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맥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맥주를 즐기긴 하였지만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오늘도 나 고생했다.’하며 거의 매일 한 캔씩 맥주를 마신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술자리가 자주 있었다. 나도 편한 사람들과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그땐 젊어서 체력도 좋았으니.
큰애를 임신한 게 2018년이었는데 술자리가 줄긴 했지만 가끔 나갔다. 술 대신 물을 마시고 안주를 먹으며 떠들어대곤 했다.
그리고 큰애를 출산한 2019년부터 술자리에 나간 때가 언제였던가.
출산한 직후에는 내 온 신경이 아이에게 있으니 당연히 술자리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이가 통잠을 자고 내 손이 좀 덜 가기 시작하자 슬슬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저녁 술자리가 생각났지만 당시 나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으므로 차마 “어머님, 저는 나가서 친구들과 놀고 올 테니 아이 좀 봐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었다(나는 전주에, 남편은 서울에서 일을 하는 주말부부이다. 당시에는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시기로 했고 시댁도 전주였으므로 나는 시댁으로 들어가 어머님과 함께 살았다). 그리고 2020년, 다시 둘째를 임신했고 2021년에 둘째를 출산했다.
나는 지금 왜 내가 더 이상 술자리를 갖지 못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며칠 전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회식장소를 어디로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모순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회식은 한다. 회식과 술자리는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회식도 일 년에 몇 번 안 한다) 직원들이 요즘 핫하다는 술집들을 추천해 주었다. 모두 우리 집 근처였는데 나는 한 군데도 알지 못했다. 내가 ‘예쁘다.’, ‘맛있겠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어.’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자 같이 일하는 문 변호사님이 “아까 주임님이 알려준 술집 갔다 와봐.”라고 하였는데 “내가 그런 곳을 어떻게 가겠어요.”라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이었나, 남편이 회사 직원들과 저녁을 먹으러 간다며, 어떤 직원이 추천을 했는데 요즘 핫한 곳이라더라, 는 이야기를 하였다.
순간 서러웠다. 나도 가고 싶다. 요즘 핫한 곳. 인테리어가 예쁜 술집에서 맛있는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다! 혼자 시간 계산을 해본다. ‘퇴근을 하자마자 술 한 잔 하고 9시까지 집에 와서 첫째를 재우기’, 혹은 ‘우선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다가 둘째를 먼저 재우고 9시쯤 나가서 놀고 오기’. 모든 선택지는 친정엄마의 희생이 있어야 하므로 미안하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니까 부탁하고 다녀와야지, 했다(둘째 출산 이후에는 친정엄마께서 아이들을 봐주신다).
가장 만만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여기에서 ‘만만한’은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매우 편한 상대임을 의미한다. 오늘 회식이란다. 또 한 명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선약이 있단다. 그런데 더 이상 연락할 친구가 없다. 한창 술자리에 나갈 때는 이 친구, 저 친구와 만났지만 지금은 가끔 점심식사나 하는 사이인지라 갑자기 연락해서 술 마시자고 하는 건 너무 뜬금없었다. 아, 더 이상 술 마시자고 할 친구가 없다. 서글프기까지 했다. 일하고 퇴근 후에는 아이 둘을 돌보아야 하므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래도 좀 억울했다.
이 감정이 오래가면 안 된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남편이 전주에 내려오는 날인데, 이 감정이라면 괜히 남편에게 툴툴댈 게 뻔하다.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 그래서 조금 전에 그 만만한 친구에게 연락했다.
“점심 먹자. 근데 나 낮술 할 거야. 오늘 재판 없어.”
법무법인 여원 대표 변호사 박수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