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14장 “시지불견(視之不見) 청지불문(聽之不聞)”
중국의 역사에서 주나라(BC 1046∼771)의 권위가 무너진 자리에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패자가 등장해 중원의 정치를 좌우했는데, 다섯 사람의 유명한 패자를 일컬어 ‘춘추 5패’라고 불렀다. 이 춘추시대 말기에 살았던 인물이 동양사상의 양대 산맥을 이룬 초나라 사람인 노자(BC 571~471 추정)와 노나라 사람인 공자(BC 551~479)다. 노자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 보다는 설(說)이 더 많은데, 전한 시대의 사마천(BC 145~86)이 쓴 사기(史記)의 노자전(老子傳) 등에 의하면 젊은 시절 공자가 한 수 배우기 위해 노자를 찾아간 얘기가 나온다.
공자가 노자를 만나고 돌아온 후 사흘씩이나 말을 안 하고 있었다. 제자인 자공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공자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새는 화살로 잡을 수가 있고, 헤엄치며 다니는 물고기는 낚시를 드리워 잡을 수가 있고, 땅을 달리는 짐승은 그물을 쳐서 잡을 수 있는 것을 아는데, 구름과 안개를 타고 날아다니는 용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구나!”라며 노자를 용에 비유를 했다. 이런 자료로 추정해 보건데 노자가 공자보다 더 선배이고, 내공이 더 깊고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몰라도, 노자의 『도덕경』과 공자의 말씀이 담긴 『논어』, 『대학』 등에는 영향을 받은 듯한 비슷한 구절이 많이 등장한다.
『도덕경』 14장에는 “시지불견(視之不見) 청지불문(聽之不聞)”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즉 ‘보려고 해도 보이지가 않고,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학』 정심장에도 “시이불견(視而不見) 청이불문(聽而不聞)”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어조사 지(之)자가 말 이을 이(而)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뜻풀이는 똑같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노자는 도(道)라는 것이 너무나 평평해서(夷) 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가 않고, 너무나 희미해서(希) 들으려고 해도 잘 들리지가 않는다고 한 반면에, 공자는 “심부재언(心不在焉)” 즉 ‘마음이 거기에 없으면’ 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가 않고, 들으려고 해도 잘 들리지가 않는다고 하며 정심(正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의(仁義)를 강조하는 공자에게 노자는 이런 가르침도 펼친다.
“날리는 겨가 눈에 들어가면 천지 사방의 위치가 바뀌고, 모기와 등에가 살갗을 깨물면 밤새도록 잠을 못 잡니다. 인의는 슬픔을 일으켜 성이 나게 만들어 우리 마음을 아주 크게 어지럽힙니다.
선생님께서는 천하로 하여금 그 본성을 잃지 않게 하려 합니다. 또 바람을 일으켜 모든 덕성을 움직여 세우려 합니다. 그런데 어찌 그 씩씩한 모습이 큰 북을 등에 지고 죽은 아들을 찾는 것 같을까요?
해오라기는 매일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매일 그을지 않아도 검습니다. 검고 흰 그 본성은 말을 잘해서 만들어내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름과 자부심의 관점은 널리 적용하기엔 부족합니다.
샘이 마르면 물고기는 함께 뭍에 모여 서로 숨을 내쉬어 젖게 해주고 거품을 내서 적셔줍니다. 하지만 이것이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사는 것보다는 못합니다.“
노자는 공자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펼치고자 하는 인의(仁義)를 인위적인 것으로 보고 그냥 인간의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좋다고 충고하는 듯하다. 노자는 핵심사상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 했는데, 거기에 비하면 확실히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의예지(仁義禮智)”는 갖추어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유위(有爲)‘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덕경』 18장에는 이런 구절도 나온다. “대도폐(大道廢) 유인의(有仁義)” 즉 ‘(무위의) 큰 도가 사라지자 (유위의) 인의가 생겨나다’는 뜻이다. 이 말은 사람들이 인위적인 인의(仁義) 예의 윤리 등에 얽매이면서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참된 진리인 무위의 도가 사라졌다고 거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아~ 무위의 노자와 유위의 공자가 직장 생활에서는 무위의 CEO와 유위의 임직원들로 적용해보면 어떨까? CEO는 조직의 올바른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고, 임직원들은 그 방향에 따라 열심히 뛰어야 하는 사람들이니…
“무위의 CEO와 유위의 임직원들이 협력하여 시너지 결과를 창출하는 조직문화를 모든 CEO들은 꿈꾸지 않을까? 임직원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21세기 노자 산책』은『도덕경』 81장 속 보물 같은 구절들을 오늘의 언어와 감성으로 풀어낸 고전 산책 에세이입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쉼표가 되고,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는 물 흐르듯 나아가는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특히, 전문 CEO에게는 "무위경영(無爲經營)"의 깊은 통찰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구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