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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없어 속상한 하루

예상치 못한 따뜻한 인연

by 늠름

5월의 어느 주말.
햇살이 따뜻해서 다들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계절.

그날은 북카페 사장님도 마찬가지였다.
밖에 나가 놀고 싶었지만, 우리는 휴무일이 아니었다.


"오늘 손님 많지 없겠지?"

그럴 줄 알고, 남편을 꼬셔서 같이 출근했다.

그때 우리는 결혼을 두 달 앞두고 있어서 남편을 설득하며 말했다.

"어차피 오늘 손님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카페에서 신혼여행 일정 짜는 게 어때?"

그리고 우리는 북카페로 함께 출근했다.



"조용한 카페, 신혼여행을 계획하던 우리"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카페는 기대 이상으로 한산했다.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은 없었고, 대부분 포장을 해서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나는 남편과 마주 앉아 신혼여행지를 고민했다.

"유럽이 좋을까? 일본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일정 이렇게 짜면 너무 빡빡하지 않아?"

그렇게 신혼여행지를 두고 토론을 벌이던 중,
여자 손님 한 분이 들어왔다.

조용히 커피를 주문하고, 책 한 권을 펼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남자 손님이 들어와
맞은편 대각선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당연히 따로 온 손님인 줄 알았다.



남편과 나는 여전히 신혼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 손님이 우리를 보며 물었다.

"혹시 두 분… 부부세요?"

"아, 저희 다음다음 달에 결혼해요! 지금 신혼여행 일정 짜고 있었어요ㅎㅎ"

그러자 그 남자 손님이 건너편의 여자 손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신혼여행 갔을 때 진짜 좋았지?"

… 헉?!

우리 둘은 동시에 당황했다. 둘이 부부였구나!

그러자 여자분이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신혼여행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후훗."

우리는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특별한 만남이 있을 줄이야."

남자분이 웃으며 말했다.

"아내가 여기 커피가 동네에서 제일 맛있다고 해서 꼭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는 자리를 옮겨, 둘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혼여행 선배로서 우리를 향해 조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결혼하면 꼭 이것만은 조심해야 해요."
"부부싸움 할 때 절대 이러지 마세요."
"여행 갈 때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나누며 웃고 떠들다 보니, 조용했던 그날의 카페가
어느새 따뜻한 대화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후, 특별한 손님이 되었다."

그날 이후, 그 두 분은 주말마다 우리 카페에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두 달 뒤에 신혼여행을 다녀온다며 매장 앞에 손글씨로 안내글을 붙여놓고

2주 동안 문을 닫았다. 그리고 돌아온 주말에 다시 만난 그 부부 손님을 만났다.

"사장님! 신혼여행 가셔서 매장 닫으셨죠? 커피 못 마셔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 그저 손님과 가게 사장님의 관계가 아니라,
어쩐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힘든 부부의 길...?


"마지막 인사"

주말에 어김없이 커피를 마시러 와주었다. 그리고 곧 북카페를 정리하는 날이 왔다.

사정을 미리 말씀드렸더니 남자분께서 나를 보며 말했다.

"사장님, 다음에 또 북카페 열면 꼭 알려주세요."

그 말이 참 따뜻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새로운 매장을 열게 된다면, 그분들은 다시 찾아와 줄까?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마주할 날을 기대하며.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특별한 만남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특별한 손님들과의 만남을 다시 기억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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