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잠 못 드는 밤
다시 불면증이 시작된 것일까?
11시부터 시도하는 잠은 좀체 이룰 수가 없다.
마치 꿈같다.
아무리 도전해도 좀체 잡히지도 않고,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아무리 영혼을 끌어모아도 닿지 않는다.
차라리 보이지 않으면, 가망이라도 없으면 절망이라도 할 텐데..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것은 차라리 고통이어라.
길거리 간판들도 듬성듬성 이빨 빠지듯 불이 꺼지고, 24시 스터디 카페 간판 하나 환하게 빛난다.
제법 서늘한 밤공기가 나를 상념으로 안내한다. 행여 놓칠세라 내 손을 꼭 잡고 인도한다.
심장소리가 들려오고,
팔뚝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
진군나팔 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간을 보는 걸까? 동태를 살피는 걸까?
전투를 치를지 말지 고민하는 발작은 앞발을 내밀었다 들였다 내밀었다 들였다 한다.
갈 곳 몰라 방황하는 나그네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호밀밭에 숨어서 아이들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작년 10월 초, 산을 오르는 활동을 통해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벗어났다는 의식을 치른 지 200여 일이 지났다.
그 200일 동안 나는 괜찮았을까?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가 오기 전인 2020년 6월 이전으로 돌아갔던 것일까?
아니 2019년, 2018년, 2017년처럼
희망에 차고,
만족스럽고,
설레고,
감사하고,
감동적이고,
기쁘고,
신나고,
자랑스럽고,
자신 있고,
재미있고,
활기찬 나로 돌아갔던 것일까?
글쎄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그랬는지, 아니면 그런 척했는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고...
그러려고 노력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아직 슬프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아프다는 것이다.
이미 상처가 난 마음이고,
금이 간 영혼이기에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확실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돌아갈 곳이 있는 줄 알았다.
이제 희망적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주 작은 아슬아슬함으로도 나는 다시 넘어지고, 깨어지고, 울부짖어야 한다는 것을 왜 아직도 못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아쉬움이 남아서?
아직도 꿈을 꾸고 있을 만큼 미련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아닌 척하는 것은 아닐지…
알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이렇게 버티고, 이렇게 안간힘을 쓰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이 오는 건가?
밤은 이렇게 사람을 절망하게 하고, 허무하게 하고, 체념하게 하고, 좌절하게 하고, 실망하게 하고, 낙심하게 하고, 단념하게 한다.
빛이 없기 때문이리라!
문득 음악은 참 정겹다.
언뜻언뜻 들리는 느릿한 올드팝 가사들...
의자는 푹신하고, 허리는 굽었다.
찌뿌둥한 몸 어딘가를 아메리카노 커피 카페인이 훑고 지난다.
따스한 경각!
그 와중에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는 것은 슬픔일까? 여유일까?
먼 길 떠나려는 자의 다짐, 결심!
언제고 다시 돌아올 것을 믿는다.
이렇게 봄이 가면, 여름이 오는 것처럼,
해가 지면, 다시 뜨는 것처럼,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또 도전하는 것처럼,
안 될 것을 알면서도 꿈꾸는 것처럼,
꿈꾸지 않는 삶은 결국 후회하게 될 테니까!
꿈꾸지 않는 인간은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
밤이 주는 절망과 맞서 싸우며, 다시 힘을 낼 일이다.
밤마다 찾아오는 걱정에 무릎 꿇지 않고, 큰소리치며 나를 깨울 일이다.
그렇게 또 하루 이겨내고, 버텨낼 일이다.
그때까지 이 악물 일이다.
그때까지 슬픔이 친구일 예정!
슬픔이 나를 위로해줄 예정!
슬픔이 함께 할 예정!
이제 슬픔은 아픔이 아닐 예정!
#불면증 #슬픔 #치유되지 않은 우울증