 동안 무려 1킬로나 큰 것이다. 2.6kg 예상했는데 2.9kg라니 잘 자라준 아기에게 너무너무 고마웠다.
내 가슴 위에 올려주셨다가 옆얼굴에 아기를 다시 올려주셨다. 이 순간을 찍어둔 영상까지 있는데, 내가 아기에게 “반짝 아, 엄마야. 엄마 목소리 기억나?” 했더니 갑자기 아기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 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너무 신기했다. 내 목소리를 알아듣나 봐! 그러더니 바로 끄아아 앙 하고 울어버렸지만. (소리를 듣고 눈동자를 내쪽으로 돌리는 아기의 모습을 보고,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안도했다. 귀가 잘 들리는 것 같아서!)
반짝 아 나중에 엄마가 영상으로 보여줄게~ㅎㅎ 태어나자마자 내 얼굴 옆에 놓인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이 순간을 떠올리니 갑자기 엄마가 눈물이 난다. 요즘 호르몬이 출렁거리는 조리원 시기인데, 귀한 네가 우리 집에 찾아와 줘서 엄마는 정말 행복하고, 너의 엄마라는 사실이 너무너무 뿌듯하다. 이렇게 귀한 네가 찾아와 주었으니 앞으로 엄마랑 아빠가 잘해줄게. 사랑 듬뿍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
내가 힘을 잘 못줘서 아기가 끼여있다고 하셨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엄마보다 아기가 더 강하네. 아기가 잘 참고 있어요. 그러니까 엄마도 힘을 꽉 줘요!” 이러셨다. 아기 생각하면서 진짜 꽉 주게 되는 게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그때도, 지금도(아기 태어난 지 7일 차) 잘 모르지만 아기가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편할 수 있도록 내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기 태어난 직후 남편이 찍은 사진들… 눈을 똘망똘망 뜨고 아빠를 바라보고 있는 아기. 아무리 봐도 네가 내 뱃속에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럽다니! 아빠를 똑 닮았구나 :) 사랑해 엄마가 많이 사랑해!
아기가 태어나고 한 시간 반 정도 수술실에서 회복하고 있다가 휠체어를 타고 입원실로 왔다. 남편과 내가 2박 3일간 묵게 될 곳이었다. 제일 먼저 먹고 싶었던 것은 초콜릿 과자!ㅋㅋㅋㅋ 임신성 당뇨 때문에 못 먹었던 초콜릿 과자를 바로 입에 넣었다. ㅎㅎ 물도 안 먹고 초코송이 먼저 먹다니… 이거다 이거야…
수술 후, 나는 빈혈이 너무 심했다. 고개를 똑바로 들고 서있을 수 없었고, 앞이 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소변을 보는 게 중요한데, 서 있을 수 없으니 소변줄을 꼽았다. 솔직히 아팠다. ㅠㅠ 아기도 낳았는데 괜찮겠지, 싶었으나 아팠다... 나는 아기를 보러 내려가지 못했고 남편만 가서 아기를 보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다 주었다. ㅎㅎ 너무 신기해라.
신기하게도 남편과 나의 얼굴이 섞여 있는 아기!!! ㅋㅋㅋㅋ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카메라로 찍으면 되게 커 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얼굴이 엄청나게 작다. 나의 작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아기.
- 우리가 엄마가 된다고? 우리가 아빠가 된다고? ㅎㅎ 실감이 안 난다. 아기 또 보고 싶어. 아기한테 정말 잘해주고 싶다. 좋은 부모가 되어보자. 우리 아기 행복하게 해주는 부모가 꼭 되자. 하나뿐인 소중한 우리 아기. 엄마랑 아빠가 잘해줄게.
엄마는 지금 조리원에 있어. 오늘은 우리 반짝이가 태어난 지 6일 차 되는 날이지. 네가 얼마나 예쁜지 매일매일 아빠랑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서로 우리 아기 너무 예쁘다고 난리야. 반짝 아, 아빠가 엄마랑 네가 조리원에 있으니까, 엄마랑 너를 걸스카우트에 보낸 기분이래 ㅎㅎ 아빠 웃기지? 엄마가 반짝이 밥 주고 만나고 있는 동안, 아빠는 집에서 열심히 반짝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 빨래도 하고, 물건들도 주문하고 정리하고, 네가 오니까 아주 깨끗하게 집 정리도 하고. 우리 아빠 최고야! 네가 직접 만나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엄마랑 반짝이랑 아빠 많이 사랑해 주자. 아빠랑 엄마가 반짝이 많이 사랑해 줄게!
오늘 일기는 무언가 어수선 하지만, 이 날의 감격과 감동을 더 늦기 전에 기록해 놔야겠다고 생각했어. 네가 태어난 날! 엄마랑 아빠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 정말 소중한 우리 아기, 우리 오래오래 셋이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보자! 사이좋게 지내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