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간단한 안부를 묻더니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했다. 관계가 오래되진 않은 것 같은데 핸드폰을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한다. 며칠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남편과 사소한 일로 다투었고 화가 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남편에게 여자 생겼냐고 물었다고 한다. 남편은 당황해했으나 순순히 인정하더란다.
지인은 이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소송에 대해 물었다.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특히 배우자의 외도로 인하여 이혼을 결정하는 경우 절망과 원망의 감정 속에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나는 이혼을 해야 되느냐에 대해서는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은 너무 다르고 나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섣불리 이혼을 해라, 마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혼 소송하지 마.’라는 것은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혼소송을 하는 사람들은 ‘이혼을 하는 이유가 상대방 때문이다.’라는 것을 판사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부부가 10년, 20년 함께 사는 동안 상대방이 저지른 실수는 얼마든지 있다. 상대방이 저지른 실수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나(사건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부모, 그러니까 시부모 혹은 장인, 장모가 나를 서운하게 했던 것까지 모두 끄집어낸다. 어떤 경우는 이미 결혼하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전에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던 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있었던 갈등까지 서면에 담아낸다. 이 서면을 전달받은 상대방은 전의에 불타오르게 된다. 이런 서면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두 사람 모두 만신창이가 된다. 서로에게 오만 정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내(사건의 당사자)가 고통스럽다.
나는 지인에게 물었다.
- 이혼은 정말 결정한 거야?
- 응.
- 아이들 양육은?
- 내가 키우기로 했어.
- 재산분할할 건 뭐 있어?
- 대출이 많아서 재산이랄 것도 없어. 이혼해주면 지금 살고 있는 집 준대.
- 그럼 협의이혼해.
재산분할할 게 많거나 부부가 둘 다 양육권을 주장하거나 유책배우자임이 분명한 사람이 뻔뻔하게 유책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이혼소송을 할 수밖에.
그러나 위 사정이 아니라면 충분히 협의해서 이혼을 할 수 있다.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협의이혼이 훨씬 낫다. 위자료 받아봤자 3,000만 원이다. 협의 이혼하면서 재산분할로 더 받으면 된다.
나는 지인에게 고민해 보고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무겁다. 지인의 남편은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나쁜 놈.
법무법인 여원 대표 변호사 박수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